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경남 창녕에서 벼농사를 짓는 오촌 숙부께서 가족행사차 상경하셨다. 아직 50대이시지만 환갑을 넘긴 우리 아버지보다 훨씬 노안이시다. 일년 내내 땡볕에서 허리 한 번 못 펴고 농사를 짓다보니 구릿빛 피부에 계속 늘고 있는 주름 탓이다.

요즘 숙부의 주름을 더 늘게 만드는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극심한 가뭄'. 오늘내일 남부지방에 빗소식이 들린다고 위로를 건넸더니 "4대강 사업은 뭐한다꼬 해갔고…" 하는 한탄만 돌아왔다. 그러고보니 ‘가뭄과 홍수 걱정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된다’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사실상 완료된 상태다. 정부는 4대강에 총 16개 보를 만들어 커다란 물그릇 역할을 하게 돼 가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자신했었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10월 16개 보는 모두 완공됐지만, 정부는 지난해 12월 범정부차원의 '가뭄 대비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올 3월에도 농림수산식품부, 방재청을 비롯한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점검회의를 열며 부산하게 가뭄을 대비했지만 여전히 논밭이 쩍쩍 갈라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가뭄 예방과 해소는 공염불에 그쳤다는 소리다.

이는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16개 보에 들어찬 13억톤의 물을 전국 방방곡곡의 논과 밭으로 흘러보내기가 힘들다는 데 주원인이 있다. 물이 가득 차 있어도 곳곳으로 옮길 송수관 공사 등은 하지 못한 탓이다.

때문에 작은 규모의 저수지를 지류주변으로 많이 건설하고 홍수와 가뭄을 대비해야한다고 수많은 물 전문가들이 4대강 보 건설 보다 먼저 지류 정비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22조원 4대강 사업 후에 뒤늦게 지류사업에 15조원을 투입한다는 정부의 계획이 믿음이 가지 않는 이유다.

가뭄이야 하늘의 뜻으로 비가 내리면 해갈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장마철이 다가온다. 홍수가 닥치면 과연 4대강 대형보들이 제 역할을 해낼지 지켜볼 일이다. 혹시나 숙부께서 이번엔 큰 홍수로 주름살이 하나 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때문이다.

석유선 기자 / snakorea.r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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