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조대왕은 보통 ‘개혁군주’의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그는 재위 전반기,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입지에 놓여져 숱한 암살 위기와 정치적 다툼을 겪어야 했지만, 이를 본인의 방식으로 나름대로 극복해 조선의 ‘마지막 르네상스’를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정조대왕의 대표적인 업적으로는 실학자들을 등용하고 서양문물을 받아들였으며, 자유로운 상업활동을 보장한 통공정책을 펼쳤고 직속 친위부대인 장용영을 설치해 왕권을 강화했다. 하지만 수많은 업적 속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치적으론 수원화성 건설을 꼽을 수 있다.
수원화성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계획형 신도시’로 정조 본인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도시를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알려졌다. 거중기와 같은 신기술 도입, 일반적인 군사적 목적으로 축성된 것이 아닌 정치·경제적 측면과 부모에 대한 효심으로 지어진 성곽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성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러나 6·25전쟁 당시 장안문과 문루가 반파돼 대부분의 건축물이 훼손되면서 고된 수난을 겪었으나, 설계도와 내용을 철저하게 남겨놓은 『화성성역의궤』 덕분에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었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될 수 있었다.
수원시는 1964년부터 ‘화홍문화제’를 개최했고, 1975년 제12회 축제에서 정조대왕의 ‘을묘년 화성원행’을 복원한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을 처음 선보였다. 능행차 공동재현은 매년 수원화성문화제를 대표하는 행사로서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을 구현하기 위해 수원시는 ‘정조대왕·혜경궁 홍씨 선발대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했다. 능행차 공동재현을 위해 선발하는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는 축제의 얼굴이자 수원을 널리 알리는 홍보대사로서 활동하는 만큼 중요도와 상징성이 큰 역할이다.
선발대회는 수원문화원에서 초대부터 11회까지 맡아 진행해오다가 수원문화재단이 생긴 후 12~13회 대회를 재단이 주최했다. 허나, 선발대회 심사공정성 문제로 홍역을 치룬 수원시는 2023년 수원문화원에서 재개한 이후 공정하게 심사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만반의 준비를 한 덕분에 큰 호응 속에 별다른 잡음 없이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를 선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24년 열린 선발대회에서 최종적으로 낙점된 강태준 제15대 정조대왕 역은 수원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동아방송예술대학을 졸업했다. 30세까지 연극과 뮤지컬 배우로서 활동하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배우의 꿈을 접고 고향인 수원으로 내려와 생계를 꾸렸다. 현재는 ‘인트로도어’의 대표로 재직하면서 수원청년회의소 회장, 수원화성문화제 사무총장을 역임한 바 있고, 현재는 수원군공항 이전 및 경기통합국제통합추진시민협의회 사무총장으로 수원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강태준 정조대왕 역은 원천동에서 선관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우연히 제14대 혜경궁 홍씨를 만나 ‘정조대왕 역할에 도전해보면 좋겠다’는 조언을 듣고 선발대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민으로 참여했을 때와는 달리 직접 정조대왕으로서 역할을 해보니 ‘감회가 새롭고 벅참을 느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와 함께 2024년 능행차 공동재현에서 시민들의 진심을 느꼈던 강태준 정조대왕 역은 “과거지만 ‘임금이 백성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엄청 무거웠겠구나’를 몸소 깨달았다”는 감상을 밝혔다. 이런 경험을 통해 단순히 정조대왕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뛰어 넘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역할을 수행한 만큼 조금은 서툴고 낯설었던 점이 있었는데, 이번에야 말로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면서 “‘수원화성문화제’가 글로벌 축제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좀 더 수원시민을 위한 축제가 돼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원이 전통문화의 도시인 만큼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건 좋으나 능행차 공동재현은 원형에 가깝게 진행해 역사와 전통 부문에선 수원을 이길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오는 28일,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이 수원에서 화려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아무쪼록 이번 능행차 공동재현이 더 완성도 있는 행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강태준 제15대 정조대왕이 더 전통적인 ‘능행차 공동재현’ 성공의 주역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