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기류까지 계산해 핵실험…우리나라로 바람 불지 않으면 탐지 불가

【서울=서울뉴스통신】 조필행 기자 = 정부에서 북한의 핵실험시 방사성 물질을 관측하겠다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도입한 장비가 실전에서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경욱 국회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자유한국당·인천 연수구을)이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제출받은 '핵실험 탐지 장비(SAUNA) 현황'을 분석한 결과 26억4000여만원을 들여 도입한 핵종 탐지 장비 4대가 저조한 탐지 실적 등으로 인해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2006년 10월 북한이 지하핵실험을 실시함에 따라 북한의 지하핵실험의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방사성제논 탐지장비를 도입한 바 있다. 제1차 핵실험 당시에는 스웨덴 국방과학연구소(FOI)에서 장비와 인력 지원을 받았지만 당시 방사성제논이 검출되지 않아 분석에 실패했다.

이후 정부는 북한 핵실험에 따른 공기 중의 방사능 제논 핵종 탐지를 위해 총 26억4천여만원을 투입해 제논 탐지 장비(SAUNA)를 고정식 2대, 이동식 1대, 실험실 1대 등 모두 4대를 각각 설치해 운영 중에 있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 핵실험에 대해 빈번하게 탐지 실패를 하자 장비 무용론까지 불거졌고, 지난달 제6차 핵실험 당시에도 7차례 탐지에 실패했다. 그러나 핵실험 3일 후부터 기류가 남진하여 동해로 유입되었고, 8번째 시도 만에 처음으로 검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방사성 핵종 ‘제논-133’외의 다른 제논 핵종은 검출되지 않아 핵실험에 사용한 핵폭탄이 수소폭탄인지, 어떤 종류의 핵실험인지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방사성제논의 경우 불확성기체로서 대기 중에 확산과 함께 희석될 뿐만 아니라 비교적 짧은 반감기로 인하여 붕괴돼 소멸하는 만큼, 핵실험 초기의 기류가 어디로 흘러가는가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기류까지 계산해서 핵실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기류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사실상 검출 자체가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현재까지는 SAUNA가 비교적 우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고, 이 장비보다 우수한 검출능력을 가지고 있는 장비가 없다”면서도 “지하 핵실험 수행으로 인하여 누출되는 제논 기체의 절대량이 부족하고, 기류(풍향)와 비산으로 인한 희석 등으로 인해 탐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월 1회 이상 이동식 제논 포집장비와 KINS 제논 분석장비를 이용하여 제논의 방사능을 분석하고 있고, 또 연간 1회 이상 군 함정에 이동식 제논 포집장비를 탑재하여 동해상에서 공기 중 방사성제논 포집훈련을 실시해 방사능을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탐지분석과 평가를 해줄 전문가가 부족하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주변국과의 협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과 함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에 가입한 러시아는 북한 풍계리에서 가장 가까운 러시아 연해주에 ARIX 포집 장비를 설치·운영하고 있지만 2016년 제5차와 이번 제6차 핵실험 때 고장으로 인해 운용이 정지된 상태였다. 또한 중국도 핵종 탐지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원안위는 북핵 실험시 미국 WC-135(제논포집 전용 항공기)와 데이터 정보를 공유하고, 러시아 및 중국과는 관측소 공동 설치ㆍ운용 등 기술 협력을 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관계 부처와의 협의 및 주변국과의 협상이 필요한 만큼 추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경욱 의원은 “무용지물에 가까운 포집 장비 몇 대 설치해 남쪽으로 바람이 불기만 기다리는 안일한 대처는 지양해야한다”며 “우리의 능력만으로 핵종 탐지가 어렵다면 주변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자료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관계기관 협의를 하루빨리 진행해 결론을 도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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