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 기다림과 그리움

하얗게 읽어 내리던 목련나무

중력과 낯선 바람에 몸살 않는다

 

달빛아래 활짝활짝 피어나는

백로들의 춤사위

 

어둠속 환히 빛나던 꽃이 지고 있다

지면(地面) 위에 널려 있는 꽃 울음

한쪽 귀 내어주고 말없이 듣는다

 

찬바람이 나무를 훑고 지나간다

후두둑 후두둑 꽃이 빗방울처럼 떨어진다

나무는 어제처럼 꽃길 만들어 놓고

환하게 웃고 서 있다

 

비는 내리고 꽃은 떨어지고

무슨 할 말 있는 듯하여 나는

나무 아래 서 있다

 

김애숙 시조시인
김애숙 시조시인

약력

수원문인협회 회원

열린시학 <한국동시조> 신인작품상 수상

시집『그래도 꽃이다』

동시조집 <발가락이 꼬물꼬물>

 

시평(詩評)

아직은 이른 봄 문득 김애숙 시조시인의 시 ‘목련나무 아래서’를 수원문인협회 까페 신문투고 원고 방에서 찾았다. 그의 시조집 『발가락이 꼬물꼬물』을 가지고 학교 문학 강의를 나간 적이 있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딱 맞는 명문장의 시어들이 그녀의 고운 마음속에서 창작의 문장으로 탄생한 것을 느끼며. 특별히 계절로 보면 이른 감이 없지 않은 ‘목련나무 아래서’ 시가 새 봄을 불러오는 기대감에서 부풀고 있다. 그것도 백로를 상징하여 시어로 풀어내는 문장이 돋보인다. 1연은 ‘그리움으로 하얗게 몸살 앓는 목련’ 그 뒤를 이어 2연 ‘백로들의 춤사위’를 보는 시인의 예리한 시적 감각이 특별히 눈에 띈다. 마지막 3연과 4연에서 ‘어제처럼 꽃길을 만들어 놓고 환하게’라든지, ‘무슨 할 말 있는 듯하여’ 기다리는 시인의 내적기대까지 들여다보게 되는 마감의 시어가 가히 일품이다. 김애숙 시인의 시세계가 더욱 풍성해지는 한 편의 이 시는 새로운 봄을 기다리고 보내는 스토리적 전개로서 출중하고도 손색없는 야문 시 한 편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한 함께 수원문협에서 회원으로 활동하는 자부심도 자랑처럼 곁들여 보고 싶다.

<수원문인협회 명예회장 정명희/ 시인, 아동문학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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