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연합 방송으로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게 목표입니다”

이준재 수원남문방송(SNBC) 국장(불패 DJ)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근래 우리나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현대인들의 생활에 변화들이 감지됐다. 일상은 훨씬 더 편해졌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금액만 지불한다면 거의 모든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반면,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인해 수백년 간 이어져 내려오던 전통시장은 시설의 노후화, 대형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의시설, 구태의연한 상인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고객 수는 물론이고 매출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통시장은 전국에 450여 곳이 있다고 한다. 그중 경기도의 수부도시 수원은 22개의 시장이 형성되어있을 정도로 유달리 전통시장이 많은 도시이다. 조선 정조 임금이 계획 도시 수원을 건설한 이래 팔달문 시장은 200여 년을 훌쩍 뛰어넘는 역사가 이어져 내려왔고, 특히 남문시장으로 통칭해 불리는 9개 시장(구천동공구상가·남문로데오·남문패션1번가·못골종합·미나리광·시민상가·영동·지동·팔달문시장)은 80~90년대에 엄청난 호황기를 맞이하며 통행조차 불편할 정도로 사람이 붐비는 초대형 상권이었다. 그러나 이후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의 입점으로 상당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 9개 시장은 각각의 특화된 주력 상품들을 선보였고, 경기도와 수원시에서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을 진행했으며, 상인 모두가 연합해 지대한 노력을 쏟은 끝에 시장의 활력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어 그 미래가 기대되는 곳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지역시장 방송인 ‘SNBC’, 수원 남문방송이 있다. 수원 남문방송은 08년 못골시장, 09년 팔달문시장에서 발원해, 2017년 7월에 남문 9개 시장이 뭉쳐서 만든 ‘SNBC’로 통합되어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이준재 수원남문방송 국장은 SNBC가 개국할 때부터 방송국을 총괄·주도해온 인물이다. 그는 본래 고향이 광주지만 청춘의 시기에 수원으로 건너와 시장에서 가게를 열어 제2의 고향처럼 정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방송국을 구성하는 모든 인원들이 시장 상인이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는 것 같다”며, “이젠 전통시장도 변화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방송도 그 일환 중 하나인 만큼 앞으로도 시장의 발전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전통시장에서 가게 운영하는 사장님이 DJ로 활동 
저의 좌우명은 ‘항상 감사하며 배려하자’ 입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56년생으로 만 65세가 된 이준재라고 합니다. 고향은 광주광역시로 초·중·고 모두 광주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군대 제대 후 광주에 있기보다 막연히 상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연한 기회에 수원에 오게 되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팔달문 시장에 가게를 열게 되었는데, 그렇게 40년이 넘는 세월을 시장에서 일하다 보니 수원에 정착하게 되었네요.

수원남문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80~90년대까지만해도 수원 전통시장, 특히 남문시장은 전국 5대 상권으로 들어갈 정도로 엄청난 호황을 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2003년 애경백화점이 들어오고 전통시장들이 조금씩 타격을 입게 되었는데요. 2009년에 수원에 있는 시장들이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주관하는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지정되면서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큰 계기는 상인들이 서로 정보교환도 하고 교류하면서 매출향상 방법을 고민해도 모자랄 당시 상황에서 시장에 있는 상인들 사이에 교류가 없고 자신들의 벌이에만 집중하는 세태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시장이란 것이 모두가 살아야 자신의 가게도 같이 살아갈 수 있는데 말이죠. 덧붙여 방송이란 것을 통해 지저분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구태한 전통시장 상인의 이미지를 벗어나자’라는 생각을 크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에 발맞춰서 전통시장도 그 변화에 적응해 따라가야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죠.
2008년 수원 못골시장에서 ‘못골 온에어’라는 이름으로 방송한 것을 출발점으로 이것이 매출 향상, 고객과의 유대 등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자 2009년에 팔달문시장 방송이 만들어졌고, 2017년 7월 1일에 마침내 9개 시장이 연합해 수원 남문방송을 창설하게 되었습니다. 방송을 열심히 하다보니 어느덧 남문방송도 연차가 벌써 5년이나 되었네요.

방송국 구성 및 현황에 대해 알고 싶다.
남문방송은 2017년 7월 1일, 9개 시장 1400개 매장이 주체가 되어 창립한 이래로 주마다 2번 월요일과 목요일 12시~14시에 보이는 라디오 형식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건물은 팔달문고객센터 3층에 있구요.
또한, 나름대로 조직과 체계도 갖춰서 방송 조직 내에 기자부-방송부-기획부로 나눠져 있고, 움직일 수 있는 이동형 카메라도 2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직 구성원들은 모두가 상인들입니다. 방송은 9개 시장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전광판으로 시청할 수 있구요. 이외에도 스피커로 청취, 혹은 전용 어플이나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시청이 가능합니다.

남문방송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가장 큰 특징은 고객분들이 직접 참여 가능한 방송이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전통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11명의 DJ가 각각 본인들의 개성과 관심사에 맞게 특화된 주제로 방송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요. 그런 만큼 매번 색다른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고, 때때로 고객분들이 방송국에 찾아와 음료수를 사주신다든지, 심지어는 방송을 같이 진행한 적도 있어 이는 다른 보이는 라디오와 차별화된 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라디오를 통해 매장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9개 시장 영상과 행사 관련 사항을 전하기도 합니다. 홍보가 필요한 시정이나 예술문화 관련 소식 등이 있으면 관과 연계해 소식을 알리기도 하는데요. 물론 이 과정에서 행사취재를 나가기도 하고, 초대 손님을 모셔와 인터뷰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있는 시장들에 남문 방송국이 소문이 나면서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온 경우도 많았는데요. 안타깝게도 모두 성과가 좋지 않아 현재는 시장이 운영하는 방송국이 저희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방송국을 운영하는 주체가 바로 상인들인데요. DJ들 중에서 몇몇은 방송을 하기 위해 가게를 잠시 닫고 방송을 진행하러 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정말 어떤 대가도 받지 않고 오로지 열정과 노고로 봉사해주시고 있어서 개인적인 마음으론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방송을 제작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는데요. 한가지만 소개하자면,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수원 경찰 중에 경위 직책을 맡고 있던 분이 시낭송을 취미생활로 하고 있어 방송에 몇 번 출연시켜 시낭송을 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다른 경찰분들도 방송하게 해달라고 했었구요.
덧붙여 시장이 넓기에 미아나 치매노인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은데요. 이런 경우에는 방송시간과 관계없이 그 즉시 방송을 내보내 찾아준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여담이지만 방송국을 창설하고 시작할 때, 시장 상인들의 반대가 엄청 거셌습니다. 직접 스튜디오에 찾아와서 항의한 분들도 계셨는데, 충분히 이해시키려고 노력한 끝에 이젠 반대하는 분들도 없고, 오히려 방송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는 상인들도 생겨났죠.

앞으로의 계획은.
근래 어린 친구들의 장래희망이 유튜버라고 할 정도로 미래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희가 팔달문시장, 못골시장에서 성공했고 이를 관에서도 인정을 해주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9개 시장뿐만 아니라 22개 시장이 연합해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것이 제 계획입니다.
전통시장이 활성화되어야 수원경제가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DJ들도 더 뽑을 예정이구요. 이를 통해 방송을 더욱 활성화하고 앞으로 시장을 지킬 젊은 상인들과 함께 전통시장에 활력을 지속적으로 불어넣고 싶은 것이 제 목표입니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4차산업으로 세상이 더욱 빠르게 현대화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많은 예산을 들여 전통시장 개선에 노력하고 있고, 저희 또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상인들에게 서비스, 고객관리 등과 같은 교육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남문에 9개의 시장이 있는데 주차장이 딱 한 곳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주차문제가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매우 어려움이 많습니다.
시에서나 관에서도 시장과 연계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는 있는데 아직도 부족해 보이는 점들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방송을 통해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무던히 노력하고자 합니다.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니 9개 시장 많이 애용해주시고, 방송이 멈추지 않을 수 있도록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좌우명은.
‘항상 감사하며 배려하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저의 신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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