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귀 열어
틔워낸 말들
날아오른다
일만 근심 배시시 터지며
얼었던 발이 녹는 소리
음표에 실린 화음
쫑알쫑알 피워 올린다
지나가던 봄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감상>>
「꽃다지」는 봄의 전령처럼 이른 들녘에 피어나는 작은 풀꽃, 꽃다지를 통해 생명의 회복과 감각의 각성을 섬세하게 그렸다. 시인은 꽃다지라는 자연물의 생태적 이미지에 주목하면서, 그것을 인간 내면의 정서적 반응과 맞닿게 함으로써 존재의 새로운 탄생을 노래한다.
“닫힌 귀 열어 / 틔워낸 말들 / 날아오른다”는 단순한 자연 현상의 묘사에 그치지 않는다. '닫힌 귀'는 감각의 닫힘, 혹은 마음의 고립을 암시하며, '틔워낸 말들'은 그 정적을 깨는 생명의 목소리이다.
이어지는 “일만 근심 배시시 터지며 / 얼었던 발이 녹는 소리”에서는 봄이 주는 정서적 치유와 따스한 회복의 이미지가 전면에 드러난다. '근심이 터진다'는 표현은 부정적 감정을 날려 보내며, '얼었던 발'은 마치 정체되어 있던 삶의 일부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장면처럼 읽힌다.
결구의“지나가던 봄이 머리를 쓰다듬는다”는 장면은 시 전체의 정서를 한층 부드럽고 인간적으로 마무리한다. 봄은‘지나가는’그 시간 속에 스며든 자연의 손길로 시적 자아를 위로하고 감싸 안는다. 이는 일시적인 계절의 흐름 속에서도 순간의 위안을 얻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결국 한 송이의 풀꽃, 꽃다지를 통해 내면의 닫힌 감각을 열고, 말 없는 자연의 언어에 귀 기울이며, 존재의 리듬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시인의 정제된 언어, 섬세한 감각, 그리고 자연과 생명의 조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짧지만 밀도 있는 시어 속에 아름답게 응축되어 있다.
/수원문협 수석부회장 김경옥
<<약력>>
21년 미네르바 등단,
수원문인협회 편집위원, 한국문인협회 인성교육위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문학과 비평> 작품상 수상, 시집 <<목요일에 비가 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