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대표 명문사학으로 대한민국 최고 인재양성에 힘쓰겠습니다"

어경찬 양서고등학교 이사장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어경찬 양서고등학교 이사장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흔히들 곧 있으면 ‘100세 시대’가 도래한다고 세간에서 이야기들을 자주 한다. 그만큼 현대의 풍족한 삶과 의학 기술의 발전은 비약적으로 수명을 늘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렇듯 인생이란 아득히 먼 길을 걸어가야 하는 인간에게 교육은 필수 요소이다. 영국의 인류학자였던 존 러보크는 “교육은 학교를 졸업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일생 동안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라는 구절을 남겼다. 인간은 끊임없이 경험하고 배워야하는 존재이며 이를 통해 점차 지식이 쌓이고 지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점점 더 발전하고 하나의 인격체로써 성숙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경찬 양서고등학교 이사장은 1939년생으로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발전을 생생히 목격한 원로이다. 그는 대학 진학이 흔하지 않던 시기에 양평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행정학과에 입학할 정도로 비범한 인물이었다. 그 후 서울에서 건축과 관련된 사업을 일궜다가 고향에 있던 하나뿐인 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를 인수. 양서고등학교를 설립해 숱한 시련들이 있었지만 잘 이겨내면서 지금까지 이끌어왔고, 이제는 서울에 있는 명문대 학생들을 다수 배출해내는 ‘명품’ 고등학교로써 입지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어 이사장은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외면할 수 없어 무작정 학교를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설립한 이래 지난 40년을 학교 발전을 위해 헌신해왔다”면서 “사랑·용기·희망이라는 건학이념을 새기고 계속해서 학생들을 위해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 지나오신 삶에 대해 들려주신다면.

저는 1939년 양평에서 태어나 6·25전쟁과 4‧19혁명이 발생한 와중에도 꿋꿋하게 초·중·고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연세대에 행정학과에 입학했고 졸업 후 서울에 주공아파트만 있던 시절에 저는 강남의 소재지인 논현동, 삼성동에 연립주택을 지어 건물을 매매·임대하는 건축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고향으로 돌아와 양서고를 설립했고 학교의 설립자로서 교육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한양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기도 했죠.

학교를 운영하다 보니 경제발전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과 사회 인식이 서울과 같은 대도시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껴 도의원 출마를 결심해 제3, 4, 5대 경기도의원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임기 내에 식수원 댐 이전과 같은 환경문제와 관련해 투쟁했습니다.

▲ 양서고등학교를 설립하게 된 취지는 무엇이었나.

건축일을 계속하며 지내던 1976년, 한국전쟁 이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제 고향에 있는 학교가 큰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본래 양평군 양서면에는 정규 중·고등학교가 없었고 대신 양서농예기술학교가 그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었죠.

양서농예기술학교는 정규학교가 아니었기 때문에 시설이 매우 열악했고 인근에 정규 중학교가 설립되면서 폐교할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분명히 보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해, 저는 작은 규모의 학교를 인수하게 됐는데요. 이미 선생님들과 학생들 대다수가 다른 학교로 가버린 상황에서 2명의 선생님과 30명의 학생만 남아있었습니다.

남은 두 선생님은 끝까지 남아 아이들을 지도해 고입 검정고시로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길 바랬고 숙연해진 저는 학교를 어떻게든 살려보기 위해 수원 소재 교육청과 정규학교로 만들기 위한 부지 확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학교설립 인가를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한 끝에 1979년에 드디어 학교 본관이 완공되면서 정규학교 인가를 받게 됐습니다.

학교는 1980년에 첫 개교를 하면서 마침내 역사가 시작됐고 많은 귀인들이 개교식에 참여했으며 동네 주민들도 큰 기쁨과 설렘을 가지고 개교식에 참석해 빛내주었습니다.

제가 양서고를 설립하게 된 취지는 특별히 무언가를 바라고자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나고 자란 고향에서 배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소외되지 않기를 바랬을 뿐이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발전시킨 주체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입니다.

▲ 40여년 동안 오직 교육을 위해 헌신해오셨다.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저의 불도저같은 성격과 꺾이지 않는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사립학교는 공립학교와는 다르게 특수성과 차별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초기에 수없이 고민한 끝에 홍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학생 유치에 나섰고 성과를 얻어냈죠. 하지만 1980년대 중반이 되면서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됨에 따라 도시로 상경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학교의 사정이 어려워졌습니다. 이에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을만한 이점을 만들어내야겠다는 생각에 기숙사를 건립하게 됐고 전국에서 수원 유신고에 이어 두 번째로 기숙사를 운영하는 학교가 됐습니다. 이와 더불어 무료 장학금이라는 파격적인 혜택도 약속했죠.

이에 학교의 사정이 점차 나아졌으며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학교를 알리고 끊임없이 교수법을 공부하고 학생들에게 이를 적용하면서 점차 학교가 안정화되고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우유부단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저의 성격상 해야할 일이라고 마음먹으면 최소한 가부정도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앞뒤 안가리는 성격과 책임감이 오랜 기간 교육을 위해 힘써올 수 있던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 지난 2021년 사재 10억 원을 출연하여 ‘우진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우진 장학재단을 어렵지만 설립한 이유는 본래 장학금을 때마다 주는 방식으로 했었는데요. 주기가 불규칙하다 보니 이런 방식으로는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우리 학교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지원을 하려면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장학재단이 있어야되겠다’고 판단해 설립한 것이죠.

또한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 중에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돈 벌기에 급급해서 직업을 천편일률적으로 선택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분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이런 취지로 년마다 2,800만 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은연 중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죠. 학교를 졸업한 동문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학교가 더 발전해 더 많은 학생을 지원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양서고등학교는 높은 상위권 대학 진학률로 경기도 대표 명문고등학교로 손꼽힌다. 비결은 무엇인지.

선제적 교육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구성원인 학생, 학부모, 그리고 학교에 만족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특히 전교생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가 있다는 점이 굉장한 플러스 요인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점이 있다면 전교생의 70%에 가까운 학생들이 최상위권 대학에 합격했다는 점입니다. 2023학년도 대학 합격자 현황을 보면 서울대 11명, 연세대 19명, 고려대 36명, 의대·치대·한의대·약대가 18명, 경찰대·사관학교 10명, KAIST·POSTECH 13명 등 84명이나 진학했죠.

하지만 저는 아직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학교를 훨씬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농어촌 자율학교로 빛을 보다가 2000년대 후반에 자율형 공립고와 사립고를 신설하면서 기존의 권한들을 전부 몰수한 것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학교가 궤도에 안착해있던 상황이라 일반고임에도 학교가 유지가 됐지만 그래도 동력이 줄어든 것이 매우 아쉽죠.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정부 지원을 받아 기숙사를 더 증축하고 교육환경을 더 개선하고자 합니다.

▲ 4년만에 모든 학생들이 참여한 졸업식을 진행했다. 감회가 남다를듯 한데.

올해 졸업한 학생들의 경우만 하더라도 코로나가 막 창궐할 시기라 입학식도 못하고 중간에 지역대회, 교류 등 거의 갇혀있다시피 했기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학생들이 모여 체육대회도 하고 왕래도 있고 해야하는데 그게 없어졌다가 올해 다시 졸업식을 개방해 감회가 새롭습니다.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방역수칙을 잘 지켜줘서 무사히 졸업식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학생들도 활기가 돌고 전체적으로 학교 분위기가 환기됐죠.

학교라고 해서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활기차고 분위기 좋은 학교를 만들고자 합니다.

▲ 지역사회와의 협력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봉사활동, 김장체험을 하기도 했고 손수 만든 김치를 지역의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1년에 두 번씩 환경개선 운동도 하면서 쓰레기를 줍고 여러 곳에서 봉사활동도 실시했으며, 관광객들이 올 때 가이드 역할도 했습니다. 또 코로나 이전에는 학교 축제를 개최할 때마다 어르신들을 모시면서 같이 축제와 체육활동을 즐기기도 했죠.

▲ 경기도교육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요지는 경기도교육청과 교육당국이 이제는 ‘사립학교에 자율권을 확대해달라’고 건의드리고 싶습니다.

몇 년 사이에 정부와 교육청의 정책으로 인해 사립학교들 또한 대다수가 공립학교화 돼서 특성이나 차별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학교들이 다 비슷하게 된다면 사립학교를 설립한 취지와 목적이 빛을 바라는 것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교과과정-행사에 자율권을 다시 부여해줬으면 합니다. 점차 다시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생각이 듭니다.

▲ 학생, 학부모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은.

양서고의 건학이념이 바로 ‘사랑·용기·희망’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교육 자체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교육 자체가 학생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헌신하고 배움을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용기’가 있어야 고난을 이겨내고 도전함으로써 어떤 것이라도 성취해낼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학교를 다니면서 희망을 키워나가길 바랍니다. 학교를 믿고 와주신 모든 학생, 학부모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 인생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입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하늘에 결과를 맡기자는 뜻입니다.

어경찬 양서고등학교 이사장이 본인의 좌우명이 적혀있는 표구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어경찬 양서고등학교 이사장이 본인의 좌우명이 적혀있는 표구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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