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호주를 아내와 지난 3월에 9일 간의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다.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여, 30~40대로 보이는 가이드, 박현미 씨를 만났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호주로 이민하는 부모를 따라와 호주인이 된 교포였다. 호주에 와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하고, 부동산중개사 자격도 취득했으나 20대에 회사원으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가이드 일을 하게 되었는데 벌써 24년이나 되었다 한다. 나이를 물으니 뜻밖에도 57세란다. 20년 이상을 가이드로 일한 경력이 있어선지 12인승 승합차를 기민하게 운행하면서 설명을 능숙하게 했다. 특히 즐겁고 밝은 표정으로 여행객들을 맞이했고, 친절하게 안내했다.

그녀는 일정표에 나온 대로 본다이 비치에 갔다가 갭파크로 이동하여 영화 빠삐용의 배경이었던 촬영지를 설명해 주었다. 일과를 마치고 호텔에 체크인하여 방을 배정해 주고 내일 아침 4시에 오겠다며 돌아갔다.

다음날 새벽, 현미 씨는 호텔에 일찍 와서 우리 일행을 차에 태우고 공항으로 가, 브리즈번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 브리즈번과 맬버른 여행을 마치고 시드니로 돌아온 5일 후에 다시 만났다. 그녀는 내가 자신의 옆자리인 조수석에 앉는 것을 허용해 주어 이동 중에 앞 경관을 잘 볼 수 있었다. 맨 앞 좌석이라 장애물이 없어 사진 촬영도 용이했다. 옆자리이기 때문에 질문하기도 수월했고, 대답을 듣기도 쉬웠다.

다음날은 보타닉 가든을 돌아본 후, 시드니항의 크루즈와 하버 브리지가 보이는 경관 좋은 하버 프론트 레스토랑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스테이크와 와인으로 근사한 점심을 먹도록 해주었다. 모처럼 대접받은 것 같은 점심이라 가격을 물으니 9만원 정도란다.

오페라 하우스를 돌아보고 나오니 현미 씨가 기다리고 있다가 안내해 주었다. 여러 사람의 질문에도 성의 있는 답변을 해주었다. 관광객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으련만 밝은 표정과 부드러운 말씨로 응답했다. 그녀는 자신은 가이드이지만 여행을 함께하는 메이트도 될 수 있어 가이드 일이 즐겁다는 것이다. 매일 여행하는 기분으로 일하니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일행들이 쇼핑을 마치고 승합차로 이동 중, 내 휴대폰 보조밧데리가 안 보였다. 쇼핑센터에 떨어뜨린 것으로 여기고 가이드에게 쇼핑센터로 돌아가 줄 것을 부탁했더니 전혀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차를 돌려주었다. 현미 씨가 길을 바꾸어 돌아가겠다고 말했을 때, 일행들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아 고마웠다. 돌아가던 중 밧데리가 가방 안에서 발견되어 쇼핑센터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오랜 가이드 경력 때문인지 현미 씨는 시드니 관광을 안내하는 5일 동안 한 번도 언짢아하거나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종(始終) 밝은 표정으로 친절하게 우리 일행들의 편의를 고려해 주었다. 필자가 패키지 여행에서 만난 가이드 중 현미씨가 가장 밝고, 친절하고, 운전과 설명이 능숙하게 여겨졌다. 친절하게 안내해 주어 감사하다고 인사한 후, 어떻게 그처럼 친절한 안내를 하게 되었느냐고 질문했더니 다음과 같이 답했다. 언젠가부터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일에 충실하다 보니 스스로 기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충실하게 살면 기쁨이 온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또, 기독교를 믿으며 하느님을 의지하고 살다 보니 좋지 않은 생활을 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느님의 뜻은 성경에 잘 담겨 있는 것 같아 성경을 모토로, 매사에 감사하며 사랑을 실천하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가이드 일을 만족스럽게 여기어 충실하고 있다. 여행객들과 짧으면 2~3일, 길어야 10일 정도를 함께 지내는 안내자이지만 관광객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니 스스로 행복해지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즐겁게 일하다 보니 한국의 유명한 사람들도 안내하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이름이 대부분 생각나지 않지만 그중에 기억나는 분들은 연예인인 임창정, 윤도현, 변우민 씨 등이 있다.

우리 한국인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호주로 한국인들이 이민을 많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호주에서 이민을 받을 때 우선하는 것은, 젊은 사람, 기술자, 노동자, 영어 회화 가능자 등을 선호한다.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어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기에 워킹 홀리데이가 가능한 나라다. 국가에서는 블루칼라를 우대하는 정책을 펴, 소득도 화이트 칼라보다 더 많고 퇴근 시각도 두 시간이 빨라 일반적으로 오후 3시에 퇴근한다.

호주는 영토가 넓어 농업이 발달되어 있고, 지하자원이 풍부하여 국민의 개인 소득이 평균 6만불이 넘어 2021년 통계로는 세계 11위였다. 국민소득을 인구수가 1,000만 이상인 나라의 순위로 보면 미국이 1위고 호주가 2위일 정도로 부국(富國)이다. 대단히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취업이 어렵지 않고 소득 격차도 적어 국민의 위화감이나 갈등도 적은 편이다. 또, 각종 치료비를 국가에서 부담하며 대학의 등록금도 내지 않는다. 그래서 술은 지정된 업소에서만 구입이 가능하고 담배는 한국보다 무려 10배는 더 비싸다. 그래선지 흡연하는 사람을 보기 드물고, 길가를 둘러보아도 담배꽁초가 보이지 않았다.

일이 즐거운 사람은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하든 즐거움을 찾을 줄 알아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생활에 만족할 줄 알아야 행복과 가까워질 수 있다. 현미 씨는 가이드 일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았다. 그래서 20년이 넘도록 가이드 일에 종사할 수 있었고,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객들에게 친절을 베풀었을 것이다. 그 결과, 여행사에서도 유능한 가이드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렇게 즐거워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고객인 관광객들에게 편의와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런 가이드 덕택에 여행자들도 기분 좋은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채찬석 수필가.
채찬석 수필가.

약력

수원문인협회 회원, 교육수필가, 종자와 시인박물관 운영위원장

<아동문학평론>에서 동화평론으로 신인상 수상

‘꿈을 위한 서곡’ 수필집 발간 후 이어서 수필집 4권 발간

<수원문학> 본상 수상

 


 

저작권자 © 서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