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쪽 빨면
뚫어진 구멍으로
바다가 들어와
똬리 튼 채 막혔던
일상의 바람이 
툭 채인다

열심히 먹는 얼굴에
머문 보조개
파도에 사그락거리는
미련이 담기고
속을 내어준 껍질
훌훌 떠나간다

내 가슴에
아직 빠져나오지 않은
똬리 튼 알갱이를 
그대로 놓아두고서


 시평(詩評)

 계절을 뛰어넘어도 기억 속 여름바다는 늘 그립다. 
짜르륵거리며 내리쬐는 강열한 태양에 꺼멓게 타는 피부와 깔깔거리는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 활력이 넘쳐나는 여름 바닷가는 생명의 원천적 힘을 솟구치게 한다. 늘 파도는 요란했지만 파도치는 바다 말고 조용히 사색하며 세상을 음미하는 바다의 내면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 지기도 한다. 해를 넘겨 최지윤 시인의 시를 지면에 올린다. 죄송한 마음에 덥석 전화도 못한 채 부끄러운 목소리를 올리게 되었다. 서운함도 있으련만 뜻밖의 밝은 음성과 반가움이 들어있는 소리로 화답하는 시인의 융숭하고 너그러운 이해심에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화가이면서 문인으로써 활동하는 최지윤 시인의 시 「고동을 먹으며」는 문체에서 수려하면서도 깔끔한 내공을 드러내고 있다. 바다의 맛을 느끼는 순간에도 시인은 파도의 미련을 읽고 허허로운 내면의 알갱이를 들여다 보고 있다. 삶이란 그런 것이려니, 쉽게 살아지는 것 같으면서도, 고난도 견뎌야만 성숙해지는 어쩔 수 없는 삶의 양면성에서 우리는 잠시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이번 최지윤 시인의 시를 읽으며 웬지 숙연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진정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지점에 머무르기 때문이리라.

<경기문학인협회장, 경기 산림문학회장 정명희 시인>

 


최지윤 시인
최지윤 시인

약력

월간문학 2000년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회원
한국미협 회원
광명 문인협회 지부장 역임
한국서화작가협회 상임이사.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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