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심의위원 이름과 다른 엉뚱한 도장도 '버젓이'

▲ 보상심의결정서 사본. 심사위원 명단 우측에 인장이 찍히지 않았거나 이름과 다른 인장들이 찍혀있어 심의결정에 하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서울=서울뉴스통신】 강재규 기자 = 이른바 '특수임무수행'과 관련 그 활동자나 그 유족에 대해 실질적인 보상을 규정하는 관련법에 따라 보상심의 신청을 하고도 해당 심의위원회의 허술한 심의로 보상받지 못한 전직 특수임무 수행자가 마침내 행정법원에 제소하고 나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특수임무수행'은 정부 수립이후부터 지난 2002년말까지 대북 공작 첩보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행 국무총리실 산하에 보상심의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불복시 행정소송을 통해 본안소송을 하도록 관련법에 규정돼 있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거주 A씨(64)는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보상금지급신청기각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이 인천 정보사 모 소령의 요청과 지원 속에 지난 1996년 6월과 1998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방북, 장기간 체류하면서 북한 내부의 군, 당, 정계에 관한 첩보를 수집, 귀국해 해당 첩보기관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는 등 첩보활동을 하였음에도 지난해 12월 16일 자신의 '특수임무' 활동을 인정받지 못한 채 보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당시 해당 심의위원회측은 "A씨가 관련 법 소정의 특수임무를 수행하였거나 교육훈련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그를 보상비대상자로 결정하고 말았다.

하지만 당시 결정 과정은 여러 면에서 허술하기 짝이 없다. 우선, 해당 심의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12명이지만 10명이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마저도 보상결정서 상에 해당 이름과 다른 엉뚱한 도장이 찍혀있는 등 엉터리로 작성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A씨는 당시 중국 유력 매체의 서울 특파원으로서,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 대해 상세히 파악할 것을 우리측 첩보기관으로부터 요청받고, 이를 1차 방북기간 중 상세히 관찰, 남한 국적으로는 문익환 목사 부인 이래 첫번째 방문이었을 뿐만 아니라, 해당 평양방문기간 중 근교에서 훈련중인 인민군들의 훈련모습을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비밀리에 필름에 담은 후 가지고 나와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특히 1차 방북기간 중 북한 정보요원이 갑자기 자신의 숙소를 침입해 권총을 원고의 머리에 겨누며 남한 안기부 요원임을 자백하라고 추궁하였는데, 극도의 공포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원고는 보관중이던 그동안의 원고의 활동기사와 이전 신분증 등 자료를 보여주며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던 기억을 지울 수 없다며 술회하고 있다.

관련 보상법 및 보상법 시행령에서는 '특수임무의 수행이란 아군의 군사적 보호 및 통제가 보장되지 않는 지역으로의 잠입 이후 특별한 희생이 실질적으로 요구되는 활동으로, ...(이하 약)'처럼 특별한 희생이 실질적으로 요구되는 활동을 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돼 있다.

뿐만 아니라, 심의위 측은 "A씨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거증책임은 신청인에 있다"고 하지만, A씨는 "나의 활동에 대한 보고서는 이미 관련 군 첩보기관과 정보기관의 비밀문서화돼 보존되고 있으므로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는 부분"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특수임무유공자회 측 한 관계자는 "위험한 활동을 하고도 나라로부터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가 제기한 행정법원 본안 소송은 이달 하순께 본격 심리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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