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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어김없이 자리바꿈을 하였다. 먼 산 어느 산자락에서 불어오는 듯, 얼굴을 스치는 바람결에 포근함이 느껴진다. 봄은 모든 만물을 소생케 한다. 마른나무에 새잎을 돋아나게 한다. 나는 해마다 봄이 되면 새싹이 피어나듯 새로운 꿈을 꾸곤 했다.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다행히 잘하면 타고난 재능이 보여 자신의 노력과 일맥상통하면 참으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내게 있어 시를 한편 한편 외워서 낭송하는 묘미가 주는 행복감은 유일한 낙이자, 나의 숨길이며 공기였다.나는 노래 부르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음정 박자를 못 맞춘다. 노래교실을 다녀보기도 했지만 조금도 발전이 없어서 노래는 포기했다. 그러다 2017년 어느 날, 수원문협 아카데미에서 시낭송 수업이 있다기에 내가 하고 싶고, 동경하던 분야라서 무조건 등록을 하고 수업에 참여를 했다. 그 이후, 이 세상 숨을 제대로 쉬게 해주고 새로운 공기를 새롭게 마시게 해 준 시낭송, 하지만
기고ㆍ서통여론
조경식 수필가
2022.04.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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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보석 목소리다.’ 버스를 타려던 은교가 돌아보았다.“눈빛보석!” 누가 부르자 눈빛보석이 그곳으로 바라보았다.엘리사벳 수녀가 성당 정문 앞에서 미니버스를 타려고 순서를 기다리다가 부른 것이다.‘은교다.’ 엘리사벳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눈빛보석은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은교는 가만히 있고 엘리사벳이 자기에게 흔드는 것으로 알고 손을 흔들어 댔다.“제가 나중에 탈 테니 먼저 타세요.” 은교는 타려다 말고 엘리사벳에게 양보하며 마지막인 원장 뒤로 가 섰다.“먼저 타지 않고.” 원장이 여전히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엄마가 타야 제가 타죠.”“은교라고 했지? 놀러 오렴. 나는 너의 팬이 되기로 했어.” 배웅하던 본당 신부가 웃으며 아는 척을 했다.“감사합니다.” 짧은 인사를 한 은교의 시선은 연신 손을 흔들어 보이는 눈빛보석에게 가 있었다.‘소극장에서 너였구나. 고마워. 모습을 바꿨지만 넌 줄 알았어.’ 눈빛보석도 은교가 자신을 발견하고 맨 뒤로 가 일부러 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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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작가
2022.04.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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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봄의 손길에 닿는 곳마다 고운 모습을 드러내며 방긋거린다.혼자서 살기 어려운 세상 이 봄에는 마음이라도 뭉쳐서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보라는 듯 환한 미소를 뿌리는 듯하다.가는 곳마다 피어 흐드러진 모습이 오가는 사람들에게 환희의 송가를 저절로 부르게 하는 것 같다. 이 봄에 덩달아 나도 지인들과 함께 벚꽃 길을 산책하며 오랜만에 마음의 교감을 나누어 보았다.추운 겨울을 지나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동면의 고비를 넘기며 버텨낸 이 봄 꽃들이 더 화사해 보이는 것은 춥고 힘들고 더디게 지난겨울에 대한 반전의 묘사이리라.벚꽃은 봄, 순결한 처녀의 상징으로 그리스도교 전설에서는 버찌가 마리아의 성복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마리아가 이 열매를 남편인 요셉에게 구애의 표시로 주었을 때 요셉이 거절했으며 그 때 가지가 마리아의 입에까지 처졌다고 하여, 벚꽃은 처녀의 아름다움에 버찌 열매는 천국의 과일로 비유 되었다고 한다. 벚꽃의 꽃말은 교양, 정신미라고 하며 가까운 일본에서는 부와 번영,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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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2022.04.1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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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게 무너져 내린시간이 당신 탓만은 아니다봄 앓이로밤을 하얗게 밝혀눈이 펄펄 끓는다누구나 크고 작은 아픔하나쯤 가슴에 묻고 살지만당신의 고통은 지을 수 없었나토혈을 했는지온통 핏자국이다씻어도 씻어도 흔적당신이 울고 있다이 봄이 가면 아픔도가시리 그 아픔도 약력51년 전남 나주출생, 1992년 등단 한국여성문학인회, 국제펜 한국본부이사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회원 녹색문학상 추천위원, 시집 “작은 자유를 위하여” 외, 여덟 문인 그림전영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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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숙자 시인
2022.04.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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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을 가로막는 벽을 넘으려 애쓴다.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 불가능해 보여도 최선을 다하여 맞부딪치는 용기를 낸다. 하다가 안 된다 할지라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끝없이 도전한다. 불굴의 정신이다. 간절한 마음은 염원이고 꿈이기에 외면할 수가 없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길이다. 바닥에 주저앉아 바닥을 느껴본 사람은 그 바닥이 새로운 발판이 된다는 것을 안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삶, 정신을 지배하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은 삶을 꽃피우게 한다. 오로지 한 방향을 향하고, 막막한 막판에 죽음을 맞대결하는 의지로 결국 이뤄내고야 마는 신념이다.10만분의 1의 희귀병인 선천성 사지 절단 증은 팔다리가 없이 태어나는 사람이다. 그들의 특별한 삶은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전 세계에 몇 명 존재하지 않는 그들은 나름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 반면 건강하고 평범한 사람이 삶은 절망뿐이라고 괴로워하는 이도 있다. 희망은 없다고 죽음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그 속으로 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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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실 수필가
2022.04.0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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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몸으로 삭풍을 이겨낸 님하얀 연등 밝혀 창가에 서있네그대 이름 삼동화(三冬花) 지나는 미풍에도 스러질 듯단 하루라도 님 곁에 머물고 싶어시린 북향을 향해 피는 북향화 첫봄 꽃길 열기 위해백옥 같은 꽃잎 품어 피워낸삼월은 진정 목련의 달 잎눈도 틔우지 못한 채 꽃을 피워낸님의 생은 단 몇 날인 것을애달픈 생 이다지도 짧은가요 봄 햇살 달빛 그리면서사랑으로 찬연한 꽃길 열어주고기쁨으로 눈물지며 져가는 목련화 시평詩評누군가 그 사람을 보고 ‘참 바르게 사는 사람이다’라고 하면 그 사람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까. 조영희 시인은 연륜에 맞게 반듯한 의식을 가진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사람이다. 그는 늘 단정하게 복장을 갖추고 양 옆에 서류가방을 들고, 배우는 자세로 사람을 대한다. 분명 그 서류가방 안에는 시집과 시를 쓰기 위한 메모장과 필기도구가 들어 있을 터, 부단히 시어를 채집하는 그의 눈빛이 살아 있다. 이 번 조영희 시인의 시에는 목련을 심도있는 의식으로 아우르며 자연에 대한 존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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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희 시인
2022.04.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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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건물이 아닐까?” 대두조가 가리키는 곳으로 주교와 신부가 걸어가고 있었다.“마리아를 도와줘.”“알아보겠습니다.” 팔달문 친구들은 사람들의 눈에 띠지 않게 흩어져서 두 사람이 이야기하며 들어간 건물로 따라 들어갔다.“주교님께서 오셨습니다.” 본당 신부가 공연에 앞서 소개하고 있었다. 1층 소극장 안은 피정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여러분의 즐거운 피정은 새로운 시도입니다. 기대가 되니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주교와 원장의 시선이 마주쳤다. 원장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잠깐이나마 주교의 눈빛 속에는 안타까움이 스쳤다.“주교님, 오늘 연극할 ‘행복한 집’ 고아들은 훌륭한 믿음으로 양육되고 있습니다. 주교님과 북수동 형제자매들에게 보여 드리려고 열흘 넘게 열심히 연습해 왔습니다. 마리아 원장님과 저의 작품이니 예쁘게 지켜 봐 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엘리사벳 수녀가 불쑥 설명을 하고 나섰다. 그녀는 이런 기회를 가지려고 그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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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작가
2022.04.0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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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만에 핑계거리를 만들어 칩거를 하고 있다. 얼마간 쭈욱 그럴 생각이다. 마음의 거리두기다. 오르지 못할 허상을 따라 무모한 방황을 하고 있다는 자신에게 마음의 위로라도 할 생각으로 핑계를 댄다. 편안하고 안일한 일상들이 쌓이니 소소한 행복에 싫증을 느낀 오만함이 여기저기 상처로 남아 흔들린다. 너덜너덜한 시간들이 뇌리 속에 여기저기 끼어서 너무 많이 너풀거린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금방 눈치를 챌 일이다. 고르지 못한 상황이 세상에 들켜버리니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도 들고 자포자기 심정도 든다. 그러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것은 바로 그 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니까 라고 생각한다.혼자 있는 집은 편안하다. 그동안 집에 있으면 갇혀 있다는 생각에 탈출하다시피 밤낮으로 나와 다녔는데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니 반전의 생각이 든다. 그저 무엇 하나 걱정이 없어진 느낌이다. 얼마간의 시간을 무소유의 심정으로 보내고 문득 창밖을 보니 오전인데도 하늘이 뿌옇다, 흐린 날씨 탓인지 다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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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2022.04.0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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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먼저 와서 류인서횡단보도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뀔 동안도둑고양이 한 마리 어슬렁어슬렁 도로를 질러갈 동안나 잠시 한눈팔 동안, 꽃 먼저 피고 말았다 쥐똥나무 울타리에는 개나리꽃이탱자나무에는 살구꽃이민들레 톱니진 잎겨드랑이에는 오랑캐꽃이하얗게 붉게 샛노랗게, 뒤죽박죽 앞뒤 없이 꽃피고 말았다 이 환한 봄날 세상천지 난만하게꽃들이 먼저 와서, 피고 말았다 류인서 시인경북 영천출생, 부산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2001년 《시와시학》 등단. 시집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 『여우』 『신호대기』 『놀이터』가 있음. 〈지리산문학상〉〈김춘수시문학상〉 등 수상. 시평(詩評)세상사는 일이 어찌 보면 참으로 녹녹치 않다. 하루 종일 시계바늘에 매달려 돌고 돌다보면 하루가 가고 그리고 일주일이 가고 한 달이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간다. 그만큼 산다는 것이 어려워서 일까.새해를 맞이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2022년도 25%가 지나갔다. 하루 입막음을 위해 산비탈 쪽방 촌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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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서 시인
2022.04.0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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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수원문학에빛으로 오셨습니다. 구석구석까지 비추면서지역문학의 르네상스 시대를열었습니다. 당신은조선 22대 정조대왕 인문학도시를 위해밤낮으로 등불을 피웠습니다.그 정신은 촛불이었습니다. 때로는 천마도처럼 달리고때로는 사자처럼 포효를 하면서몸과 정신을 사무사(思無邪)의올 곧은 신념과 의지로수원문학 미래를 고민해왔습니다. 당신은수원문학과 문학도들의 광야에시들지 않는 문학의 씨앗을 뿌리면서결실의 열매를 탄탄히 맺게 하였습니다. 삶의 가치와 의미를 깨우는문사(文士)들이 차고 넘쳤고,전국 문학지 콘테스트에연속 3년의 최우수지로 빛을 발휘했을 때수원문학에서는영광의 합창소리가 천지를 진동했습니다. 당신은수원문인들의 금자탑을 세우시고겸손함으로다시 문필의 터전과 방향성을끈질기게 창조했습니다. 늘 문학의 긍극의 목적으로 고뇌하던 당신늘 오늘의 문학을 개탄하며자신의 문학을 부끄러워 하셨던 당신항상 문학의 뜰과 텃밭을 가꾸는 당신 이제 당신은수원문학과 문협의 꺼지지 않는영원한 빛으로, 뜨겁게 뜨겁게할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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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본 시인
2022.04.0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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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 서울뉴스통신】 이철수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19년부터 지금까지 델타, 오미크론, 스텔스 오미크론 등으로 진화하며 계속해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학교폭력도 형태가 변화와 진화를 거듭한다는 점에서 바이러스와 결이 같다고 할 수 있다.과거 학교폭력이 단순 폭행, 현금 갈취, 교내 따돌림 등으로 이뤄졌다면 스마트폰의 보급과 코로나19(비대면 수업) 유행 등 사회적 변화에 따라 데이터·기프티콘 선물 강요 카톡감옥(카톡그룹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행위) 떼톡(단체로 카톡을 보내는 행위) SNS 계정 뺏기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수위도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경찰에서는 2014년부터 각 학교마다 학교전담경찰관(SPO)를 배치하여 학교폭력 예방 활동에 집중하고 있으며 학교와 협업하여 신종 학교폭력 유형 및 대응방법 알림서비스, 특별예방 교육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학교폭력은 학생 개인이나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문제임을 인식하고 경찰, 학교
기고ㆍ서통여론
이철수 기자
2022.03.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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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 서울뉴스통신】 이철수 기자 =순천시(시장 허석)는 청년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포용적 청년 정책 추진으로 지속가능한 도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청년이 돌아와 살고 싶은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오늘날 청년들은 심각한 고용 및 실업 문제, 주거비 부담, 부채 증가, 청년 활력 및 자존감 저하에 따른 사회와의 단절, 고립 등 삶 전반에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대도시 집중에 따른 지역 유출은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뿐만 아니라 존속까지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청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세심한 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에 직면했다.이에 순천시는 청년 문화·복지 활동 지원 순천형 창업생태계 조성 청년의 생활안정 및 자립기반 지원 청년센터 운영 및 청년의 다양한 활동 지원 등 청년이 행복한 도시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 중이다.청년이 즐거운 도시, 문화·복지 활동 지원 확대문화와 복지는 기본적으로 청년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다. 순천시는 수도권
기고ㆍ서통여론
이철수 기자
2022.03.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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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냄새를 맡는다어디선가 날아오는 진한 꽃의 향기 향기는 꽃이 봄을 불러들이는 표식이다온몸을 다해 사람들을 끌고 가는 힘의 소리다 벌과 나비가 꽃 위를 빙빙 돈다불안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진 겨울을 떨쳐낸 저 밝은해방의 군무 몇 백 년 전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했다는 만파식적도저렇듯 허공에 널리 퍼지는 진한 향기를 내뿜었으리라만백성을 위해 밀려드는 어둠을 물리쳤으리라 그들이 전신을 다 바친다온몸이 흠뻑 젖은 방호복을 입고 벗는 이마 위에뚜렷하게 찍혀있는 고글 자국과살갗 벗겨진 콧잔등 위에 붙여놓은 반창고 나는 저 진한 향기의 표식에 눈이 뜨거워지고그 꽃들이 내뿜는 향기에 이끌려잃어버린 봄을 찾아가는 사람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투를 벌이는 코로나19 병상에는오늘도 온통 환자들을 위한 누군가만파식적을 불고 있다 약력1962년 전북 남원 출생2006년 [문학선] 등단시집 [도너츠가 구워지는 오후][아몬드를 먹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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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임 시인
2022.03.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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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서문이야, 화서문이라고도 불러.”이 성문은 난공불락처럼 보였다. 바깥문에서 안으로 들어오면 외문과 내문 사이에 꼼짝없이 갇히게 되어 있었다. 돌벽돌로 쌓아 만든 성의 깎아지른 직벽을 따라서 오른쪽으로는 멀리 북문이 보이고 왼쪽은 팔달산 꼭대기로 이어져 올라가고 있었다. 성문 안팎에는 몇 개의 상가 건물이 높이를 달리하며 군데군데 서 있고, 다닥다닥 지붕이 붙다시피 모여 사는 주택가였다. 그다지 복잡하거나 넓지 않은 지역이라 이틀이면 집집이 골목 하나 빠뜨리지 않고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데네브가 이곳에 있을까?’하늘 꼭대기에서 내려오고 있는 해의 위치를 보니 한 시 오 분 삼십이 초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시간 팔달산 너머에 있는 수원역에서는 일단의 사람들이 전철로부터 내리고 있었다.“해성이가 어디로 갈지 모르니 손 꼭 잡고 다녀라.”마리아 원장은 스물두 명의 아이들을 챙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엄마, 2번 출구로 나가야 해요.”은교가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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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작가
2022.03.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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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회전과 자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절을 실어 오고 실어 간다. 지독하게 무덥던 여름을 맛보게 하더니 이제는 찬란한 가을 햇빛과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을 가져다준다. 그뿐인가 가을 햇빛은 단단하고 알찬 결실을 맺어주는 신비로운 마술도 빼놓지 않는다.이렇게 좋은 날에 창밖을 보면 무심한 세월의 소리가 하늘 가득 펼쳐진다. 자유를 꿈꾸며 마음껏 날아다니는 새들이 부럽고 먹이를 찾는 까치들의 자유가 그립다. 한때는 자유분방하게 왕성한 사회활동도 했었고 아프리카 땅까지 밟으며 내외국으로 열심히 여행도 다녔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리를 다치면서 장속에 갇힌 새 신세가 되었다.서럽도록 아름다운 가을날은 나의 생을 주름 잡으며 달려가고 있다. 세월이 가면 완치될 거란 막연한 기대감 속에 행복이란 이름을 심어놓고 기다린다. 이렇게 절실한 바람은 내 생에 몇 번이나 있었을까? 가만히 눈 감고 헤아려본다. 여름의 더위와 가을의 낭만과 겨울의 눈꽃을 감상하며 세 계절을 보내고 있다. 만나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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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옥 수필가
2022.03.2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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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끈 짧은 이맥없는 끈 한 두 줄잡고한 귀퉁이에 매달려애태운 궁상 떤다옛 어른들시대가 어두우면붓으로 소리 두들기며큰 한숨 외치곤 하시었던데요즘 한다는 이너무 따뜻이 꽃 피웠나밥그릇 파묻혀 숨 못 쉬니날뛰는 종자들 보고만있을 터날로 더 해 가는 세상어두움 빛 찾지 못해가슴 동여매고혹여 기대 얹어두고한탄강 떠 내린다귀퉁이 자리한 애송이담벼락 빈틈 구해그 나마 붓질 해 보나누군들 알거며뭔 짓거리냐 묻지 않아도붓으로 화구로울림통에 담으며우리네 금수강산크게 변치 않고 지킴 되어오롯이후대에 전해져야 될 터인데,세상에나. ㅡ 시평(詩評)어디서나 당당하고 패기 넘쳐 보이는 배효철 시인의 내공은 누가 보아도 시인의 외모에서부터 시작해서 움직이는 동선마다 크게 넘쳐 난다. 그저 곁에만 있어도 든든하고 믿음직스럽다.시인의 연륜이 지긋한데도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평생 힘든 일 하나 겪어 본적이 없는 사람처럼 순수함이 엿보인다. 그 밝은 모습이 주변을 생동감 있게 끌어가고 있다. 그런 그가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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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효철 시인
2022.03.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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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일반적으로 「사전에 의도하지 않은 무의도적 동기에서 출발하여 자유로운 형식으로 표현한 형식의 글」을 말한다. 또 다른 측면으로 보면 「인생과 자연 속에서 직접 경험하고 생활한 것들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쓴 산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등학교시절 수필이라는 글에 탐닉해서 잠 안자고 유명했던 수필가들의 글을 읽으며 수필에대한 목마름을 적신 적이 있다. 시를 읽을 때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아린 맛을 경험했지만 수필 쪽으로 가다 보면 끝없는 계곡의 물줄기를 따라 하염없이 걷고 있는 내 마음의 속살을 보는 느낌이 좋았다. 수필은 그렇게 나에게 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발령을 받아 맨 처음 월급을 받은 순간 꿈에 그리던 수필전집과 시집을 산 것도 수필을 쓰고 싶은 간절함과 수필에 대한 동경이 작용했던 것이다.수필을 읽을 때면 분명히 산문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때는 파란 하늘에 피어나는 뭉게구름 뒤로 숨어 있는 햇빛의 눈부신 속삭임을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수필에서는 밤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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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2022.03.2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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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travagance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보다 무리해서 돈을 쓰는 거예요. 즉,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는 거라고 보면 돼요. extravagance가 나타내는 사치의 정도는 개인 차이가 많이 날 수 있어요. 사람마다 사치할 수 있는 정도와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는 일주일 내내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영화 한 번 보는 것도 extravagance가 될 수 있어요. 반면 백만장자들에 게는 한 달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해도 extravagance가 안되지요. 이렇게 extravagance는 각자의 상황을 비춰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아요.예시My only extravagance is going to a restaurant on weekends.내 유일한 (내 수입에 비해 지나친) 사치는 주말에 외식하는 거야.She thought that the gold necklace was a real extravagance.그녀는 그 금 목걸이가 정말 (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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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EBS 영어 수석 연구원
2022.03.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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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어두운 천년고독이 다시 물었다. 그러나 눈빛보석은 다시 묻지 않았다. 큰 목소리로 말했다가 말이 새어 누가 들으면 데네브가 더 위험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들어서는 안 되는 자가 듣고 말았다.“뭐라고?”깜짝 놀라며 황금여우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천년고독의 몸통 속에는 황금여우가 졸고 있다는 것을 눈빛보석은 알 리 없었다.‘어서 말해 봐, 누구라고? 너 기드로온이지? 목소리가 너 같아.’고목 몸통 안에서 황금여우가 귀를 바짝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데네브라는 말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내가 잘못 들은 걸까? 며칠 굶었더니 헛게 들리는 것 같아.황금여우는 상처도 어느 정도 아물어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밖에 나갔다가 해적들에게 잡힐까 두려워 꼼짝 못하고 있었다.‘그나저나 내가 동물원에서 탈출했다고 태양훈육관장이 카니스에게 보고한 것은 아닐까?’황금여우는 울상이 되어 천년고독 몸통 안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섰다 앉았다를 거듭했다.“얘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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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작가
2022.03.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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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그녀와 마주했다. 소화가 안 된다며 죽과 묽은 수프만 몇 스푼 뜨다 만다. 남달랐던 이전의 먹성은 오간데 없고 핼쑥해진 그녀가 안쓰러움을 더했다. 어깨에 걸친 엷은 복사꽃 빛 니트 사이로 보이는 노란 목덜미가 조명 탓이라고 하기엔 심상치 않음이 느껴졌다. 부쩍 줄어든 말수에 목소리마저 흐릿했다.의사의 진단 결과와 마주한 그녀의 병상엔 가뭇한 그림자가 자욱했다. 신께서는 뭐가 그리 급해서 젊은 그녀에게 저토록 가혹해야만 했을까. 동일한 의구심을 담은 채 멀뚱멀뚱 누워있는 옆 병상의 환자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실어증 환자의 말문처럼 숨 조이듯 좁고 답답한 6인 병실에서의 결연함은 환자든 가족이든 누구를 막론하고 절대 겸허를 수반하지 않을 수 없다. 걱정과 한숨이 길게 드리워진 침상 끝에서 기도의 손을 모은다. 참회의 기도가 길어질수록 일말의 기적 또한 간절함에 담았다.때 이르게 길가에 피어난 코스모스처럼 흔들리며 시들어가던 그녀. 손등에 불거진 혈관
기고ㆍ서통여론
전옥수 수필가
2022.03.07 0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