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로 사실상 확정됐다. 참으로 자랑스럽다. 세계은행 66년 사상 백인이 아닌 아시아계가 총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총재 취임은 향후 한국계 미국인이 멀지 않아 국무장관까지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예고한다. 더 나아가 반세기 안에 대통령까지 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은행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이사회를 열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김 총장과 비서방국가들이 지지한 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을 후보로 놓고 12대 총재를 선출하기 위한 최종 심사를 했다. 정식 선임은 오는 20일 세계은행 연례 총회에서 이뤄지며, 임기는 7월 시작된다.

세계은행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선출 과정을 넘어서 그에게는 막중한 과제가 앞에 놓여있다. 무엇보다 개혁 문제다. 세계 경제 성장 모델이 은행 설립 당시인 2차 세계대전 이후와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세계은행은 각국 정부에 차관을 제공해 사회 인프라와 경제 수준을 끌어올리고 전반적 빈곤을 해소하는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현재는 세계의 빈곤층 3분의 1이 중진국에 거주한다. 국가별이 아닌 국가내의 빈부격차가 심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 개발을 지원하는 모델을 벗어나 빈곤층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빈곤이 과거와 달리 가뭄, 홍수처럼 기후 변화로 인한 광범위한 지역문제화 되고 있기 때문에 각별한 검토가 필요하다.

김용 총장은 얼마 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은행은 빈곤 완화와 경제 발전에 초점을 맞춰야하며, 중진국에 살고 있는 빈곤층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현실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은행과 한국의 인연은 깊다. 김용 총장은 한국이 지난날 세계은행의 차관을 빌린 최빈국에서 공여국이 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국은 1955년 세계은행에 가입해 1962년부터 1973년까지 개발차관 1억1600만 달러를 제공받았다. 이 돈으로 철도를 놓고, 학교를 세우고, 학생들을 교육하고, 산업 인프라를 확충했다. 이 돈의 상환 예정일은 2022년이었지만 이보다 앞당겨 내년이면 모두 상환하게 된다.

김용 총장이 큰 일 할 수 있다는 능력을 의심치 않는다.

손주영 기자 / snakorea.r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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