상체가 짧고 하체가 길어

미인이라는 동지녀는

차가운 표정 때문에 연인이 없었다

모두 옷깃을 여밀뿐

마음을 열어주는 이가 없어

하늘과 땅에 스쳐 지나가는 평행선

오늘도 하늘과 땅은 어울리지 못했다

하늘은 내려보고 있고

땅은 홀로 하늘을 잡겠다고

산이라는 팔을 펼쳐

위로 올리고 올렸건만

끝내 잡지 못하고

석양의 노을 속에 쏟아내는 눈물

붉게 타오르다 팥이 되어 버렸다

올해도 동지 팥죽을 끓인다

하늘과 땅이 만들어준 팥을 넣고

어머니의 애끓는 한으로 불을 피워

휘휘 젓는 주걱 사이로 죽을 돌린다

도는것이

끓는것이

어디 혼자이겠냐면서

 

최지윤 시인
최지윤 시인

약력

방송통신대학교국어국문학과 졸업
수원대 미술대학원 조형학과 졸업,
2000년 월간문학 등단,
현)서화작가협회 이사,
현)수원문협 회원

 

시평(詩評)

연륜 묻어나는 문장으로 절기 중 하나인 동지를 생각하며 최지윤 시인이 시 한편을 생성해 냈다. 계절에 맞는 시이기도 하려니와 동지와 관련된 스토리를 수준 높은 감각으로 펼쳐 냈다. 바로 이 맛이다. 시 한수를 읽고 나니 그동안의 사연들이 생각나고 절기가 생각나고 나가서는 어머니가 생각나는 시. 우리는 그래서 시어에 몰입하며 시상 속으로 거침없이 돌진하는 것이다. 세월을 간다. 우리 모두 가는 그 길에서 한순간 한순간을 어찌 쉽게 보낼 수 있으랴. 올해는 동지 팥죽을 끓이며 스쳐 지난 간 인연들을 불러 모아 상상의 담소라도 제대로 해 보면 어떨까. 정감있는 동지에 팥죽처럼 곰삭은 이야기 찾아 회상도 해보며 떠들썩하지는 않지만 앞으로의 행운도 스스로 빌어 보며 건강한 날들을 빌어 보자. 덧 붙이면 내년에는 최지윤 시인의 일필휘지의 입춘대길을 직접 받아보면 더욱 좋겠다. 공들인 시인의 필체가 무척 정감이 간다.

                                                                             <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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