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태규 산업부 팀장

 

봄철 논두렁에서 우렁이의 묵직한(?) 손맛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빈껍데기에 실망해 휙 내동댕이친 경험이 있었으리라. 그 때는 몰랐는데, 그것이 모성애(母性愛)와 관련됐음을 알게 됐다. 제 몸에 알을 낳아 새끼에게 먹이로 내줘서 빈껍데기가 됐다는 사실을.

발전사들은 ‘자회사’로 불린다. 한국전력은 ‘모(母)회사’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한전이 연속 적자로 파산지경인데, 발전사들은 수익을 내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들은 각각 개별 공기업으로서 경영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한쪽만의 일방적 희생이 강요되고 있다. 단적인 예가 보정계수 산정 문제다. 그 중에서 산정기준에는 없는 미래투자비(투자보수율 1.62%)와 당기순이익(투자보수율 1%) 보장 항목이 이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때문에 3조원이 더 발전사로 빠져나갔고, 한전의 누적적자는 지난 6월기준 11조5000억원이 됐다. 지난달 27일 비용평가위원회가 열렸고, 이 두 항목을 삭제하는 내용의 중재안이 7대1로 부결됐다. 찬성 1표는 물론 한전이었다.

전기료와 연료비연동제도 마찬가지다. 발전사로부터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 그 재정적 부담을 한전이 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연료비연동제 미시행으로 1조원 정도가 한전에 미수금으로 남아 있다.

한전은 일반기업이었다면 이미 파산상태다. 올해까지 적자가 나면, 해외입찰조차 나서기 어렵다. 벼랑 끝에 몰려 있는 한전이건만, 정부는 여전히 ‘자구노력’ 운운하며 등떠밀고 있다. 한전 예산 60조원 중 전력구입비가 45조원이다. 한전이 손도 못대고 내주는 이 돈이, ‘제도’라는 사슬로 한전을 얽어 매 ‘적자’라는 생채기를 내고 있다. 자구노력은 전력구입비를 수술대 위에 올려놓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는 곧 전력정책과 관련된 것이고, 다른 말로 한전이 아닌 지식경제부의 몫이라는 것이다. 지경부는 한전이 ‘빈껍데기 우렁이’가 되기 전에, 분명한 자구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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