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상으로

아슬아슬 조심조심

오체투지 배밀이

수행의 길 멀어도

고요히 낮은 자세로

나를 찾는 중입니다

 

새벽 숲 돌고 돌아 계곡을 건너가면

물소리엔 물이 되고 새소리엔 새가 되어

어느새 나를 보는 나

거기, 한 점 미물입니다

 

외로운 목을 빼고

순간을 살아내는

느릿한 민달팽이

밑바닥 생을 기어

마침내 알몸의 촉수

그 해탈에 듭니다

 

진순분 시조시인

약력

- 199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 1991년 『문학예술』 시 부문 신인상 당선

- 『안개꽃 은유』 『시간의 세포』 『바람의 뼈를 읽다』 현대시조100인선 『블루 마운틴』

- 『돌아보면 다 꽃입니다』 『익명의 첫 숨』

- 가람시조문학상, 《문학과 비평》 시 부문 문학대상, 한국시조시인협회 본상, 수원예술대상, 윤동주문학상, 올해의시조집상, 시조시학상 본상, 한국시학상, 경기문학인상, 수원문학상 작품상 등 수상

 

시평(詩評)

진순분 시조시인은 강산도 십 년이면 변한다는데 서른 몇 해를 오로지 시조를 위해 한 길을 걸어 온 시조계의 거목이다. 해가 갈수록 깊어 가는 그녀의 시조 세계는 이제 경지에 도달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녀가 우리 수원문인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번 시의 일부에서도 「수행의 길 멀어도 고행의 길 나를 찾는 중이다」 라는 부분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바로 그녀가 걷고 있는 시의 세계 속 자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람으로서 삶의 수행은 필요하지만 결코 만만한 길은 아니다. 진순분 시조시인은 시로서 그 수행의 길에 들어섰다. 그래서 알몸의 촉수로 해탈의 길에 들어선 민달팽이에 시선이 갔을 것이다. 잔잔하면서 따스한 심성을 가졌지만 내면에는 뜨거운 용광로처럼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진순분만의 시 세계는 앞으로도 더욱더 불 타오를 것이다. 외형의 수수함과 안온함으로, 내적인 뜨거움으로 그녀의 시는 더욱 더 승화하고 빛이 날 것이다.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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