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일자리센터상담사 경재현

일자리센터에 한 어르신이 2주 동안 매일 오후 5시경 내방하신 적이 있다. 60대 중반의 남성분으로 공공금융기관의 지역 본부장까지 역임을 하시고 부러움을 받을 정도의 경력을 가지신 분이셨다. 인상도 좋으시고, 말씀에도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시고, 항상 환한 미소와 너그러운 성품을 가지신 분이셨다. 매일 일자리센터를 방문하실 정도로 취업을 원하시는 상황이시지만 막상 마음에 흡족한 자리를 찾기란 쉽지가 않았다. 고령이신 구직자분들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관리능력과 경력을 갖추고 계시지만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에 고령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사회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제 100세를 사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한다. 물론 100세는 당분간은 상징적인 의미를 더 많이 내포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기대한 것 이상으로 건강한 상태로 더 오래 살 것이며 살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 모두가 바라던 장수사회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고령사회는 곧 장수사회이므로 축복으로 여기고 기뻐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언론매체들은 ‘나이 드는 대한민국’ 혹은 ‘노인이 몰려오고 있다’고 보도하며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조장하고 부양비 급증 등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노인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심상치 않다. 모든 분야에서 인권신장이 크게 진전됐지만, 노인의 인권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노인이라는 말에는 어느덧 사회·경제적 부담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사회적 배제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노인은 그저 자신의 몫을 떼어내 부양해야 할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누가 닥쳐 올 고령사회 문제의 당사자인가? 이 질문은 고령사회 도래와 관련해 나타나는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치명적인 착각에 빠져 있다. 고령사회의 문제가 보다 심각한 것은 지금 당장의 노인이 아니라, 지금의 젊은이들이 노인이 돼 고령사회에 진입했을 때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고령사회의 문제는 지금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대비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그러면 현실은 어떠한가? 특히 젊은이들은 고령사회의 위기가 마치 현재 노인들의 문제인 것으로 착각해 정작 자신들의 미래에 나타날 문제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는 치명적 오류다. 이제 더 이상 젊은 세대들은 노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자신들의 미래를 부정적 이미지로 덧칠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젊은이들은 현재 노인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예비해 줄 개척자로 인식해야 한다.

향후 예견되는 고령사회의 문제에 대한 해법은 바로 이러한 인식의 수정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장수의 결과로써 고령사회의 도래는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관건은 지금부터 장수사회에 걸 맞는 법률과 제도와 정책을 갖추는 것이다. 동시에 노인의 부정적 이미지를 제고하고 정상화해 세대 간 역할 분담체계를 구축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지금 이 상태로 준비 없이 고령사회를 맞는다면 그것은 재앙이 될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사회에서 장수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일터에서 세대 간 역할분담을 통해 누구나가 평생을 일하면서 보낼 수 있는 사회, 즉 누구나가 전 생애에 걸쳐 자립생활을 누리면서 미래의 비전과 목적을 가지고 활동함으로써 장수의 축복을 실감하는 사회를 다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1000만 노인 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풀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고령사회에 따른 세대 간 역할분담 체계의 구축, 곧 사회적 퇴출이 없는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보다 세대 간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법률과 제도, 정책을 새롭게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 준비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당장이라도 노인세대와 젊은 세대가 연합해 함께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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