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무릎을 탁하고 치게 만드는 대하소설을 쓰는 것이 꿈입니다”

이성수 소설가(수원문인협회 소설분과위원장)
이성수 소설가(수원문인협회 소설분과위원장)

‘언어(言語)’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위한 매개체로 활용됐다. 또한, 사람마다 각기 다른 단어 선택과 화법으로 글을 쓰고 대화하는데, 혹자는 “사람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을 유심히 보라”라는 조언을 해주기도 할 만큼 한 인간의 내면이 깃들어 있는 것이 바로 언어다.
이런 언어를 이용해 사실이 아닌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 현실을 풍자하고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이 바로 ‘소설(小說)’이다. 1800년 전, 로마의 철학자인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가 쓴 인류 최초의 소설 『황금 당나귀』가 세상에 알려진 이래, 지금까지도 읽히고 만들어지고 있으므로, 그 가치와 위상이 매우 공고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인 이성수 소설가는 본업이 엔지니어라는 매우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대학 전공도 공학이었기에 전공을 살려 일하다가, 어느 날 학창시절에 본인이 적었던 소설을 읽으면서 글에 재능이 있는 것을 깨닫고, 취미 삼아 써본 것이 호응을 얻으면서 소설가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고 밝혔다. 그 후로 소설은 물론이고 신문 칼럼을 쓰기도 하고, TV방송 출연 등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했다.
이성수 작가는 인터뷰 중간에 “우연한 기회에 접했던 소설이 공허했던 40대의 내게 제2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며, “향후 인간의 내면을 성찰할 수 있는 멋진 대하소설을 집필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소설을 쓸 때 역사와 사회의 모순에서 영감 얻어
소설은 자신의 내면을 숨김없이 글로 드러내야 합니다

 

▲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소설작가이자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는 이성수입니다. 전북 고창이 고향이며, 고향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광주광역시에 소재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당시 광주에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습니다. 직장 때문에 상경하여 전공을 살려 제조회사에 근무하다가 창업을 위해 퇴직했습니다. 이후 사업에 실패하고 ㈜천일건축엔지니어링에 입사하여 현재는 안성 건설현장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 한규봉 회장님과 한용택 부회장님의 배려와 지원으로 장편소설 "꼼수", "혼돈의 계절", "구수내와 개갑장터의 들꽃", "칠십일의 비밀"을 발표했으며, 단편소설 "신기루 공주", "엄마의 늪" 등을 다수 발표했죠. 또 경기신문 등에서 필진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전주 KBS 방송프로그램 등을 수차례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해군본부에서 발행하는 해군지에 소설 "일그러지는 수평선"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친구가 유명 시인이었는데요. 평소에 그 친구를 동경했었습니다. 글을 유려하게 쓰고 말도 잘하는 친구가 부러웠으니까요. 하지만 생업에 열중하느라 관심을 두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중학교 3학년 때, 제가 좋아하는 여학생을 놓고 쓴 소설 아닌 소설을 우연히 발견하고 읽었습니다. ‘제법 글을 잘 쓰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취미 삼아 조금씩 글쓰기가 시작되었죠.
신기하게도 장편소설이 술술 써졌습니다, 혼자 보기가 아까워 고교 동창회 카페에 올렸습니다. 관심이 대단하더라고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아마추어작가들이 작품을 올리는 싸이트에 포스팅하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조회 베스트에 선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생업에 힘겨워 텅 빈 삶을 살았던 제게 새로운 영혼이 깃드는 것 같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소설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소설가가 되었으니, 큰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저는 기독교인인데요. 하나님이 주신 은혜라고 감사히 여기며 직장인으로서 소설가로서 충실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 소설가로 등단했을 때 감회는.
엔지니어로 살아왔고 지금도 엔지니어로 살고 있지만, 엔지니어는 시야가 좁고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글쓰기를 시작하고부터 새로운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등단했지만, 당시의 기쁨이 생생합니다. 

▲ 글을 작성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소설을 쓸 때 영감은 많은 독서를 통해 얻기도 하지만, 주로 역사와 사회의 모순에서 얻고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쓸모없는 것들에서 영감을 얻고 있으며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멍을 때리기도 하고 이곳저곳을 서성거리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얻어지지 않으면 단골로 다니는 사우나에 갑니다. 여러 탕 중에서도 편백나무로 만든 탕에 몸을 내맡기곤 하는데요. 이곳에서 몸을 녹이고 있으면 많은 잡상들이 사라지고 어휘나 문장은 물론 소설 줄거리까지 떠오릅니다. 하하하 이렇게 어느 순간 영감이 떠오르면 세상을 다 얻는 기분이 들고, 그런 기분을 얻으려 매번 사유하고 번뇌하면서 글을 써가고 있습니다. 

▲ 소설을 집필할 때 철학이 있다면.
소설은 허구를 통해 진실을 탐구하고 추구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부조리 속에서 이치와 질서를 찾고 모순을 해결하려는 과정이라고 여기는데요. 저도 소설가로서 심사를 해보고 각양각색의 작품을 접하면서 자신의 영혼을 담고 육즙을 뽑아내 놓은 글이 감동을 주더라고요. 그렇기에 소설은 허구를 그리고는 있지만, 역설적으로 묘사와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내면을 숨김없이 글로 드러내야 한다는 뜻이죠. 

▲ 소설가의 관점에서 문학의 매력은.
작품 속 인물이 되면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설을 비롯해 각종 매체는 영상이나 글을 통해 각기 다른 스토리를 보여주죠. 이런 이야기들에 몰입하고 그 속에 들어가면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를 하면 인간의 내면을 살피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집니다. 또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 문학도의 길을 걸어가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예전에 영종도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요. 영종도 초입 간척사업 현장을 봤습니다. 드넓은 바다였습니다. 밀물 때는 바다이고 썰물 때 비로소 갯벌이 드러났습니다. 어떤 때는 덤프트럭이 두 대가 보일 때가 있고 세대가 보였습니다. 공사 진행이 답답했습니다. 그러다 몇 년 후에 그 현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다가 메워져서 건물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놀라웠죠. 이를 통해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시간은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하루에 한 페이지씩만 써도 일 년이면 365페이지의 분량이 나오고 이는 장편소설 한 권의 분량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합니다. 소설을 쓰고 싶다면 무작정 써보세요. 노력하면 길은 반드시 나타납니다. 

▲ 문학인으로서 처우에 대해 아쉬운 점은.
요즘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책을 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문학 관련 종사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적습니다. 물론 시대적 환경입니다. 하지만 성공한 콘텐츠는 스토리가 입혀졌기에 더 큰 감동과 흥미를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작가들의 집필 환경이 나아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한 인간의 내면을 끄집어내서 무릎을 탁하고 치게 만드는 대하소설을 쓰는 것이 꿈입니다. 

▲ 좌우명은.
지혜의 왕자 솔로몬이 말한 유명한 구절이 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매 순간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고, 행복해지려고 글쓰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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