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익히 경험하고 있지만 통화가치 하락은 신흥개발국 등지에서 외화 자금이 역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뜻한다. 급격한 자본 유출은 ‘신흥국 화폐가치 하락→수입수요 감소→총수요 둔화’라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심각한 것은 아직 미국 금리는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신흥국에서 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더 있다는 뜻이다. 신흥국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때 방어막은 경상 흑자와 외환보유액이다.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더구나 중국이라는 변수가 더해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불안하고 위안화 가치마저 떨어지면서 중국에 투자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중국경제의 경착륙이 우려된다. 문제는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는 사실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이어 차이나 쇼크까지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는 더욱더 벼랑 끝에 선 양상이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25.5%로 미국(13.2%)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올해 1분기 한국의 대중국 투자액은 16억2000만 달러로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을 앞지르고 있다. 우리 경제에 ‘중국 리스크’가 그만큼 커졌음을 뜻한다. 수출과 내수가 부진한데다 중국의 거품붕괴는 우리 경제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지난 2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분기대비)은 0.3%에 그쳤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의 'PIGS(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보다 낮은 이 수치는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 준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외환관리 등 국제금융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정부는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막기 위한 성장 잠재력 확충 등 비상한 종합적인 대책수립을 하길 촉구한다. 특히 국회가 경제활성화법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경제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정치권, 정부, 기업, 그리고 국민이 하나 돼 경제 살리기에 나설 때인 것이다. 규제혁파를 비롯해 노동·공공·금융·교육 개혁 등을 통해 국가경제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발판을 닦아야 한다.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고 민생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나설 때인 것이다. 내우외환을 타개하기 위해선 국민적 슬기와 역량을 하나로 묶는 지도층의 단합이 요청된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퇴보’가 걸려 있는 중차대한 명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