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경선서 ‘돈 봉투’ 살포, ‘진보=청렴’ 붕괴…이재명에는 ‘3중 악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12.18. /사진=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12.18. /사진=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서울 = 서울뉴스통신】 김부삼 기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한 축을 맡아 왔었던 이른바 ‘586운동권 세력’이 ‘악의 축’이라는 오명을 만천하에 드러내며 몰락했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받는 송영길 전 대표가 구속된데 앞서 당 중책을 두루 거친 윤관석 무소속 의원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은 검찰로부터 각각 징역 5년과 3년의 실형을 구형받았다. 당사자인 윤 의원 또한 최후 “매우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돈 받은 사실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22대 총선 충격파, ‘진보는 청렴’이라는 등식 치명타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후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판사는 “피의자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며 “인적, 물적 증거에 관해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및 제반 정황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도 있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4월 국회의원 교부용 돈 봉투 20개를 포함해 총 6천650만원을 당내 의원 및 지역 본부장들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 김모씨, 무소속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송 전 대표가 각각 부외 선거자금 5천만원, 1천만원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다.

송영길 전 대표와 윤관석 무소속 의원과 강래구 전 감사위원
송영길 전 대표와 윤관석 무소속 의원과 강래구 전 감사위원

또 송 전 대표는 2020년 1월∼2021년 12월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등 7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총 7억 6천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 중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받은 4천만원은 소각 처리시설 인허가 로비 대가로 받은 뇌물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구체적인 돈봉투 살포 경위 등을 보강해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민주당 친명계(친이재명계)에선 “검찰 공화국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비명계(비이재명계)에서는 “이번 영장 전담판사가 이재명 대표 때 (구속 영장을) 기각시켰기 때문에 정치 판결이라 공격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친명계 5선 중진인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19일 SBS 라디오에서 “당대표를 지낸 사람을 이렇게까지 탄압하고 이게 꼭 구속까지 갈 사안인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해도 될 것 같다”면서 “역시 검찰공화국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혁신계를 표방하는 비주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민주당으로서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검찰 수사에 대해서 ‘검찰 독재다’, ‘정치 탄압이다’ 이렇게 주장을 했었다”면서 “돈봉투 사건에 대해서도 저희가 국민들이 보기에 적극적으로 반성하고 사과한다 이런 느낌은 안 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방탄 정당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당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재차 요구했다.

같은 모임 소속 조응천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송 전 대표의 구속이 이 대표 체제 위기로 이어질 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익표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3.12.18. /사진= 서울뉴스통신 신현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익표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3.12.18. /사진= 서울뉴스통신 신현성 기자

◆파장 어디까지?

일단 ‘악재란 악재’가 모두 겹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송 전 대표의 구속 소식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바짝 엎드려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현재까지 ‘돈 봉투 수수’가 특정된 의원은 임종성·허종식 의원과 앞서 탈당한 무소속 이성만 의원 등 3명이다. 수사 상황에 따라 소속 의원들의 추가 줄소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는 이미 탈당해 개인의 몸이라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없다”며 “기소가 돼서 곧 재판에 들어갈 텐데 사안들에 대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과 관련해 의원총회 등 내부 논의를 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해당 의원들의 이름만 거론됐을 뿐 수사기관에서 정확히 확인된 것은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무엇이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당 차원의 조사 계획’에 대해서는 “의혹만으로 의원들을 데려다가 어떻게 조사할 수 있겠느냐”며 “수사기관에서 정확히 확인된다면 그때 지도부의 대책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을 깊은 우려 속에 바라보고 있다. 한 지도부 인사는 “이 사건이 당 전반의 고질적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송 전 대표와 일부 의원들의 일탈인지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어찌 됐건 당에 악재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송 전 대표가 구속된 데 대해 “586운동권의 몰락을 느낀다”고 공세를 펼쳤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586 운동권의 씁쓸한 윤리적 몰락”이라면서 “그간 송 전 대표는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녹취록에서 나온 육성 증거에서 출발했음에도 계속 검찰의 공작 수사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패한 꼰대, 혹은 청렴 의식은 없고 권력욕만 가득한 구태가 오늘 그들의 자화상”이라며 “그래서 많은 청년이 586 운동권 청산을 외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논평에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구속됐다. 온갖 기행과 꼼수로 아무리 빠져나가려 해도 지엄한 대한민국의 법은 반드시 정의를 구현한다”며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중대 범죄임과 동시에 민주당 내부에서 금권 선거가 횡행했다는 것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12.18. /사진=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12.18. /사진=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민주, ‘송·이·정(송영길, 이경, 정의찬)’ 3중 범법 리스크

민주당은 ‘돈 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의 구속이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 민심을 얻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대표를 비롯해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사건 연루 인사들은 탈당했지만, 이번 구속으로 검찰이 최대 20명에 달하는 수수 의원 특정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라 추가 파장이 일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총선 출마를 예고한 당내 인사들도 잇따라 추문에 휩싸이고 있다. 이경 전 상근부대변인은 한밤중 보복운전을 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또한 민주당은 과거 학생운동 시절 민간인 고문치사 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정의찬 당 대표 특별보좌역(특보)에 대한 총선 후보자 검증 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내렸다가 논란이 일자 번복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보복 운전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며 “하다 하다 보복운전 범죄까지 벌이는 민주당, 도덕적 해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 비주류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를 겨냥, “한 걸음만 물러서면 길이 보이고 민주당의 눈덩이는 더 커져 총선에서의 승리를 담보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총선을 끝없는 싸움의 장으로 만들 것인지, 혐오와 분열의 정치를 끊어내는 변화와 혁신의 장으로 만들 것인지 그 해법의 열쇠는 민주당이 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합비대위만이 가장 확실한 통합과 전진의 길”이라며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어 민주당의 목까지 들이닥친 날카로운 칼날을 이 대표가 어떻게 무마시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