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다

                                                       이경화

시를 쓰면
헤라클레스보다
더 큰 힘을 가진다
칼로 물을 벨 수 있고
바람을 가르는 힘

광활한 눈빛
가슴으로 헤집고 들어와
사물이 하나둘씩
머리에 접혀든다

푸른 하늘을
삼원색으로
무지개를 띄우고
백합에 가시를 달아
넝쿨 속에 띄우고
장미를 패랭이꽃과
난장이를 피운다

넓은 바다를 검게 만들어
온갖 색깔 집어 삼켜도
원색을 한올 한올 뽑아
생각이 현실이 되는 마법
이런 행동을 보면서
머리 위로 손가락이
휘휘 돌아가는
맨날 구름을 걷는 나

 

2013년 《수원문학》 시 부문 신인상, 경기도 한마음 백일장 대상

《한국시학》 시 부문 신인상, 《수원문학》 자랑스러운 문학인상 수상

경기문학인상 수상, 시집 『고목나무에 핀 새순』 홍재문학상 수상

 

시평(詩評)

9월은 절기상 시 쓰기 좋은 계절이다. 그래서 시인은 ‘시를 쓰면 헤라클레스보다

더 큰 힘을 가진다‘ 했다. 헤라클레스는 문학과 예술의 관점에서 보면 키는 보통이지만 힘이 엄청 세다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헤라클레스보다 더 큰 힘을 가진다니 시의 힘이 얼마나 위대하고 장엄한지 시를 통해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를 쓰기 위한 상상력은 어쩌면 우주보다도 넓고 무한대임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시인들은 광활한 눈빛으로 우주 만물을 끌어 모으고 머릿속에서 다듬고 손질하여 한 편의 시로 탄생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시인은 시 쓰기 좋은 계절에 독자들에게 읽기 좋은 시를 선보이며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는 시의 대중화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 정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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