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높은 가을하늘
바람이 실어다 준
찬란한 오색 단풍
잠시 머문 가을

사랑 한껏 받으며
교태를 떨더니
가을바람에 실려
쓸쓸히 떠나간다.

머물지 못하고
이별하는 운명 앞에
허무를 삼키며
붙잡아 보지만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않다고
자연 따라 떠나는
가을이 머문 자리

 

강양옥 시인
강양옥 시인

약력

1937년생 수도여자사범대학국어국문학과 졸업 1990년 <동양문학>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

수원문학상, 백봉문학상 수상, 경기수필가협회장.

저서 수필집<금빛내리는 계절> <운평선> <추억에 비치다> 시집 <내 영혼의 텃밭에는><사랑초><창밖을 보는 여자> 외 다수

 

시평 詩評

시집 <창밖을 보는 여자>의 저자 강양옥 시인은 수원문인협회 원로로서 수원문학 대상을 받은 작가다. 시인은 수필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시에는 부드러운 내성과 강인함이 묻어있다. 그녀의 강건한 정신세계는 시와 수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녀는 “하늘이 의연한데 눈앞에 다가온 황혼이 세월을 재촉한다”고 말한다. 더 늦기 전에 “마음속 심연에 고인 시들을 건져 올려 은유와 함축으로 승화된 고운 시를 쓰려고 한다” 라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번 시 <가을이 머문자리>에서도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않다고 하며 인생의 쓸쓸함을 표현하고 있다. 머물지 못하고 이별하는 운명 앞에 허무를 삼키며 붙잡아 보지만 자연 따라 떠나는 ‘가을이 머문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일상에서 강양옥시인은 의연하고 바르고 분명하다. 그러하기에 후배 시인들의 표양이 되고 있다. 자연에 순응하는 것은 인생의 도리라고 생각하며 창밖을 바라보며 시상에 젖기도 한다. 우리도 강양옥 시인의 시처럼 올가을에는 좀 더 자연과 함께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과 한마음이 되어 스스로 겸허해지고 더욱 빛났으면 좋겠다. 뚝뚝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거리를 걷고 사색에 잠겨 제대로 인생을 논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좋은 시를 감상하게 해 준 강양옥 시인의 앞날이 보다 더 찬연하게 빛나기를 소망한다.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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