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서울뉴스통신】 김부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민생토론회를 열어 국민들로부터 직접 고충을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답변을 주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조차 없이 KBS녹화 방송된 ‘특별대담’만 내보내며 정부와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이다 할 정도로 전달했던 모습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대체하며 시작된 민생토론회는 1월 수도권 일대에서 진행된 뒤 2월 들어 지방으로 무대를 확장해 같은 달 26일 충남 서산에서 ‘미래 산업으로 민생 활력 넘치는 충남’을 주제로 이뤄진 민생토론까지 15차례에 이른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4·10 총선이 4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노골적인 여당에 대한 총선지원 행보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지만 오히려 이제까지의 방문지가 수도권과 영남, 충청에 치우치면서 강기정 광주시장 같은 경우 “호남의 민생도 살펴 달라”며 ‘민생토론회 광주개최’를 호소하기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 시장은 구체적으로 “광주·전남에도 와서 AI(인공지능) 사업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살펴달라”고 했다.
실제 지금까지 민생토론회는 수도권에서 10차례가 열렸고 이후 영남(부산, 울산, 창원)에서 3번, 충청(대전, 서산)에서 2번이 더 열린 상태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이 열린 지역에서 해당 지역에 맞는 ‘선물’을 안겨주고 정부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으면 즉각 조치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지역민들의 묵은 숙원 등을 해소해주었다.
지난달 13일 부산 일정에서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 참석해 “부산을 남부권 중심축이자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제2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발언한 뒤 곧장 부산동래시장을 찾았다. ‘윤석열’을 연호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윤 대통령은 “부산과 동래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달 22일 경남 창원시에서 윤 대통령은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열고 “원전산업의 핵심 도시가 바로 이곳, 창원”이라며 지원을 약속했다. 이어 마산어시장을 방문한 윤 대통령은 시민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으며 “건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윤 대통령이 가장 최근 호남을 찾은 것은 올해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이었고 광주·전남 지역은 지난해 10월 목표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가 마지막이었다.
강원도 지난 1월 19일 강원도계청소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강릉을 방문한 것과 지난해 6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기념식 축사를 위해 방문한 게 끝이었다.
때문에 대통령과의 ‘즉문즉답’ 기회를 얻지 못한 지역에서는 강기정 시장과 같은 볼멘소리가 나올 법하다.
역시 민생토론회였지만 꼭 지역민의 목소리라기보다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애로점을 들었던 지난 서울 성수동에서 개최한 열 번째 토론회에서는 일부 청소년들이 나이를 속여 술, 담배를 구매해도 현행법상 판매자만 처벌받게 돼 있는 현행 제도를 악용해 돈을 떼 먹거나 소상공인을 신고해 영업정지라는 징계를 먹게 했던 ‘억울함’에 대해 윤 대통령은 “선량한 자영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련 법령 개정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말해 응어리졌던 이들의 가슴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요즘 몇 만원이면 위변조 신분증을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이걸로 나이를 속여 술, 담배를 구매해도 현행법으로는 판매자만 처벌을 받게 돼 있다”고 운은 떼면서 “(앞으로)자영업자가 신분증을 검사한 사실이 CCTV라든지 휴대폰 카메라를 통해 확인이 되는 경우에 행정처분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 한 번 적발되면 영업정지 2달인데 이 경우에 1년 수익이 다 날아가는 셈이다. 영업정지 기간도 2개월에서 1주일로 대폭 감축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과거 조선시대 백성들이 ‘격쟁(擊錚)’을 통해 자신의 사연을 국왕에게 직접 호소하고 이를 그 자리에서 해결해 줬던 모습들을 떠올리게 한다.
격쟁은 ‘명쟁(鳴錚)’·‘명금(鳴金)’이라고도 하는데 소위 꽹과리·북을 치며 지방을 찾은 임금에게 주목을 끌어낸 뒤 여론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조선 전기에 있던 신문고(申聞鼓) 제도의 뒤를 이어 이용된 것으로 16세기 중종·명종 연간에 관행적으로 정착됐다.
신문고는 본래 하층민의 여론을 상달(上達)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한양에 거주한 문무관원의 청원(請願)·상소(上訴)의 도구로 이용돼 일반 하층민과 지방민들에게는 별다른 효용을 갖지 못했고 그나마 각종 제한이 많아 제대로 민의(民意)를 상달하는 기능을 하지 못했다.
신문고가 별다른 효용을 갖지 못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신문고를 왕궁 옆에 매달아 놓으니 지방 사람들은 ‘왜 한양 땅에 사는 사람들만 그걸 하게 만들었느냐 우리는 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이에 격쟁이 널리 정착됐다.
‘꽹과리를 치니 왕이 귀담아 듣고 해결해 주었다’는 인식이 펴졌고, 우리는 이러한 제도가 흔히 형식적인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태평성대를 이룬 정조의 행정을 살펴보면 그가 재위 24년 간 상소, 신문고, 격쟁을 해결한 수가 5천건에 달한다.
이를 재위 연소를 편의상 25년으로 나눠 보면 매년 200건을 해결했다는 얘기고 공식 근무일수로 따져보면 매일 1건 이상의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것이 된다.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개최가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민의창달(民意暢達)’의 중요한 수단이 됨에 따라 대통령실도 ‘애민(愛民)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간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월에 호남과 강원을 방문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히면서 “앞으로 6~7차례의 민생토론회가 더 남아있다”며 “각 지역의 정책에 맞춰 연중 내내 운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가 미성년자에 속아 술·담배를 판매한 소상공인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조치한 가운데 해당 답변에 대한 영상이 조회수가 500만회를 육박했다고 한다.
지난 1일 중소벤처기업부 공식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민생 토론회 숏츠 영상은 지난달 26일 기준 조회수 469만회, 좋아요 4만 6천개를 기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영상에서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했다가 영업 정지를 당한 자영업자의 호소에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해당 건으로 행정처분하지 못하게 즉시 조치하라”고 지시했고 지시 후 조치는 3시간 만에 이뤄졌다.
꽹과리 소리(격쟁)에 귀 기울인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조치가 국민들의 ‘뻥’ 뚫어 주는 효과를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대통령의 민생행보가 이와 같이 지속되면 좋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