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도로교통공단, 실주행·VR 기반 진단시스템 공개
19개 시험장에 설치 완료…적성검사·조건부 면허 활용 검토
“고위험 운전자 관리체계 정교화로 교통안전 기틀 마련”

내년부터 75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운전능력 진단을 받을 수 있게 된다. . (경찰청) / 사진 = 서울뉴스통신 DB
내년부터 75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운전능력 진단을 받을 수 있게 된다. . (경찰청) / 사진 = 서울뉴스통신 DB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내년부터 75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운전능력 진단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경찰은 이를 통해 운전자의 인지·반응 능력을 정량화하고, 향후 고위험 운전자 적성검사 및 조건부 면허 제도 도입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경찰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실주행 및 VR 기반 운전능력진단시스템 시연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보건복지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 손해보험협회 등 관계 기관이 참석했으며, 시스템 설명과 시연이 함께 진행됐다.

이번 진단시스템은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이 공동으로 추진한 연구개발 사업의 성과물로, 고령자·치매 환자 등 고위험 운전자의 운전능력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진단 방식은 △실주행 진단 △VR 진단 두 가지로 구성된다. 실주행 진단은 운전면허시험장의 기능시험 코스를 기반으로 굴절, 방향전환, 교차로, 가속·감속 구간 등을 주행하면서 조향능력, 집중력, 반응속도, 정보처리 능력 등을 평가하며, 결과는 양호·보통·위험 3단계로 분류된다.

VR 진단시스템은 비보호 좌회전, 어린이보호구역, 공사장 돌발상황 등 실제 도로 환경을 가상으로 재현해 운전자의 인지반응, 차로 유지력, 도로교통법 준수 여부 등을 측정한다. 정지선 위반, 신호위반, 반응시간 등은 수치화된 데이터로 분석돼 운전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실주행 시스템은 서울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 VR 시스템은 전국 19개 운전면허시험장(서울·부산·대구·인천·대전·울산·의정부·청주·광양·제주 등)에 설치가 완료됐다.

경찰청은 내년부터 75세 이상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 과정에 시범 운영을 도입해 국민 수용성과 시스템 신뢰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이후 평가 결과를 토대로 고위험 운전자 판별 지표와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 도입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호승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은 “운전능력진단시스템은 고위험 운전자의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며 “시범 운영을 통해 제도를 보완하고 실효성 높은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희중 한국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VR 진단시스템은 운전자가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점검하고 안전운전 습관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고령사회에 맞는 맞춤형 교통안전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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