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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대학 2년 선배님께 단체의 문집을 보내드리려고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이가 모르는 분이어서 언제부터 이 번호의 전화를 사용했느냐고 물으니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선배님을 잘 아는 분에게 연락처를 알아내 다시 전화했다. 여자 분이 받으셨다.“이한창 선배님 전화지요?” 하고 물으니“안사람인데 왜 그러시지요?” 라고 반문하셨다.우리문학기림회 발족 30주년 문집을 제작했기에 2년 전까지 함께 활동하신 선배님께 보내드리려고 한다고 했더니 깜짝 놀랄 말씀을 하셨다. 지난 5개월 전에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선배님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 빨리 떠났으리라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몹시 놀랐다. 어떻게 돌아가셨느냐고 여쭈니 혈액 관련 지병 때문이라고 하셨다. 어쩌면 그렇게 빨리 돌아가셨을까. 2년 전, 은사님이 돌아가셨을 때, 선배님이 조문을 왔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모님의 말씀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뭐라고 인사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참으로 허망한 일이
기고ㆍ서통여론
채찬석 수필가
2022.01.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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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 아침이다.정조대왕의 숨결이 들린다.세상에서 작명당한 것들 세상 아닌 이곳으로삼정문란과 세도정치의 뼈아픈 흐느낌소리사람들 사이에 눈물이 난다.숨겼던 발톱을 세우자 올해도 도망가지 않는저 어둠이 있으므로 범 내려간다.어흥, 범 내려간다며 백수의 대왕으로용맹스러운 자태로 어둠의 숨통을 물어뜯어야 하므로분노로 돋아난 어금니가 아니라예지로 돋아난 어금니로정확히 피 한 방울 없이어둠의 숨통 정확히 끊어야 한다.가난이란 이름으로 세월을 보내는 촌로들뒤주에 갇힌 사도세자 영혼가를 부르는가형님의 안부처럼 궁금한 여기는 수원화성호랑이 담배 피우던 날도 있었고영물로 마을도 지켰지만 지금은 어둠과 대적할 호랑이우리도 호랑이 마음으로 어흥, 어흥, 어흥 하면서어둠의 멱을 물어뜯어야 한다.바람의 칼이거나 칼의 바람이거나국방의 도시, 개혁의 도시, 이상의 꿈사악, 고양이의 발톱처럼 지나갔다는 소식아직은 없다임인년 아침에는 호랑이 마음으로가슴으로 햇살을 받으며 위민정책으로 펼친,팔달산! 산하(山河)휴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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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 시인
2022.01.1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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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묘를 참배하며알링턴 국립묘지 무명용사 묘참배하고 돌아가던 길알링턴하우스 언덕 아래잠시 쉬다이곳에 잠든 영혼 참 편한 것 같다무심코 내뱉은 한마디가미국의 자존심으로미국의 영원한 불꽃으로(Eternal Flame)자리 잡은 당신의 묘 앞에다시 떠 올립니다당신의 대통령 취임 연설문 일부를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당신이 꿈꾸는 위대한 미래인류의 아름다운 미래편안하십니까? ※ 안희두 제7시집에 수록 / 알링턴 국립묘지의 알링턴하우스 언덕 아래 존 F. 케네디(1917 - 1963. 11. 22)의 묘가 아내와 함께 있다. 바로 위에 원형의 돌 중앙에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오른쪽으로 내려오면 십자가와 함께 로버트 F. 케네디(1925 - 1968)와 에드워드 M. 케네디(1932 - 2009)의 묘가 있다. 케네디는 저격 한 달 전인 10월 27일 로버트 프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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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두 시조시인
2022.01.1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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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난 건 온 세계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호흡기질병인 코로나시국 때문이었다. 대면수업이 어려워지고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는 Zoom 강의가 끝날 쯤에 지도교수님과 인연 있는 작가의 책을 읽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수업에 그 책의 작가가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늦은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여러 매체를 통해 공부를 계속하는 것은 고추의 매운맛처럼 공부의 강한 중독성 때문일 것이다.그 작가의 말처럼 “모든 글은 결국은 비빔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 결국은 그 재료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작품이 되는 것이다. 해이수작가는 잘 우는 남자다. 내가 그리워했던 바로 그 남자였다. 아주 오래전에 아는 여자에게 어디 잘 우는 남자 없을까? 하고 농담을 건넨 적이 있다. 참 오랜만에 불현 듯 내가 찾던 사람을 생각지도 못한 책 속에서 만났다. 그 남자는 만져지지도 않은 실체로 책 속에서 여러 이유를 달고서 울고 또 울었다. 내가 참고 살았던 울음을 대신 울어주고 있었다. 그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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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주 수필가
2022.01.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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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겨울의 소리가 창문을 흔들고 있다.하고 싶은 말이 왜 그리 많은지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들어달라고 애원하는 듯도 하다가 뾰로통 토라져 투덜거리는 듯도 하다. 계절의 무게만큼 점잖게 있으면 좋겠는데 철이 덜 든 아이처럼 덜그럭 거린다.세월 탓인가 생각하니 어느새 한 살이 더 올라갔다. 새해라는 이름 앞에 그 좋던 시간들은 어디로 갔을까. 거울 앞에 선 초로의 여인이 자꾸만 낯설어 진다. 그 한 살 덕분에 겨울의 소리가 싫지 않고 정겨운 것은 주변에 어린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려나. 한 번은 창문을 내다보며 무슨 일이냐 물어보고 싶어진다.한참을 소란하게 이리저리 두드려 대더니 좀 잠잠해 지는 듯 해서 창문을 열어 본다. 저만치 비스듬하게 비쳐오는 햇살이 반갑다. 햇살은 언제나 조용하고 고고하다. 가끔 심장을 달구기도 하고 따끔하게 꼬집기도 한다. 햇살에겐 무언의 반항이 고작 땀을 내게 하는 일이다. 겨울의 창가에 서서 그런 햇살을 마주하다 보면 아주 어린시절 눈부신 햇살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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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2022.01.1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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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들판을 쏘다니다가그맘때 쯤이면빨간 소를 몰고 오는시골 아이, 바람처럼풀잎처럼돌멩이처럼데굴데굴 굴러다니다가온 몸에 칭칭빨간 노을을 감고 오는 그머언들녘. 충북 영동 출생.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시집 , 가곡 , 작시현재 초등 4ㅡ1 국어활동교과서에 동화 가 수록돼 있음 시평(詩評)이 시는 43년 전 화홍문학 창간호에 실린 동시다. 동시임에도 임인년 새해 첫 달의 1월의 좋은 시로 추천한 이유는 세월 속에 살아 온 어르신 세대들의 어린 시절 추억이 시의 행간마다 송알송알 맺혀 있기 때문이다.이 시를 읽고 있으면 코로나19로 힘들게 살아가는 현 시대의 아픔을 잠시 잊게 하는 카타르시즈와 노스탤지어를 함께 느끼게 하는 마력에 빠진다. 헐벗고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던 시절, 녹색혁명의 과제와 산업화 과정에서 어른들은 일에만 매달렸고 아이들은 절로 나서 절로 자랐던 시대였다.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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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천 시인
2022.01.0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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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비행기“은교야, 어디 있니? 얘가 어디로 갔담?”‘행복한 집’ 마당에서 원장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새끼손가락을 걸고 있다가 얼른 풀었다. 은교는 분홍 대문 안으로 들어가며 자꾸 뒤돌아보았다.이건가?눈빛보석이 처음으로 눈물에 웃음을 섞은 것이다. 우주에서는 아무도 이럴 수 없는데 지구에 살면 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학습한 것일까? 학습이라면 부러워할 일이 아닌 것이다. 학습이 아니기 때문에 우주에서는 아무도 가르쳐 줄 수 없고 배울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지금 은교를 데려간 것은 원장이 아니라 규칙이었다. 항성 주위를 행성이 돌 듯 너가 있으면 내가 너의 주위를 돌아야 하듯 관계라는 규칙이 어디를 가나 설정되어 있었다. 시간과 공간을 지울 수 있는 것은 사랑과 영혼이다.시리우스는 분명히 그렇게 가르쳤다. 그러나 베가와 알테어를 보고 있으면, 시간과 공간이라는 좌표에서 반짝이는 두 점의 슬픈 눈빛만 존재할 뿐이었다. 눈빛보석이 은교의 눈빛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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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작가
2022.01.0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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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좌판의 뱃머리에석양의 삿대를 걸고물고기를 낚는 그녀더위에 지쳐 마른 논바닥처럼 갈라진손바닥 뒷면에 가리어 있는절반의 은혜를 되찾고 있다인적 한적한 골목 모퉁이따스한 햇볕고독한 마음 어루만지고철새들이 날아오니 다정하기만 하다망중한의 시간을 보내며가족을 위한 양식을 구하는 낚싯줄 드리우고세월을 낚고 있다미끼도 없는 바늘에 끌려 나오는 붕어들은혜로 건져 올리는 양식이다 약력2015년 제11회「국제문학」시 부문 신인작가상수상제10회 전국시조 백일장 대상 수상 外 다수2018년 시조시학 신인작품상 수상시조집 : 가슴에 품은 꽃시집: 가슴에 품은 진주 시평(詩評)어느 가을날 숲 속에서 그녀가 활짝 웃고 있다. 어쩌면 그리 해맑을까. 아마도 그녀의 삶이 그녀의 표정을 저리 바꾸어 놓았을 것이다. 그녀의 시도 함께 웃고 있다. 시를 살피니 그녀가 쓴 시어는 깊이와 철학이 묻어난다.< 더위에 지쳐 마른 논바닥처럼 갈라진/ 손바닥 뒷면에 가리어 있는/ 절반의 은혜를 되찾고 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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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유광
2022.01.0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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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님들의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지혜로운 위로의 덕담 중에“불난 가게 장사 잘 된다.”“속 썩이는 자식이 나중에 효도 한다”라고 그러면서 멀리 내다보라고 하셨다. 등 굽은 나무가 묘지 지킨다는 등 아무 근거도 없고 확증도 없지만, 그래도 힘든 일을 당해 주저앉은 사람에게는 커다란 용기를 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나는 45년 전에 가진 돈에 맞춰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의 지하 가게를 얻어 장사를 시작했었다, 주차장이 있는 넓은 1층의 가게 자리는 엄두도 못 냈던 가난한 시절, 그때 다니던 절에 스님께서 내가 쥐띠이니까 컴컴한 지하가 오히려 장사가 잘 될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남들은 지나가는 말로 들을 수 있었겠지만 나에겐 참으로 따뜻한 위로의 덕담이 되었다.막다른 골목에서 용기를 내어 처음 시작한 칼국수 가게, 예상보다도 잘 되었다. 편한 마음으로 의식주 해결하며 아이들 교육비까지 넉넉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도 누군가와 의논할 일이 생기면 항상 긍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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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숙 시인
2022.01.0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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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원칙은첫째어떤 일을 할 것둘째어떤 사람을 사랑할 것셋째어떤 일에 희망을 가질 것이다.-임마누엘 칸트-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력감은 무기력을 만들어 사랑의 감정도 만들지 못합니다.사랑이 없는 곳에서는 희망도 희박해집니다. 내가 전념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희망으로 살아갈 동기를 만들 것입니다.이 메일로 보내 준 메시지다. 새로운 새해에 공감이 가는 말로서 평범하면서도 최고의 메시지란 생각에 올려 본다.지난 한해를 어떻게 살았는지 바빠서 눈코 뜰 새 없었다. 카톡에 답신은 물론 몇몇 지인에게도 안부인사 못했다. 혼자서 있는 시간 남들은 다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것조차 여의치 않아 밥 먹는 일과 간단한 가정 일을 빼고는 무조건 하고 있는 일에 올인을 했다.친정에도 가지 않았고 심지어는 전화도 한 통 여유롭게 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지내기를 두해, 측근에 여유 있는 지인들은 맘 좋게도 나를 이해하는지 웃음을 지으며 ‘바빠서 좋겠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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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2022.01.0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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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일을 추억하며 >뽀얗게 저물어 가는 저녁나절 창밖 멀리 보이는 앙상한 버드나무 가지 위에 까치집이 왜 이다지도 쓸쓸해 보이는 걸까?아직도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해서일까?아니면 몇 시간 전의 가슴앓이 때문일까?두고 오는 아들애의 뒤 어깨를 바라보며 눈물을 안 흘리려 했는데, 지금 차내에서 잔잔한 경음악으로 흐르는 내 슬픔은 더 더욱 감출 수가 없었다.“이 사람아 군대는 다 그런 거야 그럼 호강하면서 군대 생활하는 건 줄 알아?”남편의 위로에 난 더 더욱 서럽게 울고 말았다.아들이 훈련을 마치고 배치된 부대에 두 달 만에 첫 면회를 다녀오는 길이다.강원도 ○○에서 그것도 제일 추울 때 군에 입대해, 제일 센 부대에서 훈련을 받으면서도 “엄마, 걱정은 절대 하지 말라”던 아들 이였다.“이 아들은 씩씩한 대한의 국군입니다.”했었다.공병대대에 배치된 것도 괜찮고, 일이 심한 것도 괜찮다고 했다.남편의 친구분이 일부러 전화해서“정민호 너 군대 가면 아저씨가 잘 있게 해 주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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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자 수필가
2022.01.0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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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의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푸른 신경의 현을 하나씩 자를 때마다 정수리에 걸린 달 속으로 실금이 퍼졌다미치도록 불안한 희열이 끝없이 네 눈동자를 핥는다극단적인 네 눈빛을 사랑해순수하지 못한 날들은 시퍼렇게 질려가고 어떤 색을 섞어도 우리의 계절은 겹치지 않았다 나는 외로운 곳이라서 너의 과거로 태어나야만 했고 늦은 해가 나무를 끌고 넘어가는 각도로 당겨지길 원했다강박으로 섞은 배경에도 너를 멈출 수 없어 열이 들끓었다한 사람이 울며 지나가는 다리 밑에는 그리다 만 꽃이 만발했고 울던 사람이 강으로 번졌다 네 이름을 부르는 것을 표절이라 했을 때에도 꽃의 동경은 무너지지 않았다눈빛은 균열 속에서도 배경 없이 찬란하다 너의 매화를, 사랑했을까 표절했을까 약력2006년 「서시」 등단. 시집 「나비야, 나야」 「빨강해」.저서 「윤동주의 시에 나타난 멜랑콜리 연구」.제10회 시산맥작품상, 제16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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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인
2022.01.0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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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고 지고열매가 커가고 익어가고잎이 쪼그라들다 떨어지고발길 뜸해진 옥아파트로 병풍 만들고구름으로 가리고잊은 듯 잊었던 그곳에소식한번 없어도언제나 잘있냐던어머니는따슷하게 지핀 아궁이를걸어두었다옥상이 보이는저 하늘에 약력1959년 전북 정읍 출생,방송통신대학교국어국문학과 졸업수원대 미술대학원 조형학과 졸업,2000년 월간문학 등단,반작동인, 문인산악회회원,광명문협지부장역임,현)기아자동차 근무,현)서화작가협회 이사,현)수원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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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윤 시인
2021.12.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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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라는 이름으로 그가 서 있다. 그가 서 있는 길목은 가파르고 간혹 움푹 패인 웅덩이도 있다. 누군가 그의 뒤를 쫓아가며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한다. 마음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가는 것일까. 하루가 간다. 또 하루인 날들, 그렇게 몇 번의 하루를 보내고 나면 계절의 넘나듦 속에서 삶의 나이테도 여물어 간다. 무채색의 그가 지나 온 날들은 어떤 색이었을까. 살짝 지나가는 바람에게 물어 본다. 바람은 교태를 부리며 그의 주변을 훑어 내린다. 아니 빙그르르 돌며 유혹을 한다. 마치 세월을 탐닉한 듯 우쭐거리는 듯하다. 별거 아니라는 것, 그까짓 것이라는 것, 그건 세월이 아니다. 그냥 옹이일 뿐이다. 바람도 옹이가 있을까. 교태와 흔들거림, 흐느적거리는 바람. 생각은 어느 만큼의 시간 속에서 꼭 도돌이표를 되새김한다. 그래야만 살 수 있다는 듯이. 그를 지켜보는 한 사람도 물인 양 바람인 양 따라한다.세상은 뒤적거리는 게 아닌가 보다. 하루를 무심히 살고 또 그런 날들을 무심히 포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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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2021.12.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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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래. 맛있는 나락 많이 발견하거라.”비둘기가 다녀가고 콩새가 다녀갔다.“쯧쯧, 많이 굶었구나. 너처럼 예의바른 개를 어떤 인간이 버린 거냐?”유기견이 허기진 모습으로 인사를 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거드름을 피며 길대장이 광장에 나타났다.“너는 어른을 보면 인사할 줄도 모르냐?”천년고독이 한 마디 했다.“내가 왜? 나는 대장이란 말이에요.”앙상한 뼈만 휘청거리지만 골든리트리버를 닮은 유기견이 매서운 눈초리로 버릇없이 말하는 길대장을 찌릿하고 쏘아봤다.“아니 그렇다는 거지 뭐. 천년고독님, 안녕하셔용?”금새 꼬리를 바닥에 깔며 인사했다.“길대장이라고 불러줄 테니 저 아이에게 먹을 것이 있는 곳을 알려 줘.”천년고독은 구슬렀다.“저 개도 나한테 그렇게 불러주면요.”“네가 대장 노릇을 잘 하면 불러 주지.”길대장이 눈치를 살피자, 유기견은 매서운 눈초리를 풀며 대꾸했다. 길고양이와 유기견은 행궁으로 들어갔다.“눈 감고 있어.”유기견은 하라는 대로 했다. 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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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작가
2021.12.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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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대지를 하얗게 덮으며 내린 눈이아침에 흔적도 없다밤새 이불도 없이한뎃잠으로 지샌 시간이라세상을 꽁꽁 얼렸으려니 했으나전혀 그렇지 않은가 보다지금쯤 먼 데 산기슭굴피 집 아랫목엔 관솔불이 타고시린 무릎 맞댄 노부부의 깊은 겨울 얘기가해묵은 전설처럼 시작 됐으련만고단한 목숨줄 일으켜 세우며불씨 하나씩 품고 사는 도심은아직도 신열에 펄펄 끓나보다 ●시평김순천 시인, 그녀가 내게로 왔다. 수원문인협회에서 마음 기댈 곳 없어 허덕일 때 김순천 시인은 보일 듯 안 보일 듯 내게로 왔다. 바로 며칠 전에도 또 그 먼저 며칠 전에도 그랬다. 그녀는 잠도 안자고 수원문인협회를 살펴 준다. 무심코 지나치는 작은 문장에서부터 전체를 아우르는 잡다한 행사 일들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은 수원 문인협회를 지탱해주는 큰 지주역할을 단단히 한다. 가끔 나는 누가 그녀를 우리 수원문인협회에 보내준 것일까 궁금하게 생각할 때가 많다. 참 고맙다. 멋진 여자다. 무어라 찬사를 더 할 필요조차 없는 그녀의 진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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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천 시인
2021.12.2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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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추위에 몸이 움츠러든다. 하지만 저만치서 봄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겨울날의 냉기를 감싸줄 봄이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는 걸 느껴보기 위해 정갈하게 머리를 빗고, 연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앞이 넓게 트인 베란다 창 너머를 응시한다.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도 그 위치나 햇살의 강도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함을 보며 많은 걸 느끼고 깨닫는다.먼 하늘을 바라보니 불현듯 아버지 모습이 떠오른다. 친정아버지에 대해 언제부터인가 연민이 느껴지는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어가나보다. 내 기억 속에서 이미 희미해져 버린, 굳이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 그래서 아버지 제삿날도 아버지를 미워하는 나는 엄마에게 “엄마는 그래도 아버지 제삿날이 돌아오면 잘 차려 드리고 싶으냐.”고 묻기도 했다. 아버지는 어린 내게 첫 기억으로는 철도 공무원이었다. 그래서 열 도 우리는 공짜로 타고 목욕도 철도청에 가서 어린 형제들이랑 함께 갔던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하지만 내가 초등학교에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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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식(수필가·시 낭송가)
2021.12.2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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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걸었습니다.뒷산이 있고 자갈 걷어 만든 조그마한 텃밭이 있고 비뚤어진 산길 넘어 호수 같은 저수지 그곳에 광교산 둘레길이 있고 뾰족함도 딱딱함도 없는 산자락이 예뻐서 사람들 발자국 따라 걷고 있습니다.물속에 잠긴 산 그림자 속에 마음이 머물고 명치끝을 짓누르는 기억들이 스믈스믈 되살아나고 그 물속에 어머니께서 웃고 있었습니다.며칠 전 윤달이라고 문중 산소를 밀례 하여 납골당으로 만들자는 함의 끝에 우리 육 남매도 40여 년 전 돌아가신 부모님을 마지막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모두 모였습니다.큰 포크레인으로 봉분은 허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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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란 수필가
2021.12.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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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빛이 그래.’ 하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천년고독은 춤추는 보석 같은 불꽃에 주눅 들어 입을 스스로 봉인하고 말았다. 눈빛보석은 우울한 기분이 되어 대청마루로 돌아왔다.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눈빛보석에게 말을 하려 하지 않았다.“저어 실은, 날이 밝으면 행궁으로 동물 친구들이 사방에서 구름같이 모일 거야.”아무도 말을 못하자 빠빠라기가 신세를 조금이라도 갚으려고 이 암담한 분위기를 헤쳐 보려 자청하고 나선 것이었다.“사람들이 구경 오지 않는, 행궁이 쉬는 월요일이어서 결성식을 갖기로 했어. 약한 동물들이 힘을 합쳐 보자는 의미가 더 크지. 힘의 구심점이 필요한데 어느 누구에게도 명분이 없었던 거야. 그런데 하나같이 너를 기대하고 있었어.”마음을 많이 쓰고 있는지 말하던 빠빠라기 이마에서 땀이 맺혔다. 그러자 노랑가슴이 날개깃으로 닦아 주었다.“네가 이럴 것 같아서 내가 왕자하고 싶었지만 누구 하나 나를 인정해야 말이지. 고양이들도 내가 자기들의 대장이지 왕자라고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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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작가
2021.12.0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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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 건너오듯천천히 우려내면거기, 메마른 삶젖어드는 단비처럼해맑게꽃잎 피는 소리귀 한 촉 내민다황병숙 시조시인2016년 한국문단 창조문학신문 시조 장원2017년 열린시학 한국동시조 등단열린시학회·두레문학·우리 시(詩)·한국문인선교회 활동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 회원별빛문학회 시부문 우수상자랑스러운 수원문학인상 수상수원문학 창작지원금 시집: '숨길 수 없는 사랑'시평(詩評)기도하는 심정으로, 별꽃같이 맑은 성정으로 시를 쓰는 문인이 있다. 황병숙 시인이 바로 그렇다. 언어의 정갈함이라니 어쩌면 그렇게 시가 고우랴. 거칠고 뭉툭한 시어로 세상을 낚는 사람이 있다면 위 시에서처럼 귀 한 촉 내밀고 세상 어딘가에서 속삭이는 소리, 꽃잎 피는 소리를 들어 주는 시인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정말 살맛나는 세상에는 그런 시인들 모두 함께 시의 텃밭을 가꾸었으면 좋겠다. 그 밭에는 건드리기만 해도 시어가 뭉클뭉클 튀어나와 햇빛만 봐도 시어가 잉태되고 산들바람만 불어도 시의 가지가 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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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숙 시조시인
2021.12.06 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