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 대리수술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y병원의 최근 언론 홍보 방식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소재 y병원은 최근 인터뷰와 현장취재 형식으로 인공관절 수술 현장의 전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주된 내용은 이렇다. 환자의 수술이 시작되고 k병원장이 중요 수술 과정을 시작해서 끝나는 시간이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 것. 이렇게 수술이 끝나면 바로 다른 수술실로 옮겨 다시 수술을 집도하는데, 이런 시스템으로 연간 2500건 이상의 수술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국내 인공관절 부분치환술 100건 중 5건은 y병원에서 시행했다며 ‘인공관절 부분치환술의 메카’라는 식의 낯 뜨거운 제목의 기사들이 연이어 나오기도 했다. 현재 ‘대리·유령수술’ 의혹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병원이 현재 진행형으로 하고 있는 홍보 활동 내용들이다.
y병원의 이 같은 행보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을 의식해 일종의 여론전을 벌이려는 것으로 보여질수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k 병원장의 기소 내용은 2021년 6월 28일부터 8월 2일까지 152건에 달하는 대리수술을 했다는 혐의다. 시민단체는 상식적으로 볼 때, 검찰이 특정한 단 35일간의 짧은 동안에 이 정도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나머지 기간에도 비슷한 수준의 불법이 자행됐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폭로된 1년에 혼자서 인공관절 수술 등을 평균 3천 건 이상 집도했다는 의사의 정체가 바로 y병원 k 병원장이라는 것이 다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시민단체는 물론 의료계에서도 ‘대리수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수사 및 보건당국 등에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불법성 의혹이 속속 드러나자 k 병원장측은 보다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해 검찰 기소 직후에는 대리·유령수술 범죄 혐의에 대해 ‘단순한 수술보조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이후 영업사원이 환자의 뼈에 드릴로 구멍을 꿇고 핀을 꽂거나 빼는 일, 인공관절을 삽입할 때 망치질까지 했다는 내용의 공소 사실이 공개됐음에도 여전히 수술보조행위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1년에 혼자서 평균 3천 건 이상의 인공관절 수술 등을 했다고 건강보험공단에 보험을 청구한 사실이 드러나고, 의료계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수술 건수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최근 y병원측은 이런 수술 건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방향으로 방어 논리를 개발해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최근 y병원측 법률대리인이 한 시민단체를 상대로 진행한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의 내용을 보면 이 같은 정황을 엿볼 수 있다. 해당 법무법인은 y병원이 소위 ‘팀제’라는 수술 시스템을 통해 수술을 집도하고 있어, 만약 집도의가 바쁘면 팀 소속의 다른 의사가 수술을 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법률대리인은 k 병원장은 유명세 때문에 환자가 많이 몰려 다른 의사가 수술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며, 이 같은 시스템을 사전에 환자에게 동의받았기 때문에 대리수술도 아니고 문제도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들 주장대로라면 이런 방식으로 k 병원장은 1년에 평균 3천 건 이상의 수술에 본인을 집도의로 올릴 수 있었고 그 비용을 공단에 청구한 셈이다. 그런데 본인이 수술을 집도하지도 않았음에도 이름만 올려놓는 것이 진료기록부 허위작성, 즉 유령수술이고 k 병원장이 현재 이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다수의 기사를 통해 수술 시스템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무릎인공관절 수술에 투입되는 의사는 10명이고, 일반적으로 수술실에는 수술 집도의 1명, 마취과 전문의 1명, 수술보조간호사 2명, 스크럽 간호사 1명, 순환 간호사 1명, 마취 간호사 1명, 수술 후 마무리하는 의사 1명 등 8명이 투입된다고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기사에서는 이런 수술실 인적구성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k 병원장은 본인이 담당하는 중요 수술 과정을 환자 1명당 21분, 11분 만에 끝냈다고 나온다. 또 ‘국내 인공관절 수술 거장’이라고 불리는 김 아무개 의사의 사례를 들어 인공관절 수술을 혼자서 하루에 10건, 많게는 20건 넘게 집도했다는 내용도 언급된다. 결국, 이런 시스템을 통해 혼자서도 그 많은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강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재 재판 중인 사건은 2021년 6~8월간의 범죄혐의에 대한 것이다. 국감에서 폭로된 불법적인 의료행위 의혹이 제기된 건도 2019년 4016건, 2020년 3633건, 2021년 3486건, 2022년에는 3123건 등이다. 해당 기간 중 병원에 파견돼 대리수술에 참여했다는 의료기기 영업사원 제보자가 밝힌 당시의 수술실 인력 시스템과 운영 구조는 y병원이 밝힌 현재의 수술실과는 딴판이다.
또 제보자는 k 병원장이 본인을 집도의로 한 수술방을 한 번에 4~5개씩 열어놓고 실제 수술방에는 다른 의사와 병원 소속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영업사원 2인 1조가 투입돼 운영하는 ‘공장식 수술방’을 운영해왔다고 폭로했다. y병원 k 병원장은 이런 수술방에 잠깐 들르거나 방송 출연 등 이유로 아예 얼굴조차 비치지 않는 것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현재 y병원이 이제라도 정상적인 시스템으로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것 자체를 트집잡을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시스템을 홍보해서 과거의 범죄를 덮으려는 의도라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오히려 공소 제기된 사실 외에 추가적으로 쏟아져나오는 많은 불법의 정황들을 면밀히 참고해 엄중하게 심리를 해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