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문인협회 100년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겠습니다!”

김운기 수원문입협회 회장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포즈를 취했다.
김운기 수원문입협회 회장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포즈를 취했다.

‘수원 문학의 중심’ 수원문인협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월 9일 제31대 김운기 회장이 취임하면서 수원문협에서 새롭게 추진하기 시작한 다양한 사업들이 지역 문학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김 회장은 기존의 협회에서 해오던 문학지 발간, 시화전 등 기존 회무에서 한 걸음 나아가 ▲청년문학상 제정 ▲외부 기관들과 MOU체결 ▲문학 인재양성을 위한 문학학교 설립 ▲시민 참여 행사 개최 등 활동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김운기 회장은 건축디자이너 출신 한문학자이자 문학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력 건설회사에서 건축 실무 등을 맡아왔으며 건축회사를 창업해 30여년의 시간을 오직 건축맨으로 살아왔다. 사업을 하며 치열한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헌책방과 고서점에서 책을 읽던 자투리 시간은 이제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 됐다. 김 회장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 모두 퇴계 관련 서찰을 전공하였으며 현재 퇴계의 생활사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건축맨으로 살아온 현업에서 떠나 한문 고전을 번역하고 가르치는 일이 후반생의 직업이 된 것이다. 그는 폭넓은 한문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단지보>, <고서의 향기> 등 고서 관련 칼럼을 썼으며, 번역서로는 「맹자 외서」, 한시집 「오남고(梧南稿)」, 「아들에게 쓴 퇴계의 편지」 1·2·3권 등 한문관련 저서와 최근에 제5 시집, 「바람의 알」 시집을 냈다.

김운기 회장은 “씨를 뿌리지 않으면 열매를 거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업들을 통해 제가 열매를 따겠다는 생각보다 차기, 차차기 후임 회장들이 이어져 나간다면 성과를 이룰 것이라 본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보태기 경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켜 수원문인협회 100년의 기초를 준비한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다.
다양한 사업을 발판삼아 수원문인협회를 중앙문단을 포괄하여 국내 유력 문학단체로, 청년문학상을 메이저 문학상의 하나로 만들겠다는 것이 김 회장의 목표다. 수원문인협회의 변화에 수원 문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지금 김운기 회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들어봤다.

 

 

 

김운기 수원문협 회장 취임 2달 “문학의 울타리 헐다”
퇴계 가서 최초 완역한 한문학자·문학인…문협에 ‘새바람’
청년문학상 제정, 수원미디어센터와 MOU체결 등 추진
“청년문학상, 수원 넘어 전국 규모의 상으로 키울 것”

 

 

▲ 수원문인협회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수원문인협회는 1966년에 설립되어 현재까지 이르는 58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등단 문학인들의 결사체다. 수원에 연고를 두고 있는 시, 수필, 소설, 시조 등 6개 문학 장르의 등단 문학인 200여명이 가입되어 있으며, 임의 문학 동호인 단체가 아니라 각 장르의 등단 작가 단체이다 보니 관심과 활동이 타 단체보다 활발하고 넓다.
인문학 도시를 표방하는 수원시의 정책에 발맞추어 다양한 문학 사업과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 제정된 ‘청년문학상’을 중부일보와 공동으로 시행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하였고, 수원시 문화재단 미디어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회원들에게 다양한 첨단 미디어 툴을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현재 추진 중인 수원문학학교와 문학공동체인 조합법인을 설립하여 비영리 단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문학인재 육성과 재정확대를 꾀하고 있다.

▲ 수원문인협회 회장 취임 두달의 소회는.
아직 생업에서 은퇴하지 못한 채, 회무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보니 개인적인 여유가 없다. 모든 일은 처음 시작이 중요하고 일의 양도 취임 초기에 몰릴 수밖에 없음은 경험칙상 예견되는 일이었다. 다양한 개성과 생각을 가진 문인들로 구성된 단체의 성격상 일사분란한 조직과 운용은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다양성을 묶어 응집된 방향만 제시하는 것에 회무의 중점을 두고자 하였다. 그러나 예상보다 빨리 안정적으로 사무조직이 잘 가동되고 회원들의 응집력과 참여율이 높다. 무엇보다 회원들이 즐거워하며 사업에 참여한다. 시작이 좋다.

▲ 건축디자이너에서 문학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
대학에서 전공하여 한 번도 직업을 바꾼 적이 없이 한 길을 살아온 것은 먹고 사는 생업이기도 했지만,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생업에도 충실했다. 그러나 생업의 틈틈이에 어릴 적 문학소년의 꿈을 잊은 적이 없었다. 언젠가 그 꿈의 실현을 위해 절차탁마에 게으르지 않았던 문업은 2000년에 시집 <그대에게>를 상재하면서 등림하였다. 지금까지 다섯 권의 시집을 발간했고, 문단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언론 등에 고서 관련 칼럼을 써 왔다. 치열한 생업전선에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어려서부터 잊지 않았던 문학의 꿈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질 수 있었다고 본다. 문학 활동은 삶에 활력소가 되는 정신 수양의 일환이기도 하고, 생업에서 여유로운 지금은 삶의 행복한 수단이기도 하다.

▲ 30여년 간 고서수집을 해왔는데, 한문학의 매력은.
건축회사를 운영할 당시 설계업무만으로 회사를 운영하기에는 시장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한때 건축시공까지 겸해야 했던 적이 있었다. 고된 작업의 틈새에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면 헌책방이나 고서점에 있기를 좋아했고, 어느 정도 회사경영이 안정되면서 고문서나 고서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가 됐다. 그렇게 시작한 고서수집이 30년이 넘었고, 훈몽서 분야의 보유 도서는 국내 최대 장서가에 속한다.
이런 일은 한문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서 2011년부터 한문 교육 기관에서 한문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2016년에 대학원에 입학해 한문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다. 한문 공부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셈이다.
한문학의 매력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간대의 선현들과 만나는 것이다. 그들과 만나 대화하고 그들이 경험한 세계를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시공을 초월한 세계이다.
이제는 한문 관련 저술이나 연구가 제2 인생의 직업이 되었다.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온 한문학자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 퇴계 이황의 가서 내용을 정리한 책을 펴냈다. 간단히 소개한다면.
이 책은 1540년부터 1570년까지 30년간 퇴계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번역한 내용이다. 시기별로 나누어 소제목을 달고 3권을 한 질로 출간하였다. 퇴계 선생께서 40세이고 아들이 18세이던 해 첫 편지를 시작으로 퇴계 선생께서 서거하던 70세까지 쓴 편지다. 전편을 통하여 아들에게 권면한 학습 자세와 집안 살림에 대한 세밀한 파악과 지시는 물론 공직자의 자세와 국가관 등 아들에게 주는 잠언과 같은 교훈이 가득하다. 뜻을 세우고 공부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와 방법, 국법을 엄하게 준수해야 하는 공직관, 가족애 등 부자간에서만 볼 수 있는 내밀한 내용이다. 이 편지들은 퇴계 종가와 도산서원 광명실에 보관해오다가 한국학진흥원에 수탁 보관하던 편지들을 제가 이번에 처음 번역하여 세상에 빛을 보게 한 것이다.

▲ 현대인이 퇴계 선생에게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위인의 가르침은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됨’을 가르치고 있다. 인간성이 훼손되고 자식 교육의 부재라고 하는 오늘날에 그분의 가르침은 커다란 울림이 된다.
아들에게 쓴 퇴계의 편지 540여 통에 있는 내용은 하나도 버릴 수 없는 잠언들이다. 민족의 큰 스승이기도 하지만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자식에게 행한 교육은 오늘날 아버지가 가져야 할 마음 자세 이기도 하고 오늘날 자식이 배워야 할 교과서이다.

▲ 지역 언론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이유는.
지역에 연고를 둔 문인단체를 맡고있는 사람으로서 지역 언론에 대한 관심과 교류는 매우 중요하고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문학인의 본분은 좋은 글을 쓰고 그 글을 독자에게 전하는 것이다. 문인과 독자와의 만남에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또한 미디어의 역할이기 때문에 문인과 미디어는 뗄 수 없는 운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문학을 독자에게 전하는 미디어는 다양하게 진화하였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이며 전통적인 종이 매체를 기본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학과 언론의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별개의 역할로 존재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공동운명체적 역할을 더 중요하게 강조하여 교류할 것이며 문협과 언론이 공동관심사에 대하여 상호 협력을 증진하고 교류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 문학계로의 청년층 유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청년들을 문학의 울타리로 불러모으는 것 또한 앞으로 수원문인협회의 큰 과제 중 하나다. 과거 경기도검도회장직을 맡았었는데 검도계는 어린이와 학생들을 포함해 젊은 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문인협회는 연령대가 고령화되어가고 있고, 열정을 가진 청년세대가 문학의 변방에서 방황하고 있어 이들을 문학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청년문학상을 제정한 것도 그 일환이다. 우리문협에서 시행하는 문학상 중 가장 많은 상금을 걸고 청년들에게 문학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게 하겠다.
또한, 수원문인협회는 문학의 담을 헐고 그동안 회원들이 주로 활용해 왔던 문학의집이라는 공간을 시민들께 더 열린 공간으로 운용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시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를 이어가고자 한다.

▲ 청년문학상에 대한 계획은.
청년문학상은 생업에 몰두하느라 문학에 전념할만한 여유가 부족한 청년 계층에게 문학의 기회와 관심을 주자는 취지에서 제정되는 상이다. 수원문협에서 해오는 기존 문학상은 규모가 적고 우리들만의 행사에 그쳤던 면이 없지 않았다. 이번 제정되는 청년문학상은 지역 언론과 협력해 상금을 대폭 올리고 운영위원회를 두고 상시 운영하는 등 규모와 격을 높였다. 첫해에는 대상이 경기도와 인천시에 국한될 수 있지만, 앞으로 전국적인 상으로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 문협의 변화에 회원들은 잘 적응하고 있는지.
기존의 협회가 해오던 방식은 문학지 발간과 문학기행, 시화전 등 소극적인 활동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적극적으로 회원이 만족하는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회원들만의 활동에서 확대하여 시민과 함께하고 불륨을 넓히려면 협회의 구조와 사업이 안정되어야 한다. 협회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임원과 간부 선임에도 대부분 자천을 통해 선임했다. 결과적으로 회원들의 참여도가 높고 관심이 크다. 
취임 전후로 수원문인협회 회원과 임원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거쳐 워크숍을 가졌으며, 취임사나 총회를 통하여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설명드렸다. 
지금은 많은 회원이 사업에 참여하고 관심이 높다. ‘그간 우리 문협에서 경험하지 못한 기대가 있다’라고 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고무적인 일이다. 

▲ 수원문인회장으로서 향후 계획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언론 매체들과 교류를 확대하여 문학과 독자와의 만남을 확대하고 문학 사업을 언론과 협업하는 등 다양하게 교류를 할 계획이다. 독자적인 문학 사업도 언론을 통하여 시민에게 알리고 시민과 공유하는 열린 경영을 지향하려고 한다. 200여명에 이르는 다양한 회원들이 모인 단체를 재래적인 운영방법으로는 회원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없다. 현대적인 경영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는 운영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모든 재정과 행정을 공시하여 회원 누구나 회무를 공유하고 장르별 분과 활동을 활성화할 것이다.
협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사업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협회 재정을 윤택하게 할 영리사업과 문학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사업에 노력하고 있다. 물론 회원들이 만족하는 업무 서비스는 최우선이다.

▲ 수원 문학인과 수원시민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학인도 수원 시민이며 수원 시민 누구나 문학인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 문학인들이 ‘다름이 아니라 하나’라는 개념에 소홀하였다. 이제는 문학도 문학인만을 위한 문학이 될 수 없고 시민 속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이어야 문학이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전환되어야 마땅하다.
그 일환으로 지난 토요일 대보름 명절을 맞아 문학인의 집 앞마당에서 주차장 울타리를 걷고 시민과 함께하는 대보름 축제를 가졌다.
‘문학아 놀자’라는 주제 하에 시민들과 오곡밥 같이 먹기, 소원지 걸기, 달집태우기, 행운권 추첨 등 행사에 행궁동을 찾은 시민들이 참여하였다. 경품권 찬조에는 인근 식당 커피숖 등 상인들이 식사권과 음료권을 찬조하였다. 
또 앞으로는 시민을 상대로 전국적으로 명망 있는 문인들을 초빙하여 무료 문학강좌를 열 계획이다. 시민과 문학인이 함께 문학과 노는 마당에서 어울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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