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땡볕들이 헤집고 앉은 자리

말없이 저린 상흔 안으로 삭히면서

쓰디쓴 생존의 굴레 온몸으로 견뎠다.

 

유년의 푸른 꿈들 하나둘 상기想起하며

검붉은 민낯 얼굴 시린 세월 품어 안고

그리운 동무들 얼굴 흑백으로 띄운다.

 

뭉클한 얘기 보따리 쩍 하고 벌어지니

굴렁쇠 굴러가고 연줄에 띄운 소원

빼곡히 홍보석으로 영글어서 쏟아진다.

 

반백의 사연들이 꽃처럼 만개하여

빠개진 틈 사이로 ‘훅’하고 바람 불면

노을꽃 눈가의 주름살이 영롱하게 피어난다.

 

약력

2017 『시조사랑』 신인문학상 수상, 대은문학상 수상

2023 계간 『수원문학』 작품상 수상

(현) 수원 소프트테니스(정구)협회장

(사) 한국시조협회 이사, (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사) 수원문인협회 회원,

시조집: 「삶의 여울」, 한국 명시조 선집 등 공저 다수

 

시평 (詩評)

사람에게 외연과 내연이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우리의 시조에서도 분명 외연과 내연의 절묘한 표현이 필요하다. 장금렬의 시조를 읽다 보면 정확하게 시조의 내연을 관조하듯 끌어내어 특별한 시조의 감칠맛을 보여 준다. 그의 시조 작법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닐 터 빛나는 구슬처럼 영롱하게 꿰어서 한 편의 시조를 구사함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석류 속에서 한 편의 전래동화를 읽게 하는 그의 천재적 시조 한 편이 오늘은 더욱 더 눈길을 멈추게 한다. 나날이 발전하는 장금렬 시조가 더욱더 돋보이는 하루이니 빠개진 틈 사이로 주름까지 읽어내는 종장의 표현마저 예사롭지 않다. 바로 이런 재미가 시조를 애호하는 이유라고 보면 지금보다 더 많은 시조 애호가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시인/예당꽃노을 정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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