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군대 생활이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막상 ‘손자를 군에 보내야 한다.’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입영 날자가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대한민국에서 내 아들의 손에 국가의 안위가 달려있다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가슴이 뿌듯하기도 하다. 두렵고 떨리던 마음이 뿌듯한 자부심으로 용기 백배 든든해지는 건 군인을 아들로 둔 엄마들에게 찾아오는 선물 같은 기쁨이기도 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공평하지 않을 수도 있게 된다. 아들의 입대와 함께 잠시 멈추는 거라 생각했던 시간들…….

 군대 가고픈 마음과 가고 싶지 않은 마음속에서 줄타기를 하던 아들이 정작 군에 입대하고 나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씩씩해지고 탄탄해지는 모습에 조금씩 안도하게 되던 일이 잊혀 지지 않는다. 이 시간 아들과의 잠시 이별에 불안해 할 어머니들에게 그 시간은 낭비가 아닌 대한의 남아로서 좀 더 탄탄해지고 강건해지는 변화의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위로 받았다.

 “세월…. 잠깐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도 어떻게 마음먹고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무의미한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아들을 면회 갔을 때 일이 생각난다. 입소식이 끝나고, 내무반에 입소하는 시간, 아직도 품속의 갓난아기처럼 생각되는 자식을 찾아 단 한 번, 단 몇 초만이라도 자식의 모습을 보기위해 연병장에 뛰어 들어가는 부모들 틈에 섞여 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내무반 앞으로 뛰어갔던 일이 잊혀 지지 않는다.

 혹시 잠깐 동안이라도 보지 못할까 안타까워하는데 사슴 같은 눈망울을 하고 군인 모자를 눌러 쓰고 있는 아들을 보았을 때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아들을 끌어안았던 일이 생각난다.

 “고생 많았지?” 

하고 눈물만 흘리며 아들을 안아 주었던 일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자식을 기르는 부모야말로 미래를 돌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가슴 속 깊이 새겨야 한다. 자식들이 조금씩 나아짐으로써 인류와 이 세계의 미래는 조금씩 진보하기 때문이다. ‘자식을 기르는 부모’가 인류와 세계의 미래를 진보시키는 근원이라는 칸트의 말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라 할 수 있다.

 세계에서 자식 사랑이 가장 각별한 게 대한민국의 ‘엄마’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속담에 

 “자식 둔 부모는 알 둔 새 같다.”

는 말이 있다. 알을 지키기 위해서 늘 노심초사하는 ‘알 둔 새’처럼 자식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온 몸을 다 바치는 것이 대한민국의 ‘엄마’들이라고 한다. 특히 아들을 ‘군대’를 보내야하는 현실 앞에서 엄마들의 자식 사랑과 걱정은 더더욱 유별날 수밖에 없다.

  남들 다 가는 군대라서 대수롭지 않은 게 아니다. 내 자식이 가는 군대라서 특별한  것이다. 아들이 입대한 후, 내게는 휴가 나온 군인과 군대에 간 아들을 둔 부모만 보였다. 맛있는 음식, 포근한 잠자리도 멀리하고 껄끄러운 음식과 새우잠으로 보내며  5주간의 생활조차 아들과 함께 그 시기를 건넜다고 하는 엄마들의 말을 들을 때 자식 사랑이 얼마나 극진 한 가를 알 수 있다.

 ‘남들이 다 가는 군대’가 아니라 ‘내 자식’이 가는 군대라서 더욱 특별하다는 것, 그것이 모든 엄마들의 속마음일 것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엄마가 있다고 한다. 군대 간 아들을 둔 엄마와 그렇지 않은 엄마이다. 훈련소에서 보낸 아들의 사제 옷을 받아보고 우는 엄마, 휴가 나온 군인을 자기 자식처럼 바라보는 엄마, 아들 걱정에 맛있는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편히 자지 못하는 엄마들의 모습은 정말 유별나 보인다. 그러나 그 유별남이 자식 사랑의 아름다움 일게다. 

 군대 조건이 예전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남편이 군대 다니던 시절은 2년 6개월에 월급도 3만 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1년 6개월에 급여도 40만 원 이상이다. 침대 생활을 하고 피자도 배달시켜 먹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편해지고 복지가 좋아졌다고 해도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급여를 받고 자유도 없는 감옥 아닌 감옥살이를 해야 하는데 선택의 자유를 준다면 가겠는가?
 남자들은 군대 문제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해서 재수하는 남자아이들도 여러 가지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대학교에 입학해도 군대라는 큰 숙제가 있어 취업도 여자보다 늦어지고 미래 계획을 짜는데도 변수가 생긴다. 그런 데도 있던 가산 점마저 없어졌다. 자유롭게 살다가 통제되는 낯선 환경에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고스란히 매이며 사는 것을 그 누가 반길까마는,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국방의 의무를 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숙명이므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손자가 군대에 간 후로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하고 사진을 보내온다. 사진을 볼 때 마다 군복 입은 씩씩한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가슴이 짠하다.

 며칠 있으면 손자가 첫 휴가를 나온다고 한다. 무엇이 먹고 싶으냐 물어보니 ‘게장’하고 ‘갈비찜’ 이라고 한다.

 서둘러 시장에 가서 알배기 꽃게와 갈비찜을 만들어 손자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싶다. 건강하게 군복무를 하는 손자 녀석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임화자 수필가
임화자 수필가

약력

한국문인협회 수원문인협회 회원, 경기산림문학회 고문
수원문인협회 샘물 조합장 
한국경기수필가협회 회원, 경기여류회장 역임, 문학과비평 회원,
경기수필 대상, 백봉문학상, 경기문학인대상, 수원문학대상 외
수필집 '행복을꿰는여자', '세월의 모래밭에 묻힌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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