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외부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화장실을 사용하려고 급히 문을 두드렸다. 안에 사람이 있었다. 조금 더 기다렸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볼일을 볼 정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사람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더 흐르자 안에서 사람이, 아니 교복을 입은 것으로 보아 고등학생인 것 같았다. 어쨌든 나는 힘들게 기다리고 있던 터라 급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화장실 안은 뿌연 담배 연기로 가득했다. 나는 그제야 그 학생 이 안에서 담배를 피우느라 지체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고등학생의 흡연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남학생은 물론, 여학생도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았다. 그 이유는 남녀의 구분이 없어진 세태 탓도 있고 호기심에 피우기도 하겠지만 또 다른 이유를 들어보니 몸을 날씬하게 하기 위해 담배를 피우는 여학생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면 몸이 날씬해지기는커녕 피부가 거칠어지고 주름이 생기며 특히, 여성은 출산 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중학교 때 학교는 다르지만 담배를 피워 금연교실에 다녀왔다는 친구가 있었다. 금연교실에 가보니 정말 담배를 피울 생각이 없어져 끊었다는 친구다. 거기서는 흡연의 유해성을 가르치는데 정상적인 선생님이 지도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담배를 많이 피워 후두암에 걸린 환자가 직접 나와 강의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환자가 말을 하는 것은 아주 가까이 귀를 대고 들어야 할 만큼 심각했다고 한다. 목이 쉬어 말을 잘못하고 가래가 있어 그르렁거린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그 환자의 목에는 구멍이 뚫어져 있다고 했다. 음식을 입으로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간접 주입을 하는 것이라 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순간, 친구는 몹시 놀라 금연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했는데 다른 친구들은 강의가 끝나자마자 화장실에서 담배를 또 피웠다는 것이다. 그만큼 일부는 담배의 해독에 대해 무감각해졌다고 했다.

친구는 말했다. 담배를 피우니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이유는 몰래 담배를 피우려니 어디든 숨어서 피워야 하기에 긴장이 된다는 것이다. 장소 또한 마땅치 않아 주로 골목에 숨어 피우는데 누군가 볼까 봐 짧은 시간에 단숨에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니 건강에도 더 나쁠 거라고 했다. 나는 그때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한 점이 있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피우는 담배는 어떻게 구입할까 하는 것이었다.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면 벌과금을 납부해야 하는 법적 제도가 필요 없단 말인가, 친구에게 물어보니 대답은 간단했다. 웬만한 구멍가게에선 다 판다는 것이 친구의 설명이었다. 심지어는 교복을 입고도 구입 했다니 구멍가게 주인의 사회 방침을 무시한 배짱과 상업성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 외에도 언제, 어디서나 담배를 쉽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담배 자동판매기가 편리하게 설치되어 있다고 했다. 친구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청소년의 흡연을 조장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청소년기는 신체적 • 정서적 • 도덕적 • 사회적 측면에서 소년기로부터 성인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적인 인격 형성 과정에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육체적 • 정서적으로 백해무익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소년 흡연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통계가 나온 것이 있다.

청소년기에 흡연을 시작하여 계속 흡연하는 사람들은 이십사 년의 수명이 단축되고 이십오 세 이후에 흡연을 시작한 경우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비흡연자의 2.5배인데 비해서 십오 세 이전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경우에는 18.7배에 달하며, 폐암은 80-90%, 방광암은 40%, 심근경색증 사망은 40%, 뇌혈관질환은 50%, 만성기관지염, 폐기종,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은 85%가 흡연으로 인해 발생 된다고 한다. 이는 청소년이 아직 신체적 발육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 있어 모든 세포 및 조직이 약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 비해 피우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은 다양하다. 자주 피로를 느끼며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고 감기 또한 자주 걸리며 일단 걸리면 더 오래 앓는다. 잇몸병도 더 많고 입에서 냄새가 나며 소화불량도 더 많다.

아무리 강조해도 인식 부족인 청소년 흡연의 유해성에 대해 할말이 더 있다.

흡연은 폐암을 비롯하여 심장병, 호흡기계 질환 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육체적 건강에 결정적인 해독을 끼칠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 환경 오염, 경제적인 피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해로운 행위이다. 이처럼 청소년기의 흡연에 대한 폐해가 많은데 청소년층이 담배를 많이 피운다는 것은 마약에 대해 중독이 되어가듯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인이 되었을 때의 건강상의 손실로 인한 개개인의 불행과 손해를 몰고 오는 행위이다. 나아가서는 국가적인 손실에 지대한 영향을 초래하기도 한다.

얼마 전, 그다지 유명세가 있는 탤런트는 아니지만 사십 대의 한 여성이 오랫동안 피운 담배로 인해 폐암 선고를 받았다. 힘든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그 연기자는 시청자를 향해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지친 모습으로 호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여성이 건강을 잃은 다음 눈물로 호소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미 자신의 몸은 병들고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인 것을.

청소년기는 꿈을 꾸며 미래를 위해 도약할 때이다. 청소년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은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 한순간의 잘못된 걸음걸이로 헤어나지 못할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학교 공부도 중요 하지만 생활 태도가 더 중요하다.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건강을 지키지 않으면 오래 못 산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주 심각한 이야기다. 우리의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부모님이 물려주신 더없이 소중하고 귀한 것이다. 그런데 그 귀한 생명을 우리의 몸에 해로운 담배를 피우면서, 그 연기 속에 소중한 생명(生命)의 시간을 날려 버린다면 그것은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을 하기는 커녕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불효(不孝)를 하는 일일 것이다.

답답한 마음으로 파란 하늘을 올려다 봤다.

밝게 웃는 청소년들의 얼굴이 수를 놓는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보였다.


이인숙 수필가
이인숙 수필가

약력

한국작가 신인상
경기도 문학상 신인상
경기도문학상 작품상
한국작가 동인회 이사
한국문협 경기도지회 제도개선위원
수원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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