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40% 축소에도 10억~15억 구간 대출 감소폭은 8000만원 수준
고가 아파트 규제 피해 실수요·투자 수요, 중저가대로 이동
전문가 “2019년 ‘9억 키맞추기’ 재현…호가 15억선 집중 우려”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시행 이후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 ‘15억원 키맞추기’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 폭이 작은 10억~15억원 이하 구간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부 부동산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대책 시행 후 25억원 초과 아파트를 제외한 11억~15억원 이하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감소액은 약 80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미적용 상태에서 LTV(담보인정비율) 40%를 일괄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남 연구원은 “10억원 이상 아파트는 이미 6·27대책으로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돼 있어, LTV 70%에서 40%로 낮아져도 감소폭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3억원 아파트는 대출한도가 5억2000만원으로 8000만원 감소하는 데 그쳤고, 14억원대 아파트도 4000만원가량만 줄었다. 반면 15억원을 초과하면 구간별로 주담대 한도가 2억원씩 줄어드는 고가 아파트 규제가 적용된다.
이 같은 대출 구조 변화는 시장 거래에도 즉시 반영되고 있다. 서울 광진구 자양현대6차(전용 59㎡)는 이전 최고가보다 2억3000만원 오른 14억원에 거래됐고, 영등포구 당산현대3차(전용 73㎡)는 한 달 새 1억6500만원 상승한 13억9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처럼 ‘15억원 이하로 맞춘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문재인 정부 시절 ‘9억원 키맞추기’ 현상과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당시에도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이 금지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강남권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했었다.
한편 10억원 이하 아파트는 대출 감소폭이 커 실수요자 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남 연구원에 따르면 5억~10억원대 아파트의 평균 대출 감소액은 2억300만원으로, 25억원 초과 아파트(4억원 감소)에 이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예를 들어 8억원 아파트는 LTV 40% 적용 시 대출 한도가 5억6000만원에서 3억2000만원으로 2억4000만원 줄어든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4억6132만원, 강북 14개구는 10억4079만원, 수도권 평균은 8억1002만원이다. 이에 따라 현금 여력이 낮은 실수요층은 대출이 가능한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남혁우 연구원은 “규제지역 내에서도 11억~15억원 구간은 대출 감소폭이 미미해 실수요 유입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호가를 15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키맞추기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10억원 이하 아파트는 대출 감소 영향으로 강북·외곽 지역 수요가 비규제지역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