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 개혁이 핵심 정책 화두로 등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런데도 공기업의 경영구조 개혁은 용두사미로 그치기 일쑤다. 아직도 상위 10여개 공공기관의 영업이익 총액이 이자비용 총액에 미달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자금순환표 상 일반 정부와 비금융 공기업(주식 출자 및 직접투자 제외)의 부채는 1천208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6조3000억원(6.7%) 늘었다.
천문학적 공공부채는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과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정치권은 선거철만 되면 앞 다퉈 복지공약을 쏟아낸다. 어떻게 재원을 정상 조달할 것인지는 안중에도 없다. 현 정부의 복지공약 이행에 드는 예산만 135조원이다. 고임금과 파격적 복지에 취한 ‘신의 직장’의 도덕적 해이는 공기업 부채 급증의 주범이다. 모두 혈세로 충당해야 할 국민 부담이다.
예컨대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고 있는 한국관광공사의 방만경영은 대표적인 공기업 부실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성과급 부적정 지급 등으로 공공기관 평가에서 C등급에 머물렀던 한국관광공사의 방만경영 실태가 또 다시 드러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지방(강원도 원주) 이전에 따른 정주 촉진과 주거안정을 명목으로 2014년 6월부터 현재까지 상근이사를 포함한 임직원 133명에게 대출이자 1.1%의 조건으로 119억 원을 대부해줬다. 1.1%의 대출이자는 현재 은행별 주택자금 대출금리(고정식) 3.15~4.84%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관광공사의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의 정기예금 이자율 1.5%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1%대 주택자금 대출이자’는 2015년 1월에 기재부가 ‘방만경영 개선 해설서’에서 방만경영의 대표적 사례도 제시했을 정도인데 관광공사는 이를 철저히 무시해버린 것이다.
그러잖아도 면세점 사업 철수로 100억원 넘는 적자가 예상되는 관광공사가 초저리 주택자금 대출로 재정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는 정부의 공공기관 관리에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느라 공기업의 부채가 늘었다 쳐도 왜 이 정부 들어서도 부채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있지 않은지 이유가 분명해졌다.
공공기관 개혁은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4대 개혁 중의 하나다. 박 대통령은 수시로 “공공부문이 선도적 개혁을 통해 다른 부문의 개혁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공기업 개혁은 공염불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 차원의 공기업 개혁에 매진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