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자의 '노동 정년' 변화 …평균 수명 연장 등 반영해 판결

▲ (사진 = MBC TV 뉴스 화면)

최근 고령화 흐름을 반영해 법원이 육체 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5세로 높여야 한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아닌 만 65세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평균수명 증가 등 환경 변화에 맞춰 정년도 높아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동연한은 사람이 일을 해서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는 최대 연령을 뜻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부장판사 김은성)는 교통사고 피해자 한모 씨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연합회가 280여만 원을 더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항소심에서 배상액이 높아진 것은 가동연한을 1심(60세)과 달리 65세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씨는 2010년 3월 서울 서초구의 한 도로에서 운전 중 불법 유턴을 하다가 버스와 충돌해 장기가 파열되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그는 해당 버스 회사와 공제계약을 맺은 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는 한씨의 과실이 더 크다고 보고 버스연합회 책임을 45%로 제한했다. 그런 다음 한씨가 일을 해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나이(가동연한)를 일반 육체 노동자 기준인 '만 60세'로 보고 손해배상액을 2070여만원으로 산정했다.

당시 배상액은 198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후 도시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0세로 인정한 기존 판례에 따라 산정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8일 2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7부(재판장 김은성)는 "한씨와 같은 육체 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늘려야 한다"며 한씨에게 1심보다 284만원을 더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2010년 남자 77.2세, 여자 84세에 이르게 되었고 2017년부터 모든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되는 등 세월의 흐름에 따라 크게 변화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과거처럼 60세로 고수한다면 경비원이나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60세 이상인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도 공식적으로는 65세까지는 돈을 벌 능력이 있다고 해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했는데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60세까지만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다른 법원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2016년 12월 수원지법 민사항소5부(부장판사 이종광)는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김모 씨가 2013년 11월 경기 군포시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피해를 입은 뒤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보험사가 김 씨에게 69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60세가 넘은 시점에 사고를 당했지만 더 일할 수 있었다는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65세를 가동연한으로 판단했다.

법원이 판단하는 가동연한은 소송 당사자가 다치거나 사망하지 않았을 경우 일을 해 벌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입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직장인의 경우 정년이 가동연한이 되지만, 정년이 명확하지 않은 육체노동자에 대해 법원은 만 60세를 가동연한으로 인정해왔다.

하급심에서 정년을 상향해서 봐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향후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수정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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