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통신】역시나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와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어제까지 국회에서 네 차례 청문회를 열었지만 당사자인 최순실씨를 비롯한 최씨의 전 남편으로서 ‘비선실세’였던 정윤회씨,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청와대 문고리 3인방(정호성·안봉근·이재만) 등 핵심 증인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참석한 증인들 다수는 거짓말과 모르쇠로 일관해 국민의 분노를 더욱 키우고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사실에 일각에선 ‘맹탕 청문회’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은 이 정도로 허술하게 국정이 운영됐나 하는 개탄을 하면서 청문회가 의혹 해소는커녕 ‘진실게임’ 양상으로 변질되는 것을 보면서 답답한 심정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청문회의 답답한 진행과 결말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증인들이 줄줄이 불출석했고, 특위가 결정한 동행명령조차 거부한 실정에서 청문회 취지는 달성할 수 없다. 청문회는 태생적으로 사건 핵심인 이른바 주범들은 제외하고 ‘주변인들’만 대하고 수사하는 꼴이 된 셈이다.

이런 식이라면 국회 국정조사는 도로에 그칠 공산이 크다. 예컨대 ‘세월호 7시간’을 비롯해 의사 등 ‘대통령 보안요인’들이 수시로 청와대를 드나든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경호실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 조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현실은 엇박자로 가고 있다. 청와대 경호실이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요청한 16일 현장조사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소명서를 보낸 것은 대표적 사례다.

청와대 경호실이 군사 보호시설이고 군사상 기밀을 요하는 장소에 대한 국정조사 전례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자료 제출 등에도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에 의하면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발표로 말미암아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선 증언이나 서류 등의 제출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러니 국정조사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시작됐다는 조소를 듣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은 민간인이 정상 절차가 아닌 방법으로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것이다.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으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은 근거를 잃게 된다. 국회는 정치공세보다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국정조사에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진실규명은 특검에 맡기는 것이 더 낫다.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며 공적인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것이 보안손님”이다. 이번 기회에 청와대 경호 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국조특위가 16일 오전 대통령 경호실에 대한 현장 조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머리 손질 여부 등 국민적 관심사를 명쾌히 알 수 있길 바란다. 이런 측면에서 국조특위와 청문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개선을 하는 데 숙의해야겠다. 최순실 일당의 국정 농단은 우리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전대미문의 대 사건임을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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