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 만드는게 궁극적 목표”

전윤경 제26회 나혜석 미술대전 최우수상 수상자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전윤경 제26회 나혜석 미술대전 최우수상 수상자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누구에게나 좋은 추억이든 부정적인 기억이든 잊지 못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릴수록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좋았던 추억을 회상하며 살아간다’는 구절처럼 인간에게 있어 경험과 기억이란 한 사람의 세계를 형성하는데 전부라 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유일의 여성 미술공모 대전으로서 올해 26회째를 맞는 나혜석 미술대전에 해마다 지속적으로 도전해 이번에 드디어 최우수상에 선정되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작가가 있다. 바로 비구상 작품을 투명 수채화의 빛과 불투명 수채화 색을 적절히 혼합해 만든 ‘공간의 미학’을 출품한 전윤경 작가이다.

전윤경 작가는 학창시절부터 글과 그림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학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림 그리는 그 자체를 좋아해서 늘 작품을 만들며 지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았던 경험이 너무 행복했고 지금도 그리워하고 있으며 그 기억으로 인하여 수채화를 통해 자연의 나무와 꽃을 소재로 삼은 그림을 자주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전 작가는 “이번 공간의 미학을 그리면서 제 인생에 대해 다시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고, 공간이란 소재와 시간을 접목해 ‘과거-현재-미래’를 그려보자고 생각했다”며 “네모난 도시의 건물들과 여러 갈래의 도로를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제 인생의 길들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전윤경이라고 합니다. 어린 시절을 경기도 화성시 남양에서 지내 초·중·고를 다 남양에서 나왔고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지금도 자연을 동경하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수원과의 인연은 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수원에 자리 잡고 결혼 후에는 아이들을 키우다가 시간적 여유가 좀 생기면서 비교적 늦은 30대 중·후반에 미술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문화센터,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 미술강사로 일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는 사단법인 경기수채화협회 및 군포어울림 회원으로써 신년전 및 명품전 등 매년 정기적인 협회전을 통해 작품활동을 하고있으며 나혜석 미술대전 및 대한민국 미술대전 등에 꾸준히 작품을 출품하고 있습니다. 나혜석 미술대전에도 다년간 출품하여 입선 및 특선을 수상하셨으며 이번에 최우수상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 미술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학창시절 좋아하는 글이나 시가 있으면 따로 노트에 적어 나만의 시집을 만들곤 했는데요. 그 시집에는 물론 나름대로 글과 어울리는 그림도 그리면서 꿈을 키워나갔습니다. 그림을 따로 배우지는 않았고 특별한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림 그리는 그 자체를 좋아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격에 전공은 유아교육을 선택했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오랜 시간 동안 늘 제 벗이자 취미는 미술이었습니다.
이렇듯 늘 미술은 제 곁에 있었고, 우연한 기회로 아이들을 위한 미술프로그램 집필 과정에 참여하며 새로운 미술 재료나 여러 기법들을 접할 때마다 아이들보다 더 많은 호기심과 흥미를 가졌습니다.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미술놀이로 표현해 볼 수 있도록 지도하면서 이제는 저의 생각과 마음도 작품으로 표현해 보고자 화실을 찾게 되었고,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했던 미술활동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작품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제26회 나혜석미술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소감은.
나혜석 미술대전에서 최우수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나혜석 미술대전이라는 등용문을 통해 화가로써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심에 감사드리고, 최선을 다한 만큼 제게 있어서는 최선의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 수채화로 평소에 어떤 작품을 만드는지.
앞서 말했듯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인해 저는 지금도 늘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각박한 현실에서 도시의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자연을 동경하며 자연 속에서 편안함과 휴식을 찾는 것이 제겐 당연한 일이 되었죠.
그래서 제가 만드는 작품도 주로 자연을 주제로 한 것들을 많이 담곤 합니다. 숲이나 나무를 표현하기도 하고 예쁜 꽃들을 비구상 수채화로 담아 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고 자주 그리는 것으로 수국을 꼽을 수 있는데요. 특히 어머니가 수국을 좋아하셨고, 저에게 수국이란 단순히 꽃 이상의 의미인데요. 자연 속에서 가족들과 함께 재밌게 살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자 찬란했던 순간 그 하나하나에 대한 그리움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함께 제 인생의 한 부분을 상징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해 더 애정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제26회 나혜석 미술대전 최우수상 수상자인 전윤경 작가의 ‘공간의 미학’
제26회 나혜석 미술대전 최우수상 수상자인 전윤경 작가의 ‘공간의 미학’

▲ 최우수작 ‘공간의 미학’에서 사용한 기법과 작품 해석을 부탁드린다.
추상표현주의(액션페인팅)기법을 접목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액션페인팅이란 완성된 작품의 결과물로써 미적인 가치를 추구하기보다는 현장의 장에서 표출하는 행위에 가치를 두는 기법으로 그림의 형식보다는 그리는 행위를 중시합니다. 물감을 뿌리는 행위로 불규칙적인 점과 선을 만들어 제 개인의 내면을 표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액션페인팅 기법을 살려 출품한 ‘공간의 미학’이라는 작품은 우리들의 인생의 모든 것들은 공간 안에서 과거, 현재, 미래가 존재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요. 공간의 미학에서는 색채에 비유해 시간 순서대로 파랑은 과거(행복했던 시절), 빨강은 현재(열정적인 삶), 노랑을 미래(밝은 앞날에 대한 희망)로 분류해 저의 마음을 표현하였으며 작은 네모는 도시에 사는 건물들의 빼곡함을 표현했고, 굵고 가는 선들은 제 삶의 중요도인 인생의 길을, 액션페인팅으로 표현된 수많은 점과 선들은 내 기억에 남아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삶의 길들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 ‘공간’이란 주제에 영감을 얻게 된 계기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생활공간은 도시라는 물리적 공간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공간,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적 공간 등 다양한 공간들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화지라는 회화적 평면 공간 위에 도시의 수없이 많은 건물과 수없이 많은 도로라는 물리적 공간을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과거와 현재, 앞으로 살아갈 미래라는 시간적 공간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라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 예술가의 꿈을 꾸는 후배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혜석 미술대전 같은 대회를 통해 정식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도 열려 있습니다. 수원에서 개최되는 나혜석 미술대전을 통해 취미생활로서의 미술에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에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전시회를 하다 보면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묻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물론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렸는지를 듣는다면 그 작품을 이해 하는데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예술 작품은 작가의 의도를 표출하는 것에만 의미를 두지 않는 분야라고 느낍니다. 
그 이유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 따라 작품에 대한 재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작품에 다가설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아닐까 싶네요.

▲ 좌우명은.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순간의 선택으로 다른 길이 펼쳐지겠지만, 매 순간 제가 하는 선택이 최선이 되기를 바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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