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서>
혼자서 막을 수 없을 것 같아 팔달문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집합!” 
길대장의 명령으로 작은 동물 연합군이 방화수류정으로 집결하여 눈빛보석과 함께 그물을 가닥가닥 끊어버렸다. 이 장면을 지구 밖에서 우주 쌍안경으로 알테어 우주 국경 수색 대장이 살피다가 그물 끈을 오르트의 대장 군관 고로콤과 황금여우가 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위반이다!” 
알테어는 알마크 총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콰과과과 쾅!”
“퓨퓨퓨퓨!”
“퓨슝, 퓨슝!”
“위험해, 조심해서 날아.” 
시리우스와 유니콘 모자가 우주 협곡에 들어서자 다시 전쟁 중이었다.
“재가를 받았는데, 어찌 된 일이에요?” 
급히 알마크에게 달려간 시리우스가 물었다.
“오르트가 규정을 위반했소!” 
알마크는 규정 위반에 대한 내용이 어떤 것이었는지 시리우스에게 설명해 주었다.
“기드로온 왕자가 저를 살려주었군요.”
“무슨 말씀이오?” 
시리우스는 절대자에게 1급 기밀 표시를 지켜 주겠다고 한 약속을 알려 주며, 그물을 끊은 작은 동물들이 눈빛보석의 친구라고 말해 주었다. 눈빛보석은 지구에서 부르는 기드로온 왕자의 이름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제가 대제를 만날 테니 전쟁부터 중지시키시죠?” 
시리우스는 협상 깃발을 들고 오르트 쪽으로 건너갔다.
“이 놈들아,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아?” 
오르트 대제 앞에는 대장 군관 고로콤과 황금여우가 무릎 꿇고 있었다.
“대제님, 재가 받았어요. 전쟁부터 중지시키시죠?” 
시리우스는 다급하게 부탁했다.
“발포 중지!” 
오르트들이 공격을 멈추자 우주 군단도 전투를 중지했다. 시리우스의 중재로 알마크 대총독과 오르트 대제가 북극점에서 테이블을 다시 마주하고 앉았다.
“재가가 났으니 전쟁 종식 선언과 함께 우주 협곡은 비무장 지대가 될 것이에요.” 
시리우스가 재가 내용을 알마크와 대제에게 동시에 보여 주며 사인하는 곳을 알려 주었다.
“사인하기 전에 태양계를 영세 중립 지역으로 할 것을 제의하오.”
“이 번 전쟁으로 명왕성이 오르트 은하로 끌려갔소. 태양계로 돌려보내시오.”
“원래가 명왕성은 오르트의 별이었소. 그래서 데려간 것뿐이오.” 
종전 사인을 앞두고 대제와 알마크의 의견이 맞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태양계에 있었다고는 하나 명왕성은 뿌리를 오르트에 둔 것이 맞아요. 그 별을 태양계에 두지 않는 대신에 오르트에서 태양계로 투항할 의사가 있는 키드라 해적에게 빈자리를 주는 것이 어때요?”
“해적에게 행성을 주자는 말이오?”
“키드라 그놈을 벌하게 오르트로 넘기시오.” 
시리우스의 새로운 제의에 둘은 또 강경 자세를 보였다. 
“키드라 해적들은 머물고 싶어 하는 별이에요. 머물게 해 주면 그들은 해적질을 할 수 없어요. 하델이 끝까지 죽음을 선택한 것은 그들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 거예요.” 
속으로 알마크도 하델 해적이 오르트를 막아 시간을 벌어 주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다고 인정했다.
“알겠소.”
“대신 이름은 바꾸라 하시오. 키드라라는 이름만 들으면 화가 나서 말이오.” 
알마크는 동의했지만, 대제는 오르트를 탈출하여 데네브를 납치했던 키드라에 대한 앙금이 남았던 것이다.

■ 전쟁 종식 선언
지구 북극점에 앉은 우주 군단 총사령관 알마크 대총독과 오르트 대제가 전쟁 종식 선언에 사인했다.
“전쟁이 끝났다!” 
양측 군에서는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를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되어 환호성이 우주 협곡을 떠나갈 듯했다. 종전 선언과 함께 우주 군단과 오르트 군은 태양계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알마크 대총독, 우리는 개인적으로 할 이야기가 남은 것 같소.”
“퍽!” 
대제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알마크가 돌아서는 순간 대제는 알마크의 얼굴을 주먹으로 힘껏 갈겼다.
“일어나!”
“퍽, 퍽!” 
대제는 쓰러진 알마크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여러 번 주먹을 날렸다.
“퍽!”
“흣!” 
맞고 있던 알마크가 반격하며 대제의 턱을 주먹으로 가격한 것이다.
“왜들 이러세요!” 
먼저 자리를 떴던 시리우스는 알마크가 뒤따라오지 않자 되돌아와 보고 놀라서 소리쳤다.
“비열한 자 같으니!” 
입가에 피가 흐르는 대제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빰이 찢어지고 코피를 흘리는 알마크를 향해 식식댔다.
“아이들에게 슬픔만 주는 아버지들이 왜 싸워요?” 
시리우스는 알마크의 팔을 당겨 의자에 앉힌 다음, 대제를 다른 의자에 억지로 앉혔다. 둘은 서로 노려보며 언제든지 다시 주먹다짐을 할 자세였다.
“기드로온 왕자와 데네브 공주는 두 분이 싸우는 것과 정반대로 행복해 하고 있어요. 그 아이들에게 어떤 행복을 주지 못해 이러는 거죠?”
“나는 지금 지나간 것에 화가 나 이러오.”
“누구는 좋아서 그런 줄 아오?” 
대제와 알마크는 서로에게 화가 나는 것과 미안함이 한데 어우러져 반은 상대방에게 분풀이를 하고 반은 자신에게 분풀이한 것이다.
 “나는 데네브를 데려 갈 것이오.”
“나도 기드로온을 데려 갈 것이오.” 
둘은 지구로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려가셔도 소용없을 거예요. 자칫 또 다른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을 볼까 두려워요.” 
시리우스는 둘을 다시 앉혔다.
“두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두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두 분은 아이들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것 아닌가요? 그래서 나 자신을 위해 두 아이의 행복을 갈라놓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주시죠.” 
알마크도 대제도 시리우스의 비난을 반박하지 못했다.
“대제께서는 딸을 매우 보고 싶으시겠지요. 대총독님도 그러시겠지만 두 분 대신 제가 먼저 내려가 물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둘은 똑같이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스노야, 나 좀 지구로 데려다 줄래?”
“헤헤, 기드로온 형아랑 데네브 누나 보러 가?” 
스노가 이곳저곳 마당에 뛰노는 강아지처럼 돌아다니다 시리우스가 부르자 달려왔다.
“공주님과 왕자님은 ‘행복한 집’에 함께 계십니다요. 이사 갔는데 그 곳을 제가 압지요.” 
시리우스는 흠칫 놀랬다. 무인도에 있어야 할 두 아이였기 때문이다.
“안내해 드려.” 
왕눈깔이 대제의 어깨에 앉아 공을 세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에잉, 나쁜 놈 친구랑 같이 가는 거 싫은데.”
“인석아, 그렇게 말하면 못써.” 
스노가 말하는 나쁜 놈이란 애꾸눈 수리부엉이를 말한 것인데 다들 오르트 대제를 두고 하는 말인 줄 알았다. 대제의 표정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자 시리우스가 꾸중한 것이다.
“야, 너 때문에 야단맞았잖아. 나 기분 나쁘게 하지 마. 이 뿔로 똥침 줄 거야.” 
스노는 시리우스를 태우고 왕눈깔 따라 땅으로 내려가다 작은 뿔을 만지며 투덜거렸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잘 따라 가기나 해.” 
“이모, 미워.” 
시리우스는 스노의 귀를 살짝 잡아 당겼다. 왕눈깔은 ‘행복한 집’ 하늘 꼭대기에서 맴돌며 스노와 시리우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저 아래 분홍 지붕입니다요.”
“너는 왜 안 내려가?” 
시리우스가 물었다.
“내려갔다가 백구란 놈한테 들키면 한 입에 물려 죽습니다요.”
“쌤통, 그러게 누가 나쁜 짓 하래?” 
스노는 고소하다는 듯 놀리더니 쏜살같이 ‘행복한 집’으로 내려갔다.
“형아, 누나!”
“스노 목소리다.” 
집 안에 있던 눈빛보석과 은교는 밖으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섬에서 나왔구나?” 
둘의 인사에 내심 섭섭한 목소리로 시리우스가 섬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하지만 눈빛보석과 은교는 아쉬운 표정을 지을 뿐 설명하지 않았다. 소중한 둘만의 무인도 이야기를 따로 간직하고 싶었던 것이다.
“방화수류정으로 갈까요?” 
눈빛보석은 시리우스의 표정이 밝지 않은 것을 보고 마당에서 담 너머로 보이는 연못 뒤의 언덕 위를 가리켰다. 그림처럼 지어진 정자를 보며 그곳에 가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1급 기밀 표시구나. 지켜 줘서 고마워.”
“작은 동물 친구들이 지킨 거예요.” 
눈빛보석은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든 너희 둘의 행복을 보호해 주고 싶은데 많이 힘 드는구나. 시리우스는 속으로 말하고 있었다.
“교수님 아니면 기드로온과 저는 아직도 못 알아보았을 거예요.” 
은교가 시리우스의 마음을 가볍게 해 주려 그녀의 팔짱을 끼며 함께 걸었다.

■영세중립 지역 
“내가 너희들 덕에 1급 기밀 표시에 와 보는구나.” 
시리우스는 두 아이와 함께 정자로 올라갔다. 스노는 신이 나서 팔달문으로 백구를 만나러 달려갔다.
“우주 전쟁은 어떻게 되었어요?”
“우주 협곡을 비무장 지대로 정하고 종전했어.” 
눈빛보석의 물음에 시리우스가 답을 해 주며 학자답게 정자의 기묘한 내부 구조를 살폈다.
“전쟁이 끝나 다행이군요. 그러면 태양계는 어떻게 되는 거죠?”
“영세 중립 지역으로 지정될 거야.”
“잘 되었군요!” 
은교가 물었다가 영세 중립 지역이 된다는 말에 반가워했다.
“꼭 좋아할 일도 아니야. 우주와 오르트가 서로를 존중하거나 힘의 균형이 대등할 때만 평화로울 수 있어. 물론 우주에 문제가 없을 때는 어느 곳이든 왕래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이 훌륭한 특권이긴 하지.” 
시리우스가 그 의미를 설명하는 동안 부드러운 남풍이 불어왔다. 지구의 바람은 말할 수 없는 상쾌함을 주었다. 기분 좋은 영혼이 자신의 몸을 쓰다듬고 가는 듯해 시리우스는 가만히 눈을 감고 몸을 내맡겼다.
“이모는 잠을 서서 자나보다. 나도 서서 자는데. 히힛.” 
스노가 백구를 데리고 정자로 왔다.
“네가 백구로구나. 정말 멋지게 생겼어.”
시리우스가 감탄하자 백구는 넙죽 엎드려 절했다.
“행궁에 가 보자.” 
스노는 이번에 백구와 행궁으로 뛰어갔다.
“전쟁이 끝났는데 교수님은 즐거워 보이지 않으시는군요.”
“아니야, 누구보다 즐겁고 기뻐. 다만 한 가지….” 
눈빛보석의 말에 화들짝 놀라듯 반응을 하면서도 시리우스는 말끝을 흐렸다.
“데네브, 오르트 대제께서 너를 데려가시겠다는구나.”
“예에?” 
시리우스의 말에 은교와 눈빛보석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랬다.
“기드로온, 너도 알마크 대총독께서 데려가시겠단다.”
“안 돼요!” 
눈빛보석은 단호하게 부정하며 은교의 손을 잡았다. 은교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왜 이리 힘든 거니? 겨우 다시 만나 하나로 행복하게 살날을 꿈꾸고 있는데 왜 이래야 되는 거니? 마음속에서 슬픈 말로 아우성치고 있었다.
“은교, 우리가 두 분을 만나 이야기하자.”
“무서워. 하지만 무조건 따라할게.” 
은교가 울먹이며 말하자 시리우스가 다가가  어깨를 감싸주었다.
“스노야!” 
행궁에서 놀고 있던 스노는 시리우스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백구와 함께 쏜살같이 달려왔다.
“엄마 데려올래?”
“껌 두 개 주면.”  

<다음호에 계속>

 

이중삼 작가 
이중삼 작가 

충북 충주 살미 출생. 시(詩)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회원. 시집= '아스팔트 위의 노루' '세상에 여자가 그 사람뿐이냐고 물으면' '꽃대' 3권 출간, 소설= '하늘바라기' '노크' 2권 출간, 우화= '2600년 후 이솝우화 그 다음 이야기' 4권 출간, 어른동화= '시간의 지평선 너머' 대서사 장편 탈고, 감성 스케치= '아주 사소한 것들' '그리움의 빈집' '예술의 하울링' 등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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