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부끄러운 현실 속, 의사들 의견에 국민 공감 안해
【서울 = 서울뉴스통신】 김부삼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방침에 반발, 오는 20일 새벽 6시를 기해 이른바 ‘빅5’ 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난 2020년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의료대란’이 재현될 조심을 보이고 있다.
‘빅5’는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을 말하는 데 필수 의료 핵심이라 불리는 수도권 대형병원들이다. 또한 ‘빅5’ 병원의 전공의 비중은 37%에 달해 이들이 없을시 사실상 업무마비는 불가피하다.
여기 더해 아직 의대를 졸업하지 않은 의대생들의 경우, 이에 동조 ‘동맹 휴학’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의사단체의 집단행동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환자 곁을 지키게 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최종적으로 면허를 박탈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의사단체들의 이런 움직임에 앞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한다는 방침을 미리 세웠다. 각 수련병원에는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고,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에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하달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는데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의사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 의료법에 따라 면허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 더해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의사뿐만 아니라 그들이 몸담은 의료기관도 1년 범위에서 영업이 정지되거나 개설 취소·폐쇄에 처할 수 있다.
복지부는 집단사직이 현실화하면 모든 전공의의 연락처로 업무개시명령을 송달할 방침이다.
16일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35개 의과대학 학생들 역시 오는 20일 함께 휴학계를 내기로 학생 대표들이 결정했다. 의대생 집단 휴학은 전공의 집단 사직과 더불어 의정 대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앞서 지난 15일 한림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이하 비시위)는 한림대 의과대학 의료정책대응 TF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본과 4학년 학생들이 동맹 휴학을 결의하고 휴학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림의대 비시위는 “한림의대 후배와 같은 의학의 길을 걷는 전국 의과대학의 학우 여러분, 우리의 휴학이 ‘동맹 휴학’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고 부탁하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더불어 원광대병원은 22개 과 전공의 126명 전원이 이미 사직서를 냈고 이들은 오는 3월 15일까지 수련한 뒤 16일부터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은 차치하고서라도 의대를 졸업하며 전공의들이 했던 ‘히포크라스 선서’는 그냥 졸업장을 받고 전문직으로 나가기 위한 발판일 뿐이었느냐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고대 그리스의 의사였던 히포크라테스는 의료의 윤리적 지침을 BC 5세기~4세기 기록했는데 이후 오늘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수정한 ‘제네바 선언’이 낭독되고 있다.
우리나라 의과대학을 졸업할 때 쓰는 이 선서문도 제네바 선언문으로 1948년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의학협회 총회에서 채택돼 1968년 최종 완성됐으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의사들은 그 직을 수행하게 되는 시작점에서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에 나의 일생을 일류 봉사에 바칠 것은 엄숙히 서약한다’고 맹세한다.
이어 ▲나의 스승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다 ▲나의 의술을 양심과 품위를 유지하면서 베풀겠다 ▲나는 환자와 건강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 ▲나의 환자에 관한 모든 비밀을 절대로 지키겠다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다 ▲나는 동료를 형제처럼 여기겠다 ▲나는 종교나 국적이나 인종이니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신분을 초월해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겠다 ▲나는 생명이 수태된 순간부터 인간의 생명을 최대한 존중하겠다 ▲어떤 위협이 닥칠지라도 나의 의학 지식을 이륜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다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나의 명예를 걸고 위와 같이 서약한다고 밝히고 있다.
중환자 병상이 부족하거나 해당 환자를 수술할 전문의가 없어 발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고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 구급차 재이송 사례는 3만 7천여건을 넘어섰고, 이는 전문의 부재(31.4%)와 병상 부족(15.4%)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나서 “우리나라 의료진 역량은 세계 최고이고 건강보험 시스템 효율도 세계 최상이라 할 수 있는데 ‘소아과 오픈런’이라든지 ‘응급실 뺑뺑이’라는 말이 있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KBS를 통해 녹화 방송된 신년 특별대담에서 ‘의사 수 정원 문제가 한동안 논의됐는데 대한의사협회 등이 반대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과거 정부가 너무 의료소비자인 환자 가족과 의료진과의 갈등 문제로 봤는데(의대 정원 확충이) 환자와 그 가족, 의료진이 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 의사들의 연봉은 평균 ‘2~3억원’ 수준. 지방, 특히 산촌에서는 의사 1명을 모시기 위해 연봉 4억원에 관사까지 제공한다고 공고했지만 몇달에 걸쳐 지원자를 찾지 못하다가 끝내 한명이 지원해 한시름 놨다는 언론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단체들은 ‘현재도 의사 수가 많다’, ‘임상실험 등 의료인력 교육 부실’, ‘의사 수 확대에 다른 건강보험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꼽지만 국민들에게 그들의 ‘집단반발’이 호응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토건카르텔’, ‘교육·입시카르텔’ 부수기, ‘고리사채업과의 전쟁’ 등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1%라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환자와 국민들을 볼모로 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그들만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카르텔 지키기의 몸부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다.
제발 이 시점 의과대학을 졸업하며 손을 들어 맹세했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떠올려주길 바랄 뿐이다. ▲나는 환자와 건강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는 것과 ▲나는 종교나 국적이나 인종이니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신분을 초월해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맹세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