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사립문 앞
집 지키는 바위 둘
당당히 서 있었다

시골집 대문 앞
집을 보듬는 이끼 낀 바위 둘
검버섯 핀 얼굴로 손 흔들었다

지금 어머니 댁 그 대문 앞
집이 지켜주는 늙은 이끼바위 하나
지팡이에 몸 기대며 엉거주춤 서 있다


[감상]

「이끼바위」는 세월의 흐름과 가족, 집, 자연의 상징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시입니다. ‘바위’를 중심으로 고향, 어머니, 그리고 시간의 흔적을 감각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당당히 서 있었다”는 표현을 통해 어린 시절 고향집 앞 바위의 강인함과 보호자 같은 존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끼와 검버섯을 통해 바위가 나이 들어가는 인간의 얼굴처럼 묘사되며, 감정의 교류가 시작됩니다. “손 흔들었다”는 의인화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이제는 하나뿐인 바위가 지팡이에 의지해 서 있는 모습으로, 인간의 노년과 겹쳐지며 깊은 울림을 줍니다. “집이 지켜주는”이라는 역전된 표현도 의미심장합니다.

시간과 세대, 공간을 아우르는 짧은 서정 속에 고향과 모성의 이미지가 농축되어 있어 시인의 정감이 그대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 수원문인협회 수석부회장 김경옥.


신진호 시인
신진호 시인

<약력>

《대한문학》 2017년 시 부문 등단

시집『젓가락이 숟가락에게』 『바다거북 운을 떼다』

한국문인협회, 수원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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