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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머리 길게 늘어트린 새 한 마리날개 접은 자태가 고요하다무딘 부리는 세월과 세월 사이를날아오는 동안 노랗게 익어 버렸다 건듯 부는 바람에숨어 있던 그리움 기지개 켜며뽀얀 속살 드러낸다 또렷한 눈망울을 가진 저 새아지랑이 피는 골짜기 물끄러미 바라본다가슴속 깊이 감춰 있던푸르고 푸른 꿈이 기지개를 켠다 머뭇거리는 사이 마파람 한줄기슬픈 전설을 뿌리며 세상 저편으로 사라졌다물 오른 나뭇가지 살랑 살랑 흔들린다 다시 푸른색으로 채색하고 싶은산목련 한 그루 조용히 앉아또 다른 봄날 기다리고 있다 어두운 땅 밑으로 숨어 오는 봄어느새 노랑 꽃다지꽃 한 줌 뿌려 놓고 있다. 시평(詩評)노랑부리 백로는 그 자태가 우아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선비들의 시제(詩題)나 동양화 소재로 환영을 받는 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는 희귀 조류다. 한 세월을 살아온 노랑부리 백로 한 마리, 꽃피고 열매 맺고 그리고 결실의 보람을 느끼고 있는 산목련을 바라보고 있다. 이것은 한 생애의
기고ㆍ서통여론
김재자 시인
2022.03.0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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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야~다정히 불러도그 고운 이름 지 혼자 촌스럽다며행여 누가 들을까잎새 뒤 꼭 꼭 숨는 꽃 명자야~웃으며 불러도그 예쁜 얼굴 지 혼자 창피하다며행여 누가 볼세라더 꼭 꼭 숨는 꽃 그래도 명자야~겨울의 끝자락에 서서먼 그리움으로 조용히 부르면수줍게 웃으며 새봄 햇살 보듬고 맨 먼저달려오는 사랑스런 꽃 시평(詩評)임인(壬寅)년 봄 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하다. 풋풋한 삼월의 시작을 두드리며 수원문학인의 집에서 류중권 시인을 만나 잔잔한 일상이야기를 들었다. 보기 드물게 고운 심성과 세상을 관조하는 그의 내면의 소리가 이슬보다도 맑게 다가온다. 이른 봄 꽃잎 틔우는 자연현상의 고고한 세계를 접하듯 시인은 진정한 시세계 속에 빠져 있는 듯 하다.시인의 시 「명자나무꽃」에 스며있는 그만의 독특한 시세계도 이와 관련이 있으리라. 겸허함과 때 묻지 않은 마음이 드러난 시세계는 아마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을 터, 부러울 정도로 섬세하고 잔잔하며 부드러운 결을 가진 그의 표정 속에서
기고ㆍ서통여론
류중권 시인
2022.03.0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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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도시락 싣고 버스는 달린다/ 능숙한 운전대 안전한 승객들그런데 시동이 꺼졌다/ 밀어 보자 힘 모아.꿈에서 ‘처음 보는 버스’를 탔다. 수원 북문에서 탔는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탔다. 차 안에는 20여 명이 타고 있었다. 하얀 마스크, 노랑 마스크, 빨강 마스크. 그리고 멋진 디자인이 된 그림 마스크도 있었다. 승객들은 아무 말이 없다. 조용하다. 숨이 막힌다.차가 동문에서 서고 한 사람이 탔다. 이 사람은 마스크에 이렇게 써 넣었다. ‘마스크를 벗고 싶다.’ 경부고속도로 수원 나들목쯤 와서 차가 또 섰다. 이번에는 젊은이 세 명이 탔다. 한 청년은 마스크를 콧등에 얹어 놓고, 또 한 청년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마지막 청년은 아예 마스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들은 불량배들이 난입해 행패를 부리는 것처럼 욕을 해대고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말해 봐, 말 좀 해봐!” “당신들은 두 사람이 같이 앉았어. 한 사람씩 앉으라구.” “아, 어린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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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덩굴 수필가
2022.03.0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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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이 안개비를 품고 이 곳 행궁동 행리단길에 내려 앉는 어느 날 오후, 잠시 밖을 내다보니 젊은 연인들과 청년들이 줄을 서서 식당 앞에 서 있다.이제는 아주 익숙한 행궁동의 맛집 풍경, 누군가 시간의 얼레를 바쁘게 돌리는 듯한 행궁동의 시간은 날로 달라지는 거리의 풍광에서 아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이렇게 거리가 바뀌게 되기까지는 누군가 치밀하게 아이디어를 냈고 누군가는 주민들과 많은 교감을 끌어내며 분주했을 것이다. 그러기를 족히 십년은 지나가고. 차 없는 거리부터 행궁광장의 오밀조밀한 변모까지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으리라.이년 전 우연찮게 협회일로 머물게 된 이 곳 행궁동 행리단길, 누가 불러주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느 날인가 이 거리의 한 켠에 내가 속해 있는 것을 알고 내심 신기함을 금치 못한 적도 있었다. 오래된 고도에 사는 사람들만이 갖는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이름하여 신점골목, 그 한 복판에 자리한 사무실은 약간 썰렁하기도 했다. 무심히 이 일 저 일을 하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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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2022.03.0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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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자락화사한 얼굴로 태어난긴 동면의 바람속에마음 조이던파란 잎새에 물든 인연그가 꽃잎으로인사를 할 때새벽으로 열리는 가슴꽃망울 터지는 희망의 소리암울했던 터널을 지나온쓸쓸한 웃음 뒤로봄의향기로 가득한2월의 설레임분홍빛 설화에 기울어진긴 여운이 오래 오래사랑으로 간지럼을 탄다. 약력1954년 전북 군산 출생‘한국문학예술’ 시 등단‘문예사조’ 수필 등단. 1979년 서해문단 시 금상2009년 경기수필문학 작품상 수상2017년 자랑스런 수원문학인상 수상햇살문학 동인, 바탕시 동인, 한국문인협회회원.국제펜클럽회원.수원문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 이 있다. 시평(詩評)긴 겨울을 지나 소물소물 올라오는 봄 소식을 들고 고순례시인은 설화꽃에 대한 시를 써내려갔다. 꽃망울 터지는 소리는 확연한 희망의 소리와 같다. 비록 소리는 없지만 사람들은 시인의 마음 속에서 은연중에 터지는 꽃망울 소리를 듣는다. 아니 듣고 싶어한다. 비록 추운 겨울 마음이 얼어 붙고 세상이 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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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순례 시인
2022.02.2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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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 헬스장에서 내려다보면 높다란 아파트 사이로 길이 이어졌다. 상가를 따라 굽이굽이 물결치는 골목길. 헤어숍, 내과, 마트, 커피집, 학원, 부동산 등 다채로운 간판이 멀게 혹은 가까이 보였다. 입주한 가게 중에는 내가 머리 손질을 맡기는 미용실도 있고, 아이스크림, 편의점, 빵 가게도 있다. 가게는 용도에 어울리는 이름과 개성적인 디자인과 색(色)을 입었다.24절기 중에 가장 먼저 찾아오는 입춘(立春)이 지났다. 첫출발을 상징하는 날이라서 설렘을 실은 문자가 많이도 오갔다. 옛사람들은 이날, 대문 기둥이나 대들보, 천장에 입춘과 관계된 좋은 글귀를 붙이고 양반가에서는 입춘첩(立春帖)을 새로 써 붙였다. 제주도에서는 입춘굿을 하는가 하면 농경사회 때는 오곡의 씨앗을 솥에 넣고 볶아서 그 중 성질이 급해서 제일 먼저 솥 밖으로 튀어나오는 곡식을 그 해 풍작으로 보는 농사점을 쳤다고 한다.모든 절기가 자연의 흐름에 따라 지어졌지만 유독 입춘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건 길하고 상서로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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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진 수필가
2022.02.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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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보석은 숨소리까지 크게 들릴 정도로 불안해했다. 데네브를 빨리 찾아야 하는 일이 절박했기 때문이다.‘시리우스에게 도움을 받아.’“안 돼. 시리우스는 나를 우주로 데려가기 위해 왔을 거야.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데네브를 꼭 찾아야 해!”눈빛보석의 얼굴은 눈에 보일 정도로 초조한 빛이 짙어져 있었다.“시리우스에게 나를 말했어?”‘우리는 아무 말도 안했는데, 네가 나타나면 말해 달라고 부탁하고 갔어.’눈빛보석은 암담했다. 서대문 일대를 안 가 본 곳이 없었다.“데네브가 이 지역에 없는 걸까?”혼잣소리로 중얼거렸다.“넌 벌써 만났...”합목이 안타까운 마음에 엉겁결로 말하다가 깜짝 놀라 그 말을 얼른 주어 담았다.“무슨 소리야? 알고 있지!”눈빛보석은 합목을 다그쳤다.‘큰일 날 소리.’합목이 두리번거리며 입단속을 주문했다. 눈빛보석은 더 이상 물으면 안 된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들에게는 어떤 비밀도 발설하면 안 된다는 벌칙이 있었던 것이다.“고마워.”눈빛보석은 합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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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작가
2022.02.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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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스리려 해도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 날의 온도차이가 마땅치 않게 들쭉날 쭉한 날엔 더욱 그렇다. 하루일과도 의지와 상관없이 변화무쌍해 진다. 잠을 자는지 안 자는지 비몽사몽으로 쇼파에 누웠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눈 뜬 아침 창밖엔 봄눈이 한창이다. 상큼한 기분이 들어 몸도 가볍다. 이리저리 방안을 치우고 가벼운 아침식사 준비와 함께 옷가지를 차려 입고 밖으로 나온다. 세워진 차위로 하얀 덮개가 씌워져 있다. 자연 덮개다. 하늘의 선물인가. 기다리지 않았던 눈은 아마도 이 번 겨울의 마지막 전령사일 것 같다.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니 밖이 살짝 안 보인다. 잠시 망설이다 손잡이를 돌리니 놀랍게도 얼어서 떨어지지 않았던 흰 눈이 사르르 윈도우 브러쉬에 사라져 버린다.이건 기분좋은 예감이다. 아마도 오늘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데. 내친 김에 여기 저기 기분 좋은 전화 인사를 한다. 잘 돌아가지 않는 라디오 스위치가 나보다 먼저 인사를 하며 음악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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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2022.02.2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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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라인댄스 교실에 첫발을 들였다. 차차차 노래가 흘러나왔다. 다행히 머리의 기억보다는 몸이 먼저 알아차렸다. 방향 돌기는 감각이 잡히지 않아 회원들과 자꾸 얼굴을 마주쳤다. 거울 한 가운데에서 왈츠곡이 멈췄다. 다시 춤을 시작한 것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잠자고 있던 카드를 새로 발급 받으러 갔다가 라인댄스 강좌를 발견한 건 행운이었다.나는 행동이 느린 아버지를 닮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이천극장에서 학예회 공연이 있었다. 나는 친구들과 무용반에 뽑혔다. 연습 도중 선생님은 근심스러운 얼굴로 말씀하셨다. 현진이는 다른 걸 하는 게 좋겠다며 내일부터 안 나와도 된다고 하셨다. 운동회 날 달리기는 일곱 명 중 늘 꼴등이었다. 뭐 하나 잘하는 게 없었다.쉬는 시간에는 편을 짜서 오자미 던지기를 하였다. 친구들은 제일 먼저 나를 맞혔다. 나는 한 방에 퇴장을 당하였다. 체육시간도 싫었다. 나만 철봉에 매달려 거꾸로 돌기를 못했다. 뜀틀 앞까지 뛰어갔지만 손도 짚지 못하고 돌아왔다.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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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진 수필가
2022.02.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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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손들은 주머니로 망명한다한 장갑으로 온 가족이 돌려 맞추는 우리는 손가락이 닮아서함부로 손을 쓰지 않는다빙판이 들어간 손목은 봄이 되어야 녹을 것이므로그제는 동생들의 언 발목이 모닥불을 뒤적이며 연기를 피웠다유일하게 눈사람 손은 녹지 않는다툰드라 어디쯤에선 봄이면 녹아 사라지는 하얀 사슴들이 있다고 했으나하얀 사슴들은 나무의 표피에 가려운 손을 맡겨 놓고 다닌다하얀 사슴들 일렬로 녹아내리는 봄이 오면눈사람의 손가락에도 파란 이끼가 자랄 것이다겨울은 손이 배수로 늘어나는 계절동생들은 유성의 비행을 따라가고 나는 새점을 친다새점을 치면 손가락에 날개가 돋아나새 같은 동생들이 비행하는 우주 한복판으로 비상하는 새가 된다할머니가 사는 안드로메다는 따뜻한 눈이 온다고 한다한 손목에서 태어나 뒤뚱거리며 한 겨울을 지내다보면옮길수록 손이 따뜻해지는 유목민들처럼장갑을 뚫고 꽃이 피어날 것이다 약력1961년 경북 안동 출생2014년 『미네르바』 등단시집 『어둠을 밀면서 오래달리기』
기고ㆍ서통여론
권이화 시인
2022.02.2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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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서울뉴스통신】 에코스토리 조상우 대표 =4차혁명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김포 한강하구에 앉아 추운 북녘에서 겨울을 보내고자 날아온 여행자 철새들을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다.그는 휠체어를 타고 있으며 몸이 불편한 중증 뇌병변장애인 사업가로서 앞으로의 IT, IOT시대에 돌입한 본인의 처지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악성 현실 장애물을 넘어서야 하는 당면과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원하지 않는 장애를 겪고 살아야 하는 숙명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가족의 도움이 분명 필요하지만 스스로 자발적인 삶을 개척해 자랑스런 사회구성원의 삶으로 미래를 밝히는 시대를 살아가고자 한다.몸은 불편하지만 일반인들이 갖고 있지않은 남다른 장점들을 갖고 있기에 새로운 IT시대에 맞추어 로봇과 사물인터넷을 활용하고 자신들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경제적 독립과 삶의 자주적 자립환경이 넓어져서 스스로의 가치 있는 삶을 살아
기고ㆍ서통여론
이민희 기자
2022.02.1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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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서울뉴스통신】 원정환(주식회사 바이오시드 태스크 포스 팀장) =팬데믹(Pandemic) 세상에 처해 있는 지금의 현실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이 창궐하기 전 세상과 너무나 다른 생활로 변해져 있다.미래는 출근도 안 하고 집에서 일할 수 있으며, 로봇과 AI 자동시스템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이세돌 기사가 알파고(구글 Deep 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에 패한 이후 충격으로 받아들였고, 그러한 세상이 온다면 인간의 삶의 위치가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두려움이 가득한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하지만 예견한 세상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라는 매개체로 인해 막연했던 미래의 세상이 현실로 진입하여 상상했던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한 예로 대학을 진학한 2019학번 새내기 학생은 대부분 비대면 수업과 동기 선후배의 교감도 없이 2022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어쩔 수 없이 직장도 재택근무로 변환되며 깨닫게 된 직종도 많다. 반듯이 출·퇴근의 명목 아래
기고ㆍ서통여론
이민희 기자
2022.02.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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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맞는 것 같았다. 키드라 해적들이 서울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격추시킬까요?”“잠깐, 서울이 아니라 수원으로 가고 있어.”키드라의 부하들은 수원성으로 들어갔다. 데네브가 있는 곳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서울로 들어가면 하델의 부하들과 전투를 벌이게 될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수리부엉이가 있는 동굴을 근거지로 정보를 수집해 가며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다.“수원엘 왜 갔지?”“지난번에 스노가 사라졌다 나타난 곳도 수원이었습니다.”Nn12가 뭔가 있다는 듯 말했다.“알테어를 불러 줘.”“네, 알테어 수색대장입니다.”“내가 임무를 마치고 지구를 떠날 때까지 태양계에 머물러 줄 수 있겠어?”“그렇게 하겠습니다.”시리우스는 일억 분의 일 지도로 서울과 수원을 번갈아가며 자세히 살폈다. 아무리 분석해도 기드로온에게 서울과 수원은 서로 관계될 만한 것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백업해 둔 서울과 수원 영상을 겹쳐 봐.”스크린에 서울을 배경으로 수원이 올려졌다.“서울 크기
기고ㆍ서통여론
이중삼 작가
2022.02.0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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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몸이기 때문에 만날 수 없는 몸이 있다왼쪽 귀는 오른 쪽 귀를 만날 수 없고오른 쪽 눈과 왼쪽 눈이 마주볼 수 없다돌아보면 어머니와 나는 한 몸이었고아버지와 내가 한 몸이었고조선 선조 때쯤 김유 장군과 한 몸이었고,단군과 내가 한 몸이었고아담과 내가 한 몸이었기 때문에오늘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아내도한 몸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한 몸이기 때문에 나를그녀 안에 집어넣고도내가 그녀의 몸이 될 수 없는 것일까이제 한 몸이라고 부르지 마라한 몸이라서 만날 수 없는 날이우리에게 찾아 왔고한 몸이 아니었던 그녀의 손과 내 손이온기로 만날 때딴 몸이 한 몸이 되는 것을 보았다누구에게나 만날 수 없는한 몸이 있다누구에게나 만날 수 있는한 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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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시인
2022.02.0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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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헛바람만 잎새를 간질일 뿐좀처럼 숲속에서 새소릴 들을 수 없네어이해풀벌레마저함묵으로 일관할까.두 귀를 쫑긋 세워 어림하여 들어봐도새들의 노랫말은 하마 허공에 묻혔는지바람만살랑거리며가지사일 누빈다.굴절된 한줌 햇살 이마를 스쳐갈 때문득 묻어오는 새들의 목청소리발화된자음과 모음모국어가 쏟아진다. 약력수원문인협회 회원, 경기시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한국시조시인협회 시조문학상 대상수원문인협회 홍재문학상, 수원문학상 작품상『달빛 세레나데』 『알타이어의 미학』 『하루치 삶의 무게』 『바람의 시』외 시평(詩評)노재연 시조시인의 내면은 깊고 그윽하다. 다시 말하면 마음의 정화가 제대로 되어있다.그의 삶이 그러하고 그의 정서가 그러하다. 어떻게 잘 아느냐고 물으면 시인의 모습에서, 시인의 태도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가 얼마나 세상을 바르게 잘 살아왔느냐 하는 좌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시는 부드러우면서도 격조가 높다. 음미하면 할수록 시조의 세계가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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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연 시조시인
2022.02.0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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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만 66세. 우리나라 남자의 평균수명인 77세까지 산다면 11년이 남았다. 아파서 1년쯤 병원 신세를 지거나 활동이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니, 그런 점을 감안하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시간은 아마 10년쯤 될 것 같다. 지나간 60년도 잠시였으니 10년이란 세월은 인생을 즐기기에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며칠 전 속옷에 혈뇨가 약간 비친 적이 있어 비뇨기과에 갔다. 의사가 검진을 하더니 전립선 비대증이 심하고 전립선에 염증이 있어 암 검진을 해봐야겠단다. CT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며 전립선이 정상인보다 두 배나 크고 염증까지 있어 피 검사를 해야 한다며 피를 뽑자고 했다. 검진 결과는 사흘 뒤에 나온단다.아! 암이면 어쩌나. 전립선이 정상인보다 두 배나 크고 염증까지 있다니, 아무래도 불길했다. 사흘을 기다리는데 벼라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진즉 진단을 받았어야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건데…, 암의 증세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잦은 요의, 빈뇨, 혈뇨는 전립선암의 증세라고 나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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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찬석 수필가
2022.02.0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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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간 그 애가 들리는 날엔 거실에 슬며시 들어 온 햇살이 유난히 반짝인다.가끔 눈길을 주던 무덤덤했던 화초들이 생기를 띠고 초록웃음을 짓는 것을 보면 가슴엔 찌르르 감전된 사랑의 실뿌리가 수없이 벋어난다. 팍팍했던 머릿속의 기억들이 매무새를 고치고 그 애가 떠나던 날의 퍼즐을 슬그머니 맞추고 있다.그래, 그 애가 오다니. 그것도 혼자가 아닌 여섯 살이나 된 사내아이를 데리고.메말라 버린 가슴 속 심연에 마중물이 되어 떨어지는 낙숫물, 그리고 서서히 범람하는 그 애에 대한 갖가지 설레임의 파동은 영낙없이 환희의 아우성이다.무거워졌던 심신이 깨어나기 시작하더니 연신 사위의 열고 닫는 소리가 지천이다.너무 그리움이 크면 만나기도 전에 신열이 올라 아플지도 모른다. 아무리 암시를 해도 이미 공중에 뜬 벌룬의 수는 헤아릴 수가 없다.드디어 띵동 띵동, 나보다 먼저 그가 문을 연다.식사를 하라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해 달라 해도 막무가내로 들은 척 하지 않던 그가 잽싸게 문을 여는 모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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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수원문인협회 회장
2022.02.0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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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東方}의빛줄기예서부터 밝혀 준님의 덕(德)등잔아래감아 돈다. 촌가(村家)에타는 불아녀자의 밤기운바느질,선비의 글 읽는소리. 우리들 고향(故鄕)의내력을 전(傳)한다.동방{東方}의온 슬기예서부터 밝아지금도아늑한 누리에평화(平和)의 바래움은그 빛으로 하여움직이는속 깊은 철리(哲理)를전(傳)하는가? 1944년 수원 출생, 서울대 농대, 중앙대 대학원을 졸업 후 농협대학교 교수, 경복대학교 겸임교수, 농민신문 편집국장, 경기농협본부장, 대한적십자사경기도지사 회장, 수원문인협회 회장, 수원예총 회장, 수필문학작가회 회장 등 역임. 현재 국제PEN한국본부 자문위원, 계간문예작가회 이사, 농민문학 이사 등 활동 중. 한국농민문학상, 한국수필문학상, 수원문학대상, 홍재문학대상, 한국예총예술문화대상, 수원시문화상, 자랑스런경기인대상, 중부홍익대상, 율곡대상 등 수상. 저서로는 시집 『우심』, 『억새꽃』, 『나는 숲이 된다』,수필집 『그냥, 지금이 참 좋다』, 『넌, 그 많은 책 다 읽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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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 시인
2022.02.0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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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행한 시대의 주인공나는 일제 강점기인 1937년 음 11월 9일 6남매의 장남으로 보은 회북 고석에서 태어났다. 세살 위인 누이가 보통학교를 입학하자 부모를 졸라 동갑네보다 1년 먼저 입학하였다. 당시 종손인 백부의 서당에서 천자문을 배우면서 누일 따라 학교를 다녔다. 서당엔 저녁이면 가끔원근에서 학자들이 찾아와 토론하곤 하였다. 이 때문에 백부는 회북 지서에 세 번 끌려가 고초를 격은 걸로 기억된다. 당시 자주 거론된 이는 박호산, 육종관이란 이름이었다.그 후 큰집과 분가해 청원, 미원, 운암리(송호)로 이주했으나, 난 백부를 모시고 한학을 공부하다가 회동국교 4학년 말에 미원국교로 전학하여 졸업하였다. 그 후에도 3년 반 동안 한학을 공부하여 통감 및 삼경 등을 떼었다. 입학시기가 지나 단독 시험을 거쳐 미원중학교에 입학하여 졸업하고, 청주공고로 진학했다. 당시 국어책은 국한 혼용이어서 읽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 국어·한문시간이면 내가 독점하다시피 했다.종손인 백부는 4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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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시조시인
2022.01.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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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에서 외톨이란 자존심의 가치 주장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절망이라는 섬에 갇히는 낙오를 뜻하는 것이었다. 부모 없이 모여 사는 아이들은 날마다 뼈저리게 겪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리아 원장은 ‘행복한 집’을 운영하면서 사흘이 멀다 하고 눈물이었다. 친부모보다 잘 해 주겠다며 몸 부서져라 하고 아이들을 돌보아도 은연중에 아이들에게서 느껴야 하는 서늘한 눈빛을 보며 빗속을 달려 나가듯 몰래 울기도 많이 울어왔다. ‘주교님, 주교님 위치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하기 위해 있다지만 얼마나 책임질 수 없는 자리인지 아세요? 저처럼…’ 마리아는 스테파노 주교를 이렇게 속으로 원망해 보았다.“엄마, 기뻐하시는 얼굴로 왜 한숨 쉬세요?”은교가 마리아 원장의 팔짱을 끼고 아이들 가운데로 갔다. 아이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는 뜻이었다.“얘가, 나 말 주변 없는 거 잘 알면서 그러니?”“엄마, 한 말씀만.”사양하려는 원장을 아이들이 에워싸고 풀어 주지 않았다.“에이구,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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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작가
2022.01.17 1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