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토속적인 한지의 철학과 매력, 폐기되는 일반 가구 등의 제작에 덧씌우는 작업이 필요한 때".
【경기·중서부 = 서울뉴스통신】 김대운 대기자 =성남아트센터 큐브사랑방 전시실에서 열린 우리 전통문화의 일종인 한지 공예로 빚은 작품전이 열렸다. 우리 것이 좋아 우리 것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구남엽(58) 한지공예작가를 세밑을 맞아 전시실에서 만나보았다.
0. 우리 것이 좋다고 하지만 생활화되거나 상품화가 되지 않아 젊은 세대에서는 꺼려한다는 한지 공예를 하시게 된 동기는?
-. 농사를 짓고 계셨던 선친의 영향이 컷던 것 같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우리 민속품 제작을 위해 전공을 하시거나 제작에 직접 몰두하시는 분은 아니셨는데 손재주가 있으신 것인지 한시도 쉼없이 손으로 무엇을 만지작거리시면서 소품을 만드시곤 하셨습니다.
어린 시절에 아버님께서 만드시는 것을 보고 어깨너머로 봐왔지만 당시에는 우리 것이라는 제품이 가슴에 닿지 않았었지요.
그러다 나이 30이 넘어 어느 순간 나도 몰래 우리 것에 대한 애착심이 생기면서 한지 공예의 매력에 빠지게 됐습니다.
숨겨져 있던 DNA가 발현된 모양입니다.
0. 한지 공예에 매료된지 얼마나 되셨고 어느 분에게 사사를 받으셨는지?
-. 한지 공예에 입문한지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사사를 해주신 분은 박명자(64) 선생님이시고 기간은 16년 정도됩니다.
선생님은 교육과정에 호되게 질책도 하시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것을 찾는다며 제자 사랑에 많은 사랑을 베푸셨습니다.

0. 일반인들은 한지 공예를 통해 제작되고 있는 작품이 작품으로서 보관성은 있되 실용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작가로서 그 원인과 대책, 그리고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계신다면?
-. 사실 한지를 통해 제작된 것은 서민들의 생활용품이었습니다. 집안에서 사용하는 경대나 장식장, 혼수함, 서랍장, 12각 대상, 소반 등등 일상적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필수 생활 용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작과정이 수작업인 관계로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 에 비해 다양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대량 생산 등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 이를 대중화하기에는 가성비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쉽게 확산되지 않은 이유로 보고 있습니다.
0. 한지로 제작된 작품을 일상 용품으로 사용한다면 그 수명은 얼마나 됩니까?
-. 대부분 종이로 제작되기에 수명이 짧다고 여기시는 경향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목재로 제작된 용기와 수명이 거의 같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0. 일반인들이 우리 민속품이다 라며 감상만 할 것이 아니라 기후 위기 탄소중립시대를 맞아 생활용품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저변 확대 방법은 없을까요?
-. 현대는 과소비 시대입니다, 유행에 뒤처진다는 이유로, 싫증 난다는 이유로, 수선해서 사용할 만 함에도 새것을 마련해야 한다는 욕구가 좌우하는 시대이기에 버려지는 가구 등등이 너무 많습니다.
이들 버려지는 목재류 가구 등등을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모시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우리 작가들의 몫으로 귀착되어 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대형 공방이 필요하고 거기에 따른 종사자들이 필요한 때라 봅니다.
대형 사업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의지를 가지고 펼쳐질 수 있다면 폐자재를 재활용하면서 탄소 배출 총량제에 일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거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만 작가 개인으로서는 벅찬 것이 현실입니다.
예술의 경지를 일반화시켜 접목해 나간다면 우리 전통도 보전 계승하면서 시대변화에 따른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작가들의 자부심과 자긍심이 고양되리라 봅니다.
한지를 이용한 공예뿐만 아니라 한국의 토속적인 한지의 철학과 매력을 폐기되는 일반 가구 등의 제작에 덧씌우는 작업이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버리고 태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재활용의 선봉에 설 수 있는 역할에 일조할 수 있는 작가로서의 새로운 면모와 각오도 새롭게 다져보기도 합니다.
특히 한지를 활용한 공예 등의 작품제작은 심신안정과 편안함을 안겨주는 정적인 동작에 섬세함이 더해져 나름 스스로 인내(忍耐)를 쌓아가는 내공(內功)이 자신도 모르게 첨착됨을 느낄 수 있어 어린아이들의 학교 교육에 이같은 과정을 넣는다면 아이들 인성 교육에도 매우 좋은 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0. 우리 것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외롭고 고독스러운 과정이지만 민속의 향(響)이 꺼지지 않도록 쉼없이 달려오고 계신 구작가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인터뷰 후기.
구남엽 작가는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 입선을 비롯 대한민국 한지대전 입상 다수와 세계평화미술대전 우수상, 청와대 사랑채 한지공예 전시 등 한지공예와 깊은 연을 맺고 있다
그는 성남시 공예관 자치회 운영위원, 성남시민속공예협회 감사,세계평화미술대전 추천작가, 성남문화재단 사랑방 클럽 한지누리회원으로 지엽(紙葉)한지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큐브사랑방에서 작가와 인터뷰하는 동안 은은하게 실내에 퍼지는 한지 고유의 향내가 어린 시절 시골집 안방이나 사랑방, 갓 결혼 한 신혼부부 방에 예단을 담아온 혼수함에서 퍼지는 향과 유사해 필자가 인터뷰하는 내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을 주었다.
본인도 모르게 수구초심(首丘初心)을 자극하는 종이 향(香).
옛 시골집 방문에 발라진 창호지, 벽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던 벽지 속에서 살포시 뿜어져 향내가 향수(鄕愁)를 자극하듯 전시실을 나왔음에도 찬 바람과 함께 코끝을 시리게 했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