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사직 현실화에 환자단체 성명…"의료진 복귀·환자중심 의료환경" 촉구
"재발 방지 치료 미뤄지는 동안 암 재발해…원망스럽고 너무 힘들다"

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 및 환자 가족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2.27) / 사진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 및 환자 가족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2.27) / 사진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예고했던 대로 25일 의대 교수들이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 시간 줄이기에 돌입하자 환자단체가 "우리의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희생되어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가중하는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장기화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의료진의 빠른 복귀는 물론이고 양측이 각자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가 아닌, 환자중심의 의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가 함께하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5일 성명서를 내고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더하는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장기화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의료진의 빠른 복귀는 물론이고 양측이 환자 중심의 의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공의가 사라진 병원에서 그나마 교수와 전임의, 간호사 등 남은 의료진이 버텨주어 환자들도 이만큼이나마 버텼지만 이제 교수들마저 떠난다면 환자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자들에 대해 우려하는 지점이 무엇인지도 충분히 이해하며 교수들이 탈진 수준에 다다랐으리라는 점도 짐작되지만, '이해한다'고만 말할 수 없는 것이 환자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19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구급차에서 환자가 이송되는 모습. (2024.02.19) / 사진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사진은 19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구급차에서 환자가 이송되는 모습. (2024.02.19) / 사진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연합회는 "지난 2월20일 응급 수술이나 적시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는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했는데,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31건의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20일까지 9개 소속 환자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환자 불편·피해 사례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31명의 환자가 진료 연기, 취소 등으로 인한 불편이나 불안, 피해를 실제로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 사례 중에는 지난 20일 "남편이 3월 초 공고 항암 치료(암 증상이 사라진 후 재발을 방지하는 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공의 파업으로 입원이 2주가량 미뤄졌다. 기다리다 안되겠다 싶어 급하게 진찰을 받아봤더니 재발됐더라. 원망스럽고 너무 힘들다"라는 내용이다.

환자들은 "의료계와 정부는 정말로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죽어 나가는 상황이 되어서야 이 비상식적인 사태의 종지부를 찍을 셈이냐"라고 반문하며 "우리의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희생되어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 상황에 대해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환자 중심으로 운영된 적이 없었고 이번 의료대란도 그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참극"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1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2024.02.19) / 사진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사진은 1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2024.02.19) / 사진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건설적 협의체 구성' 제안엔 "최악의 극단적 대립 국면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정의 갈등 장기화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의료진의 빠른 복귀는 물론이고 양측이 각자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가 아닌, 환자중심의 의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하면서 환자들에게는 지금 당장 의사들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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