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자태를 품은 고고한 학의 날개여
긴 터널의 굴레를 벗어나
햇살 찬란한 하늘을 가르며
파아란 원을 그리네
정결한 사랑은
풍랑의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은
내 안의 숨비였고
백합처럼 은은한 향은
바람을 타고
마음밭에 포근히
스며 들었지
온유한 언어의 노래는
메마른 가슴에
단비가 되어
지친 영혼을 감싸 안고
평안의 쉼표로 다가오며
고요히 피어나는 맑은 미소는
어둠을 밝혀주는 등대였네
【감상】
어둠을 밝히는 등대는 흔히 길을 안내하는 존재로 비유된다. 그러나 이 시에서의 등대는 단순한 길잡이가 아니라, 마음의 풍랑을 잔잔히 가라앉히는 내면의 빛으로 드러난다.
첫 연에서 시인은 학의 고고한 날개를 통해 자유와 초월의 이미지를 펼쳐낸다. 긴 터널을 벗어나 푸른 하늘로 나아가는 모습은 마치 인간이 시련을 넘어 희망으로 향하는 여정처럼 읽힌다. 이어지는 연에서는 백합의 향기와 숨비(제주의 맑은 숨결)를 끌어와, 정결한 사랑의 고요한 힘을 노래한다. 그것은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자,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따뜻한 위로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온유한 언어의 노래’다. 메마른 가슴에 단비처럼 스며드는 언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영혼을 감싸 안는 치유의 힘을 가진다. 시인은 그 언어가 평안의 쉼표가 되어 삶의 고단함 속에서 숨 쉴 자리를 마련한다고 노래한다.
마지막으로 시는 ‘고요히 피어나는 미소’를 등대에 비유한다. 거대한 빛이 아니라, 소박하고 맑은 웃음이야말로 어둠을 물리치는 가장 확실한 빛이라는 깨달음을 전한다.
이 작품은 거창하지 않은 일상의 정결한 마음, 따뜻한 언어, 그리고 작은 미소가 곧 우리 삶의 등대가 될 수 있음을 일깨워 준다. 시인의 노래 속에서 독자는 자신 안의 등대를 발견하며, 다시 한 걸음을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수원문인협회 수석부회장 김경옥
[약력]
수원문인협회 회원
시집 “아름다운 나날“
춘계 문학기행 백일장 차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