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종 경기도취재본부장
김인종 경기도취재본부장

한스 훤 뷰로라는 인물은 “전통예술이란 타락에 지나지 않는다. 전통은 지키되 발전시켜야 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전통에 안주해서 발전 없이 지키려고만 한다면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못한 채 사라지거나 잘못된 길로 빠진다는 뜻이다.

우리의 전통문화 또한 최근엔 ‘크로스오버’, ‘퓨전’ 등 다른 장르와 결합하고 섞으면서 새로운 문화예술 콘텐츠를 창출해내는 시도들이 계속 이뤄지는 추세다. 전통이 현대예술과 결합하면서 또 다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는 현대사회에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국악, 전통무용, 연희 등 훌륭한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음에도 시장 경제성 관점으로 봤을 때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즉, 전통예술만으로는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만큼 이런 시도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평범한 사람들은 알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지역의 전통문화를 지키는 공익법인단체가 있다. 바로 각 시·군·구마다 하나씩 설치돼있는 문화원이다. 문화원은 지자체에서 더 효율적인 문화진흥을 위해 설립한 문화재단이나 같은 부류의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예술인총연합회(예총)와는 다른 성향을 띠고 있다. 즉 정부 차원에서 공인하고 육성하는 단체다. 1965년 지방문화원들이 법인으로 등록하면서 정부의 문화 사업을 위탁 수행했고 점차 시간이 흘러가며 향토 고유문화 창달 및 전승과 보존의 역할까지 맡게 됐다. 90년대에 들어서면 사단법인에서 공익법인으로 격상, 독립된 법까지 만들어지며 그 위상을 정립했다.

그중에서도 수원문화원은 1957년에 설립돼 현재까지 유구한 역사를 지닌 단체다. 이들은 수원의 향토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고 후대에 전달하며 일상 속에서 시민들이 생활문화를 배우고 누릴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런 수원문화원이 지난 5월 팔달산자락에서 서수원 호매실동에 있는 빛누리아트홀로 이전했다. 건물은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로 449석 공연장과 다목적전시실·강의실, 휴게공간까지 갖췄다. 본래 서수원권에 마땅한 문화시설이 없었던 만큼 빛누리아트홀의 개관은 서수원 주민들의 문화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매우 큰 변화의 바람이었다.

수원문화원은 청사를 이전하자마자 각종 행사와 공연, 프로그램 등을 계속 개최해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9월엔 정조대왕·혜경궁 홍씨 선발대회를 문화원에서 주관 및 진행해 공정한 심사로 호평을 받았다.

수원문화원이 이처럼 발전할 수 있던 원동력은 김봉식 수원문화원장의 힘이 대단히 컸다. 그는 오래전부터 철강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던 만큼 사업적 수완이 매우 정교하고 뛰어난 인물이다. 김 원장은 자신만의 감각과 능력으로 문화원을 빛누리아트홀에 안착시키는데 성공해 문화원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냈다.

김봉식 원장은 전통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는 “도태되지 않으려면 사업성도 따지고 발굴도 열심히 해야한다”며 “‘과거에 얽매인다면 문화원은 죽는다’”라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먼저 공연장 사업이 생긴 만큼 이를 적극 홍보하고 문화원 역할을 더 대중화하겠다는 생각이다.

또, 문화원장으로서 임기 내에 꼭 하고 싶은 사업으로 ▲수원 봄 축제 개설 ▲정조대왕 능행차길 체험순례 확대 ▲학교 연계를 통한 세대 다양화 ▲실버 퓨전밴드 창설을 꼽았다.

김 원장은 “실버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하고 젊은 세대들과 호흡하는 문화원을 만들겠다”며 “수원의 봄 축제가 없는 만큼 문화재단과 연계해 진정한 시민주도형 축제를 만들고 싶다”라고 뜻을 내비쳤다.

현대 세계는 과거보다 더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을 파악한다는 것, 따라간다는 건 넓은 시야가 있지 않은 이상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문화원 관계자는 “김 원장을 보좌하면서 계속해서 일을 더 배우고 있는데 문화·사업적 시각과 수완에 감탄하게 된다”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김 원장은 엄밀히 말하면 과거의 인물임에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열려있고 중요한 요소를 잘 끄집어내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것이다.

앞으로도 김봉식 원장이 지금과 같은 열정과 행보로 수원문화원, 더 나아가 ‘문화도시 수원’이라는 슬로건처럼 수원의 문화가 더 찬란하게 빛날 수 있도록 중심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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