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둥,하고 은근히 가슴 뒤흔들어 놓는 북소리가
배경 음악인 봄날의 화면은 차마 바라볼 수가 없다
윤기 낸 머리채를 둔부까지 휘늘어뜨린 실버들
아기똥거리는 엉덩이로 집을 나서면
노랗게 머리 물들인 개나리꽃
조잘조잘 조잘대며 떼로 몰려간다
속살 훤히 내비치는 란제리만 걸친 벚꽃
타는 시선, 시선을 와르르 몰아붙이며 아찔하게 다가서고
키 큰 소나무 숲에 눌려 지내던 진달래
산비탈로 난 길을 치달아 붉은 바람이 된다
정숙한 누이,목련마저
야회복 차려입고 하얀 속살 드러내는 저 백치 웃음
빨간⑲마크를 또렷이 박아 놓아야 하겠는데,
저 훔쳐보려고 빼죽이 일어서는 눈들은 어찌할꼬?!
저 눈, 눈, 눈, 눈, 눈…
허어! 으흠,음-!
<<감상>>
봄이다. 한 잎 한 잎 만물이 소생하고 있다. 신종승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슴슴한 존재』를 읽고 독자의 한 사람으로 감상한다. 편안하고 슴슴하다. 정제되지 않은 듯 짧은 구절이지만 동심처럼, 소년처럼 장난기가 느껴지는 시선이 남긴 유머러스한 표현에 봄날 같은 미소를 짓게 된다. 시인은 봄날의 아름다움을 자기만의 눈으로 읽고 조곤조곤 속삭인다.
그의 시는 오랜 목사님의 활동에서 체득된 조물주의 말씀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읽는다. 피조물인 한 인간, 그중에서도 은퇴한 목사님, 즉 슴슴한 존재의 눈으로 만물을 바라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이 억지스럽지 않고 밝고 따뜻하고 긍정적이다. '정숙한 누이, 목련마저' 시인의 눈에는 하얀 속살 드러내고 백치처럼 웃고 있으니, 격식과 허울을 벗고 자연인의 슴슴한 시각이 재미나게 읽힌다. 그의 시집에 1독을 권해드리는 바이다.
- 수원문인협회 수석부회장 김경옥
<<이력>>
수원문협 회원
계간 《애지》 신인상
(미)클레아몬트 신학대학원 목회학 박사
기독교대한감리회 원로목사
시집『소소한 일상』,『슴슴한 존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