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제보 후 학교, 수사기관에 비위조회 공문 발송
1·2심은 학교 손 들어줬지만…대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가능성”
“징계 사유 인지하고도 미조치…선관주의의무 위반 해당”

서울 서초구 대법원. / 사진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 사진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교사의 내부 제보 이후 해당 교사에 대한 수사 여부를 조회한 학교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내린 ‘기관경고’ 처분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학교가 교직원의 징계 사유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취지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학교법인 동진학원과 이사장 A씨가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기관경고 처분 등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1심과 2심이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던 것과 달리, 대법원은 서울시교육청의 처분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사건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라벌고 교장이던 B씨와 교사 C씨는 동진학원과 이사장 A씨가 학교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갑질 행위’를 했다고 서울시교육청에 내부 신고를 했다. 이후 B씨는 해임, C씨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징계 절차에 들어가기 전, 서울북부지검과 서울노원경찰서, 감사원 등 수사기관에 두 사람에 대한 수사 사실 여부를 조회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해당 없음’이라는 회신을 받았으나, 교사 C씨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되어 교육청 공익제보센터에 민원을 제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감사 결과, 학교가 교직원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사기관에 조회한 것은 부적절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동진학원에 사건 관련자들(교감, 행정실장, 주무관 등)에 대한 경고 및 주의 처분을 요구하고, 학원법인과 이사장에게는 각각 기관경고와 경고 처분을 내렸다.

동진학원 측은 이를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교직원들의 행위가 사립학교법상 명백한 징계 사유로 보기 어렵고, 학교가 법률 전문가가 아닌 점을 감안하면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교직원들이 수사기관에 공문을 보내 교사 개인의 수사 사실을 조회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 측이 이러한 행위를 인지하고도 충분한 조사나 징계 의결 요구를 하지 않은 것은 법령상 의무 위반이자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립학교 교원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경우 이는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으로, 사립학교법에서 정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며 “징계 사유가 존재함에도 이를 방치한 학교법인과 이사장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사립학교가 내부 구성원의 위법 행위나 비위 정황을 인지했을 때, 징계 여부 판단과 관리 책임을 더욱 엄격히 요구하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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