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 간 집값 상승폭 격차 69.4%p로 세계 최고
비수도권 공급과잉·수요 감소, 가격 하락 장기화
“주거비 격차, 체감물가 왜곡·가계부채 리스크 증폭”

【서울 = 서울뉴스통신】 신현성 기자 = 서울과 지방 간 주택 가격 양극화가 주요국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주거비 격차가 체감물가의 지역별 편차, 소비 여력의 제약, 가계부채와 부동산 금융 부실위험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지방의 주택건설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은행은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주택시장 양극화와 경제적 영향’을 주제로 한 분석을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조사국 물가연구팀 고동우·문태동, 물가동향팀 장태윤·김상효 조사역이 공동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한국의 전국 평균 주택 가격 상승폭은 주요국 대비 높지 않지만,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은 예외적으로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과 전국 평균 간 주택가격 상승폭 격차는 2013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69.4%포인트로, 같은 기준 중국(49.8%p), 일본(28.1%p), 캐나다(24.5%p) 등을 크게 상회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집값이 회복세를 보인 반면, 비수도권 광역시는 지속적인 하락세에 머물며 두 지역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추세다. 수도권은 인구 밀집과 청년층 유입이 수요를 견인한 반면, 지방은 주기적인 공급확대 정책으로 주택이 과잉된 상태다. 특히 2015년 이후 지역내총생산 중 수도권의 비중은 53%까지 상승하며 지방을 압도했다.
주택 수요의 측면에서도 서울은 청년층 인구 집중으로 수요가 계속 유지되는 반면, 지방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수요 기반이 축소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의 주택가격 하락이 고착화되고, 건설경기 부진 역시 구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주택시장 양극화는 주거비 격차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월간 체감 자가주거비는 229만원으로, 경북(51만원), 전남(49만원) 등 비수도권 지역과 비교해 4~5배에 달했다. 이러한 지역 간 주거비 차이는 체감물가 왜곡과 소비 위축으로 연결되며, 지역경제 회복에도 악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수도권은 집값 급등으로 가계부채 누증 문제가 심화되는 반면, 지방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라 금융권의 부실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보고서는 지적했다. 수도권은 건설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데 비해, 지방은 여전히 공급과잉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지역 간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 주택건설을 통한 경기 부양책은 부작용이 클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 여건을 반영한 맞춤형 거시건전성 관리 전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