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기탁도서관 유치 갖춰가는 중…국제기구 관심도 부쩍

인천, 그 중에서도 송도는 해마다 변화를 거듭하며,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허허벌판이던 매립지에 초고층 빌딩이 하나둘 위용을 드러내고, 학교와 병원 등이 이주해오면서 이젠 제법 그럴 듯한 국제도시로서의 모양새를 갖추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인프라만 갖추어졌다고 저절로 국제도시가 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이다.

국제도시를 표방하는 송도의 속살은 지금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를 취재해보기 위해 필자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인천시 남동구에 임시로 마련된 UN기탁도서관이다(2013년 송도로 이전 예정). 인천시가 유엔 지역본부를 조성하기 위해 2008년 유엔 다그 함마슐트 도서관에 기탁도서관 지정 제안서를 제출, 2009년에 정식으로 그 지위를 획득한 곳으로, 현재 인천 미추홀도서관 1층에 자리하고 있다.

▲ 인천광역시 남동구에 위치한 미추홀도서관 1층에 임시로 마련된 UN기탁도관 입구. 2013년 하반기 GCF 사무국이 들어서는 송도의 아이타워로 이전될 예정이다.

UN기탁도서관은 그 명칭에 걸맞게 다양한 UN관련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 UN에서 발행하는 단행본 및 정기간행물을 비롯해 UN 관련 정보를 열람하고자 한다면 이곳을 방문하면 편리하다. 이용을 원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 내부에는 영어를 비롯해 일본어, 말레이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아랍어, 프랑스어, 중국어, 포루투칼어, 러시아어, 몽골어 등 총 16개개국 언어로 된 책들이 비치돼 있다. 이처럼 다양한 유엔문서 및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UN기탁도서관은 현재 국내의 UN관련 기관들 중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실제로 UN기탁도서관은 국제기구나 UN자료 검색법에 관심이 있는 학생 및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지난 2009년 1기를 시작으로 견학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지난 3월 9일에는 ‘멘토와 함께하는 UN기탁도서관 견학 8기’를 개최하기도 했다.

필자도 지난 9일, 견학 프로그램에 동참했는데, 송도의 GCF(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 효과 덕분인지 이 날 평소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석해 열기를 짐작케 했다. 참석자 중에는 국제기구에 관심이 많은 중·고등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 김연주 학생(17·인천)은 “UN기탁도서관에 와보니 UN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 것 같다.”며 “국제기구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강한 목표가 생겼다.”고 소감을 전했다.

▲ 송도는 국제도시에 걸맞는 자격을 갖춰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중이다. 사진은 UN기탁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견학 프로그램 모습. 일반인은 물론 국제기구에 관심이 높은 중고등학생의 관심이 뜨겁다.

UN기탁도서관의 이재진 사서는 “프로그램 초창기에는 대학생이나 젊은 일반인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고등학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도시 인프라가 아이들의 교육과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요즘에는 다른 지역 주민들의 참여 비율도 높아 GCF 유치 효과를 톡톡히 실감하고 있다.”며 “국제도시도 결국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GCF 사무국이 송도에 들어서면, 현재 미추홀도서관에 임시로 마련된 UN기탁도서관 역시 송도 아이타워(I-Tower)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재진 사서는 “UN기탁도서관이 이전하면 유엔 및 국제기구 종사자, IFEZ 거주 외국인들에게 UN기록물과 외국 서적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고 내외국인의 교류공간을 제공해 글로벌 시민으로서 자질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울로 “송도로 이전한 뒤에도 기존에 해오던 견학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GCF 사무국 직원들을 강연자로 초빙해 국제기구에 대한 설명회도 주기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며 “향후 아이타워에 들어서는 각종 국제기구들을 모두 묶어 견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 UN기탁도서관 견학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행사 종료 후 함께 모여 사진을 촬영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지역 주민들도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국제도시의 소프트웨어는 결국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한편, 송도는 지난해 GCF 사무국 유치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환경 분야의 세계은행’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국제기구 중 하나인 GCF는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국제금융기구이다. 임시 사무국은 현재 독일 본에 있지만 올 6~7월 정도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정식으로 둥지를 틀 예정이다.

GCF사무국을 필두로 인천에는 각종 국제기구가 하나둘 들어서게 된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소규모의 국제기구가 약 30여 개 정도 있는데, 이 중 약 10여 개가 송도국제도시에 있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 대형 국제본부인 GCF사무국이 정식으로 입주하게 되면 세계은행 한국 지점이나 녹색 환경 및 금융 관련 국제기구가 추가로 따라 들어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경제적 효과도 긍정적으로 전망된다. GCF가 입주함에 따라 녹색산업 관련 업종과 함께 컨벤션 산업의 발전을 기대해볼 수 있으며, GCF 사무국 취업이나 관련 부문 창업 등의 상당한 수준의 고용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GCF사무국과 함께 UN기탁도서관이 입주하게 될 송도 아이타워의 이미지. 송도는 이 밖에도 세계은행 한국사무소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등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진=인천경제자유구역청)

국제도시 송도의 소프트웨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특히, 교육 분야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해 인천 연수구가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된 데 이어 한국뉴욕주립대학교를 비롯해 미국 조지메이슨대, 벨기에 겐트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등 해외의 명문학교들이 이제 송도의 글로벌대학 캠퍼스 내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또 국제도시의 필수요건인 국제병원도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송도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약 800명이지만, GCF등 다양한 국제기구 및 관련시설이 자리잡게 되면 최대 8,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의료 서비스 개선을 위해 영어로 진찰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설립한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 외국인들의 편의성을 고려해 영문 표지판을 설치하는 한편, 보행자들이 쉽고 빠르게 간판을 읽고 이용할 수 있도록 가로 중심의 간판을 권장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공보문화과의 이상곤 담당자는 “향후 송도국제도시를 중심으로 UN 및 국제기구의 집적화를 진행해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세계은행 한국사무소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등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초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며, 그 목표를 향해 조금씩 전열을 정비해나가고 있는 송도에 거는 기대가 사뭇 남다르다. 국제도시로 성장해가는 과정에 있어서 인프라 못지않게 중요한 건 바로 도시를 이루며 살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가짐과 태도일 것이다. 국제 시민의 위상에 걸맞는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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