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승세…서울 국평 평균 15억 넘어
만점도 떨어지는 가점 인플레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 부담 확대

청약통장 / 사진 = 서울뉴스통신 DB
청약통장 / 사진 = 서울뉴스통신 DB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한 달 사이 3만 명 이상 감소하며 올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분양가 상승, 가점 경쟁 심화, 대출 규제 강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청약시장 이탈이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는 2631만2993명으로 집계돼 전월보다 3만6941명 줄었다. 지난해 이후 이어진 감소세가 다시 강화된 모습이다. 특히 집값 고점기였던 2022년 6월 2859만 명을 정점으로 가입자 수는 올해 2월까지 꾸준히 줄어들었고 3월·8월에 소폭 반등했으나 다시 내려앉았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신축 아파트 분양가 상승이 꼽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605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5.1% 올랐다. 서울의 경우 ㎡당 1422만6000원으로, 전용 84㎡ 기준 약 15억9600만원에 달한다.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청약 당첨에 성공하더라도 실제 자금 마련이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가점 인플레이션도 심각하다. 서울 인기 단지에서는 4인 가족 기준 만점인 69점으로도 탈락 사례가 잇따랐다. △잠실르엘의 전용 74㎡는 최저 당첨 가점이 74점이었고, 올해 서울 청약시장에서는 84점 만점 신청도 등장했다. 사실상 일반 실수요자에게 접근이 어려운 시장 구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규제 강화도 청약통장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6·27 대책과 10·15 대책 발표 후 분양가에 따라 대출 한도가 크게 제한되며 고가 주택은 사실상 현금 구입에 가까운 수준이 됐다. 15억원 초과 주택은 최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며 중도금 대출은 분양가의 40%로 줄었다.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는 방식도 더 이상 활용하기 어렵다.

반면 청약통장 2순위 가입자 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순위 가입자는 올해 1월 대비 42만 명 줄었으나, 2순위는 같은 기간 29만 명 늘었다. 즉시 청약 참여층은 감소했지만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대기하는 유입 수요는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즉각 청약에 나서는 1순위는 줄었지만 2순위 대기 수요는 늘고 있어 시장 관심 자체가 식은 것으로 보긴 어렵다”며 “입지와 자금 여력에 따라 수요가 재편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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