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교육을 위한 ‘조례 제정’으로 서예인 처우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담산 이순금 서예 명인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종이에 붓과 먹물만으로 글자를 적는 서예는 고전적인 멋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전통예술이다. 벼루에 먹을 갈고 붓에 먹을 묻히면서 정성스레 한 획을 써내려갈 때마다 어떤 의미도 존재하지 않았던 도화지는 생명을 얻고 우리에게 큰 의미와 울림을 준다.
물론 붓으로 멋지고 올바르게 글자를 적기 위해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연습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특히 감탄사가 나오는 전문 서예가들의 작품들 이면에는 수많은 먹물 자국들이 담겨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인터뷰에 응한 이순금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한국예술문화명인(진흥회) 경기지회장이자 한국서예협회 용인시지회장은 서당을 운영하면서 서예에 조예가 깊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서예를 시작하면서 농담으로 이정도 열정으로 공부했으면 서울대 진학했을 것 같다라고 말할 정도로 혼신의 노력을 하면서 서예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회상했다. 본래 있던 재능에 노력까지 더해져 각종 공모전 상들을 휩쓸었고 이내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서예대전에 5체(전서, 예서, 행서, 초서, 해서) 특선을 받아 명필5체장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순금 서예가는 현재 서예가들이 설 자리가 많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녀는 "우리의 전통문화인 서예과가 폐과되고 있고 초등학교에서조차 서예를 가르치지 않고 있다"면서 "서예지도자와 관련 조례가 경기도에서도 만들어져 처우가 개선됐으면 한다"라고 소망을 전했다.

▲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담산 이순금이라고 합니다. 67년생으로 올해 57세가 됐는데요. 어린 시절 전북 고창에서 서당을 운영하시면서 서예를 하시는 아버지 곁에서 자랐습니다.
제가 서예가의 길을 걸을 때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고 기뻐하고 격려해 주시고 힘이 되어 주신분이 저희 아버지이십니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공모전 출품하여 대상, 우수상, 상을 휩쓴다고 할 정도로 서예에 미쳐서 글쓰는데에만 매진했죠. 31세에 서예대전(월간서예) 5체 특선으로 명필5체장을 받고 97년 한국서예청년작가전(예술의전당) 선발되어 발표한 경력이 있습니다. 또한, 여러 공모전에서 대상 및 우수상을 받고 38세에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로 심사를 2010년 시작해서 2016, 2022 3회 심사하였고 각종 서예대전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97년부터 서예 학원을 운영했고, 2016년도에 한국예술문화총연합회에서 명인 공고가 있어 지원했다가 선발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예술문화명인에 인증되서 2021년 경기지회장을 올해 연임하게 되었죠.

▲ 서예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영향이 매우 컸습니다. 아버지가 워낙 솜씨가 좋아서 글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당시에는 붓이 귀한 나머지 아버지 곁에서 먹만 갈아주다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아버님과 동기셨습니다. 제가 살던 곳이 시골이라 누군지 다 아는데 전문적으로 서예를 했던 담임선생님이 4학년 때 저를 불러서 "서예를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라고 제안을 해주셔서 과외를 받았었죠. 이후 대회 나가고 상을 받게 되다보니 재미를 붙일 수 있었죠.

▲ 경기도 내 한국문화예술 명인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현황을 알고 싶다. 
2016년도에 지원했었는데요. 서류심사를 처음에 하는데 서류를 160장 정도 넣었던 기억이 납니다. 스크랩하고 상받고 심사했던거 전부 제출하고 심사에서 어느 정도 선발이 되면 실사를 나와 전문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그 후에 작품을 써서 작품심사를 하고 인증 전시를 하게 되죠.
현재 서예는 경기도 내에 제가 유일한 것으로 압니다. 그 외의 지역별로 조금씩 있고 전각, 행초 등 여러 분야가 있습니다. 처음에 서예협회에 홍보분과위원장을 맡고 있었고 2011년, 한국서예협회 용인시지부를 창설해 지부장을 맡았는데요. 97년도부터 수원지부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가 용인에 서예하는 사람이 많은데 단체가 없는 관계로 직접 창립한 것입니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한국예술문화명인 경기도지회 명인은 총 70여 명이 있는데요. 남부쪽은 자수, 조각보, 떡공예 등 비교적 다양한 분야의 명인들이 있고 북부쪽은 나전칠기, 석각 등 공예 관련 명인 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사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명인이라는 타이틀을 대단하게 훨씬 대단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더라구요. 아마 일반 분들은 초대작가라는 것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인 거 같아요. 명인이 되면서 대우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고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소개할 때 서예 명인이라고 소개해주시곤 합니다. 서예 보급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구요.

▲ 4월 경기도청에서 코로나 이후 두 번째 전시전을 진행했다, 소회는.
사실 작년에 첫 "경기명인 꿈을 펼치다"로 용인 포은아트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고 남종섭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님의 도움으로 신 경기도청 전시장에서 두 번째 전시를 하게 되었는데요. 도청 전시장이 보안지역이다보니 외부사람들이 들어오기가 힘들어 접근성이 좋지 않았던 점이 아쉽습니다. 명인분둘의 작품 중 대부분이 공예인 만큼 2층에 전시실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규모가 작았죠. 복도까지 하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관객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전시를 1주일 연장해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님에게 소개해 1년에 한번씩 전시할 수 있도록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 이번 전시회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사랑’, ‘혈구지도’, ‘금옥만당’이라는 세 가지의 키워드가 있었는데요.
‘사랑’은 어떤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우산이 되어주라는 뜻으로 사랑을 우산 모양으로 써봤습니다.
혈구지도(絜矩之道)는 자기를 척도로 삼아 남을 생각하고 살펴서 바른길로 향하게 하는 도리상의 길이라는 고사성어입니다.
요즘 나라가 어수선하다는 것을 느껴서 크게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서 작게는 가정을 다스리는 일까지 혈구지도로 하면 사랑과 평화가 충만할 것이고 천하를 화평하게 만드는 일은 그 나라를 다스리는 데 달려 있다라는 것이죠.
가령 "윗사람이 노인을 노인으로 대접하면 백성들 사이에 효가 살아날 것이고 윗사람이 연장자를 연장자로 대접하면 백성들이 이를 따라할 것이며 윗사람이 고아를 궁휼히 여기면 백성들이 배반하지 않을 것이므로 군자는 혈구지도를 지켜야 할 것이다"라는 의미를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금옥만당(金玉滿堂)은 금옥이 벼슬아치들이 착용하던 금옥관자의 의미로 금옥관자를 착용하는 벼슬아치가 집안에 가득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현명한 신하나 부하가 많다는 의미를 일컫습니다. 다르게는 집에 금과 옥이 가득하다는 의미도 있구요. 나랏일 하시는 분들이 작품을 보고 깨우침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작품 구상을 해보았습니다.

▲ 학교 강의와 서예명인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후학양성에 힘 쓰는 이유는.
초등서예교육이 미술교과 1단원에만 수록되어있을뿐더러 2018년 서예진흥법이 제정되었음에도 큰 변화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와 지방자치시들의 관심 속에 이뤄지고 있는 서예전문강사 지도가 이뤄지는 학교의 수도 많지 않구요. 전국의 초등학생이 서예전문강사에게 지도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서예지도자 양성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시와 도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서예교육 조례가 만들어져서 지원이 되는 곳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경기도에 서예교육 조례가 제정되어 경기도 학생들이 서예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힘쓰고 싶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과 소망은.
전국 초등학교가 6,000여 개소가 되는데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서예교육진흥 조례가 만들어져서 초등학교의 20%만 서예교육을 하더라도 서예가 일자리는 충분히 만들어지게 됩니다. 50% 학교에서 서예교육을 한다고 가정하면 서예교육 지도자는 턱없이 부족하여 서예지도자를 더 많이 양성해야 되겠죠.
현재 서예교육진흥 조례가 만들어진 도시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강원도, 충청남도, 충청북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사천시, 함안군, 익산시 등인데 더 많은 자치단체에서 동 조례를 제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예교육진흥을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고 서예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서예교육 활성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우리 서예인들이 미래 전통문화 계승과 서예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바람이 있다면 초.중.고 교육과정에 필수 과목으로 포함시키는 서예요강을 만들어 발표하여 주 1시간 서예교육을 하도록 정한 중국과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필수과목으로 포함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서예지도자 양성과 조례를 제정하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 경기도민과 수원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예계의 처우가 좀 더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전통 문화중 하나가 서예인데 지금 서예과가 다 폐교되고 서예디자인학과로 다 바뀌었습니다.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서예를 가르치는 수업을 조금만 하더라도 서예과 출신들이 학교 오전에 수업하고 오후에는 학원이나 작업이 가능해 훨씬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조차 안되고 있어 매우 속상합니다. 아무쪼록 하고 싶은 말은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셔서 서예를 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 좌우명은.
"노력을 이기는 재능은 없고 노력을 외면하는 결과도 없다"입니다. 재능만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비록 재능은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한 사람을 이길 수 없습니다. 회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노력하는 만큼 실력도 상승한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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