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단청明境丹靑: 그림 같은 그림 포스터 [사진=경기문화재단]
명경단청明境丹靑: 그림 같은 그림 포스터 [사진=경기문화재단]

【경기·남부 = 서울뉴스통신】 김인종 기자 = 2024년 12월 5일부터 2025년 3월 2일까지 경기도박물관에서 개최하는 <명경단청明境丹靑: 그림 같은 그림> 특별전은 경기도와 중국 랴오닝성 ‘자매결연 30주년 공동선언’의 결실이다.

김동연 도지사는 지난해 10월 랴오닝성을 방문하여 한·중관계 발전과 광역지방정부 차원의 교류 강화 등을 위한 공동선언에 서명하였다.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김지사가 리러청 랴오닝성장과 만난 것에 이어, 4월에는 하오펑 랴오닝성 당서기가 도담소에 방문하여 양 지역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경기도-랴오닝성 교류협력 심화 합의서에 서명하는 등 경기도와 랴오닝성은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와 랴오닝성 대표박물관간 교류를 통해 우수 문화유산을 서로 알리기 위하여 추진된 것으로 랴오닝성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명대 서화 53점이 경기도박물관 특별전시를 통해 도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사상 전례 없는 중국 국가 1급 유물 6점 한국 최초 전시

만주족의 발상지이자 청나라 초기 수도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중국 선양에 위치한 랴오닝성박물관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직전에 설립된 최초의 박물관으로 2008년 국가 1급 박물관으로 선정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랴오닝성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에서 전시된 전례가 없는 중국 국가 1급 유물 6점 〈사자머리 거위〉, 〈초가집 부들방석〉, 〈여섯 명의 선종 조사〉, 〈만년송〉, 〈국화 감상〉, 〈적벽부〉이 포함되어 있다.

국가 1급 6점을 포함하여 명대 서화 53점이 전시되는 명대 서화 특별전은 당대의 흐름과 특성을 살펴보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풍성한 볼 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주첨기의 소나무 [사진=경기문화재단]
주첨기의 소나무 [사진=경기문화재단]

전기 → 중기 → 후기의 시대별 구성

전시는 시기별로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1부: 명대 전기 - 절파(浙派)의 탄생] 명대 전기 회화에서는 궁정화가였던 대진, 여기(吕紀) 등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여기의 <사자머리 거위(狮頭鹅圖軸)>를 비롯하여 절파를 이끌었던 대진의 <여섯 명의 선종 조사(禪宗六祖圖卷)>, 명나라 5대 황제 주첨기(朱瞻基)의 <소나무(萬年松圖卷)>라는 1급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2부: 명대 중기 - 오파(吳派)의 전개] 명대 중기 회화에서는 이 시기 화단을 주도했던 ‘오파(吳派)’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명나라 최고의 예술가 4인으로 꼽히는 심주, 문징명, 당인(唐寅), 구영 등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명대 전기 절파 그림과는 달리 화사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그림들은 글씨와 어울려 한층 멋을 더한다. 심주의 <국화 감상(盆菊幽賞圖卷)>, 당인의 <초가집 부들방석(茅屋蒲團圖軸)>, 구영의 <적벽부(赤壁賦圖卷)>는 모두 1급 유물이자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다.

연이어진 묵직한 봉우리 [사진=경기문화재단]
연이어진 묵직한 봉우리 [사진=경기문화재단]

[3부: 명대 후기 - 남종문인화로의 집대성(集大成)] 명대 후기 회화에서는 이 시기 회화의 중심인물인 동기창과 ‘송강파(松江派)’ 화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동기창은 뛰어난 서화가이자 학자, 관리, 회화 이론가, 수장가다. 동기창의 글씨와 그림을 볼 수 있는 <연이어진 묵직한 봉우리(峰峦渾厚圖卷)>를 비롯하여, 인물화에 뛰어났던 진홍수의 <풀싸움(鬪草圖軸)>, 명말 청초에 활동했던 왕휘의 <‘사계절 산수’를 본뜬 그림(仿古四季山水圖屏)>등 모두 18점이 선보인다.


● 전시기간

2024년 12월 5일(목) ~ 2025년 3월 2일(일)

● 장 소

경기도박물관 기획전시실

● 주 관

경기도박물관, 랴오닝성박물관


전시 소개

필묵(筆墨)과 서화(書畵)는 동아시아 문명의 공통언어다. 중국이 발생지라면 한국은 중국을 수용 재해석하여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림의 경우도 송대의 이곽파가 조선 전기 안견과 안견화풍으로 재해석된 것을 비롯하여, 명대 절파, 오파, 그리고 동기창의 문인화론은 각각 조선 중기와 후기 말기를 거치면서 주체적으로 전개되었다.

<명경단청明境丹靑: 그림 같은 그림>은 2023년 경기도와 랴오닝성의 자매결연 30주년 공동선언의 문화교류 분야 1차적인 결실로 한국에 잘 소개되지 않았던 명대 서화작품 38건 53점이 최초로 공개된다.

이 중에는 대진(戴進), 심주(沈周), 문징명(文徵明), 동기창(董其昌) 등 명대 서화 역사 거장들의 작품과 중국 국보인 6점의 1급 유물이 포함되어 있다. 절파(浙派)의 문을 연 대진의 <선종의 여섯 조사(禪宗六祖圖卷)>, 명나라 5대 황제 주첨기(朱瞻基)의 <만년송(萬年松圖卷)>, 심주의 <국화 감상(盆菊幽賞圖卷)>, 문징명의 <호계초당(滸溪草堂圖卷)>, 구영(仇英)의 <적벽부(赤壁賦圖卷)>, 동기창의 <연이어진 묵직한 봉우리(峰峦渾厚圖卷)>, 진홍수(陳洪綬) <풀싸움(鬪草圖軸)>, 왕휘(王翚) <‘사계절 산수’를 본뜬 그림(4폭)(仿古四季山水圖屏)>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명나라의 예술혁명은 당연히 정화(鄭和)의 대항해, 기독교(基督敎)전래, 양명학(陽明學)의 발흥과 같은 명대 사회와 사상의 세계사적인 대변혁의 반영의 결과다.

이들 명대 작품은 조선 중기와 후기 말기 서화역사의 전개와 완성에 있어 큰 영향을 주었다. 절파를 재해석한 김시와 이경윤, 이징과 김명국, 윤두서 등이 그 중심인물이다. 동기창의 문인화론과 서화작품은 임진, 병자 양난 이후 조선 후기 말기 예술의 변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는데, 정선, 강세황, 심사정, 신위, 김정희와 같은 작가들이 그들이다.

명대(明代), 중국 사회와 예술의 대변혁기

16세기 전후 명나라에는 정화(鄭和)의 대항해와 기독교와 같은 서구문물 전래에 따른 사회의 대변혁과 함께 성즉리(性卽理)의 성리학에서 심즉리(心卽理)의 양명학으로 유가철학 사조도 전환되었다. 그 결과 예술에 있어 인간 개인의 자유로운 개성이 어느 시대보다 잘 발휘된 때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명대는 회화사로 볼 때 절파에서 오파로, 다시 동기창의 남종문인화로 집대성되면서 화풍(畵風)이 거듭 변화하고, 화파(畵派)가 번성했던 시기이다. 특히 동기창은 산수(山水)라는 물(物)을 빌려 역사 전통의 고법(古法)을 토대로 하면서도 변법(變法)으로 작가의 감정을 개성적으로 표현하고, 뜻을 전달하면서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새로운 경지를 이루어 냈다.

절파(浙派)에서 오파(吳派)로

명대 전기는 황권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로 궁정화가와 직업화가를 중심으로 한 ‘절파(浙派)’가 융성하였다. 특히 궁정회화는 송대의 화원 화풍인 원체화(院體畵)를 계승 발전시켰는데, 대진이 절파를 창시했다.

명대 중기에는 강남(양쯔강 이남)지역의 경치와 문인들의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생활상을 그려낸 ‘오파(吳派)’가 송·원 시대의 문인화 전통을 발전시키며 화단의 주류를 차지했다. 심주, 문징명, 당인, 구영의 ‘오문사가(五門四家)’가 그 장본인이다.

남종문인화(南宗文人畵)시대 전개

명대 후기는 서법(書法)과 화법(畵法)의 일체를 주창하고 사기(士氣)를 시서화일체(詩書畵一體)로 실천해낸 동기창의 남종문인화가 주도하였다. 그는 중국의 회화를 남종화와 북종화로 나누어 남종화를 우위에 두고 평가한 남북종론(南北宗論)을 제창하였다. 이러한 상남폄북론(尙南貶北論)은 청대 화단은 물론 조선의 남종문인화와 일본의 남화(南畵)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와 같이 동기창은 문인화론의 진정한 완성자로서 초예기자지법(草隷奇字之法)을 시서화일체로 실현해 냈다.

요컨대 동기창은 준법(皴法)을 대신하여 필획(筆劃)으로 그림을 그려냈는데, 나무를 굴철(屈鐵)로, 산을 획사(劃沙)해낸 것이 그것이다. 그 결과 그림의 대상을 문자향(文字香) 서권기(書卷氣)에서 배태된 사기(士氣: 문인의 기운)로 써냄으로써 그림의 패러다임을 남종문인화 중심으로 뒤바꾼 것이다.

기계시대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꿈 제시

실제 이번 전시 작품은 도록이나 사진이 아니라 두 눈으로 친견하고 보면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한국과 중국 모두 500여 년 전 그림의 주류가 극도로 관념화(觀念化)된 산수(山水)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오늘날 AI문명이 주도하는 기후변화시대 인류의 새로운 물아일체(物我一體)에 대한 꿈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역사 전통이 미래인 이유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여기(呂紀)의 <사자머리 거위>, 명나라 5대 황제 주첨기(朱瞻基)의 <만년송(萬年松)>, 손극홍의 <화훼(花卉)>, 진홍수의 <투초(鬪草)놀이>과 같이 극사실(極寫實)에 가까운 거위, 소나무, 꽃, 인물 묘사가 동시대 관념적이고도 구상 추상이 하나인 산수화와 묘하게 아름다운 대비를 이룬다.

명대 서화의 조선 수용과 재해석, 재창조

이러한 절파와 오파, 동기창의 남종문인화론과 같은 명대의 화풍과 화파는 다시 조선에 전해져 중기와 후기 말기에 이르기까지 주체적으로 재해석되면서 동아시아 차원의 남종문인화와 남화로 도약 확산되었다.

특히 동기창의 상남폄북의 남종문인화론은 조선 후기와 말기 그림 세계를 대변혁시켰다. 그림 자체로 보면 화원화가와 문인화가의 구분이 없어졌다. 정선, 강세황, 이인상, 김홍도, 이인문, 신윤복, 심사정, 최북과 같은 작가들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추사 김정희의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화면에 가서는 시서화가 한 공간에 일체로 구현되었다. 필획으로 대상을 써냄은 물론 화면을 시(詩), 서(書), 화(畵)로 균등하게 삼위일체(三位一體)로 경영해냈다.

경기도박물관 랴오닝성 답방전시

경기도박물관은 명대 서화 특별전 <명경단청明境丹靑: 그림 같은 그림>에 대한 보답이자 경기도-랴오닝성 자매결연의 지속적인 실천을 위해 2025년 랴오닝성박물관에서 답방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경기도박물관의 특화 유물인 도자기(陶瓷器)와 초상화(肖像畵) 복식(服飾)을 테마로 한중의 역사전통 예술의 비교전시가 있다. 이를 통해 한중의 문화는 물론 경제와 정치까지 경기도와 라오닝성이 선도해 나갈 수 있다.

국제학술대회 / 특별전 연계 프로그램

경기도박물관과 랴오닝성박물관 공동주관 특별전 <명경단청明境丹靑: 그림 같은 그림>의 동아시아 미술사 전개에 있어 중요성을 감안하여 국제학술대회도 2025년 2월 6일(목), 경기도박물관 뮤지엄아트홀에서 개최된다.

주제는 ‘중국 명대 서화의 동아시아 확산과 영향’이고, 발표자는 [한국] 홍선표, 이완우, 조인수, 최여훈, 이동국, [중국]양용(楊勇), [일본] 이타쿠라 마사아키(板倉聖哲), [미국] 임수아, 오승희를 비롯하여 관련분야 최고 전문가의 눈문 9편이 발표된다.

전시와 연계한 교육 체험 프로그램은 겨울방학과 새해를 맞이하는 2025년 1, 2월에 집중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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