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홍 형 횡령 혐의 일부 유죄…징역 2년
법인카드 통해 회사 자금 횡령 유죄 판단…박수홍 개인계좌, 사적유용 무죄
형수 이씨는 무죄 선고 "공모 증명 안 돼"

방송인 박수홍(53)의 출연료 등 6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큰형과 그 배우자의 1심 법원 판단이 오는 14일 나온다. 사진은 방송인 박수홍, 친형 부부의 횡령 등 혐의 4차 공판 출석 모습 (2023.03.15) / 사진 = 서울뉴스통신 DB
방송인 박수홍(53)의 출연료 등 6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큰형과 그 배우자의 1심 법원 판단이 오는 14일 나온다. 사진은 방송인 박수홍, 친형 부부의 횡령 등 혐의 4차 공판 출석 모습 (2023.03.15) / 사진 = 서울뉴스통신 DB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방송인 박수홍(53)의 친형이 출연료 등 6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법정구속은 면했다.

재판부는 연예기획사 자금을 회사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한 부분은 일부 유죄, 박수홍씨의 개인자금을 사적 유용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가 횡령으로 인정한 액수는 약 21억원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14일 오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친형 박모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라엘, 메디아붐 등 연예기획사 2곳을 운영하면서 박수홍의 출연료 등 62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큰형 박씨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부동산 매입 목적 11억7000만원, 기타 자금 무단 사용 9000만원, 기획사 신용카드 사용 9000만원, 고소인 개인 계좌 무단 인출 29억원, 허위 직원 등록을 활용한 급여 송금 수법으로 19억원 등을 빼돌렸다고 봤다.

재판부가 횡령으로 인정한 약 21억원은 연예기획사 2곳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의 자금을 설립 목적이나 업무 용도에 맞게 사용하지 않으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연예기획사 라엘 법인카드를 통한 회사 자금 횡령 부분에 대해 "법인카드로 구입한 상품권으로 개인적인 소비와 부모 생활비까지 지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피고인(박씨)은 회사 직원의 복리후생비로 지출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복리후생비 지출 규정이 없고 회계장부상 복리후생비 항목에 법인카드 사용 항목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라엘에 허위직원을 두고 급여를 지급하고 다시 돌려받아 횡령한 점에 대해서도 "허위급여로 지출된 회사자금 전액이 박수홍에게 수익분배로 지급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절세 내지 탈세를 위해 허위직원을 등재하는 등 외형적으로 탈법적 방식을 사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기획사 메디아붐 자금을 아파트 관리비, 개인변호사 선임 비용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회사 자금을 개인 중도금 채무 납부, 개인 부동산 등기 납부 등에 사용한 점은 무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박수홍씨의 개인계좌 4개를 관리하면서 16억 상당의 개인자금을 사적 유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가 박수홍의 연예활동과 가족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경제활동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위치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박수홍은 피고인에게 자신의 재산 관리를 맡기면서 부모를 잘 돌봐달라는 부탁을 했으므로 박수홍 자산이 부모를 위한 용도로 지출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양해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에게는 가족공동체를 위한 광범위한 재량권이 부여됐다"고 판시했다.

이어 "세부 자금 지출 내역에 대해 일일이 박수홍에게 보고하거나 증빙 자료를 남길 의무도 부여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피고인이 (사실상 개인자금의) 관리자라고 보여 이 부분 공소사실이 횡령에 해당한다는 점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어서 무죄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박씨의 공범으로 기소된 아내 이모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단독범행으로 기소된 부분이 없다"며 "이씨가 박씨와 횡령 행위를 공모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박씨에 대해 "피고인은 1인 회사, 가족회사란 점을 악용해 개인 변호사 비용, 아파트 관리비 등 사적 용도까지 회사 자금을 사용했다"며 "이 사건으로 라엘은 7억원, 메디아붐은 13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피해를 봤다"고 판시했다.

다만 "횡령금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허위 직원에 지출한 급여 및 법인카드 사용액 중 일정액은 피고인의 부모나 박수홍의 생활비, 수익 분배 등으로 귀속됐을 걸로 보이는 정황이 확인된다"며 "따라서 피고인의 부모나 박수홍 역시 위와 같은 범행구조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박수홍과의 신뢰관계에 기초해 피해회사들의 자금을 관리하게 됐음에도 그 취지에 반해 회사자금을 주먹구구식으로 방만하게 사용해 이 사건을 촉발했다"며 "이로 인해 박수홍과 고령의 부모를 포함 가족관계 전부가 파탄에 이른 것에 대해 피고인은 어떤 면죄부도 받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씨가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뒤 재판에 성실히 임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고 보고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박씨는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해 4월7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아내와 함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박수홍의 법률대리인 노종언 변호사는 재판 뒤 기자들과 만나 "가족회사 자금이 부모 또는 박수홍을 위해 사용됐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다투고자 한다"며 "박수홍이 벌어들인 재산을 착복한 것에 있다고 보고 그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주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수홍 측은 곧바로 항소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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